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40년 만의 연임, 이주열 한은 총재가 4년 더 통화정책 지휘봉 잡게 된 까닭은.

이주열 한국은행 총재가 지난달 27일 첫 임기 중 마지막으로 금융통화위원회를 주재했다. 이날 금통위는 기준금리를 연 1.5%로 동결했다. 사진은 이 총재가 2014년 7월 10일 금통위 전체회의에서 의사봉을 두드리고 있는 모습. [중앙포토]

이주열 한국은행 총재가 지난달 27일 첫 임기 중 마지막으로 금융통화위원회를 주재했다. 이날 금통위는 기준금리를 연 1.5%로 동결했다. 사진은 이 총재가 2014년 7월 10일 금통위 전체회의에서 의사봉을 두드리고 있는 모습. [중앙포토]

 차기 한국은행 총재 후보에 이주열 한국은행 총재가 지명됐다. 
 
 한은 총재가 금융통화위원회 의장을 겸임한 1998년 이후 연임은 이번이 처음이다. 이 전에는 김유택 전 총재(51~56년), 김성환 전 총재(70∼78년)가 연임한 적이 있다. 
 
문재인 대통령은 2일 이주열 총재를 차기 한은 총재 후보로 지명했다. 김의겸 청와대 대변인은 이날 “이 후보자는 거시 경제와 금융 시장에 대한 풍부한 경험과 식견을 지니고 있는 데다 한ㆍ중, 한ㆍ캐나다, 한ㆍ스위스 통화스와프 체결 등 국제금융분야의 감각과 역량을 갖췄다는 평가를 받고 있다”며 “조직 내부 신망이 높아 한국은행을 안정적으로 이끌 것으로 기대된다”고 밝혔다. 
 
이 총재는 박근혜 정부 때인 2014년 4월 한은 총재에 임명됐다. 이달 31일 임기 4년 만료를 앞두고 있다. 전(前) 정부에서 임명한 한은 총재이기 때문에 이 총재도 연임이 어려울 것이라는 관측이 많았으나 문재인 대통령은 이 총재에게 통화정책 지휘를 4년 더 맡겼다.  
  
김 대변인은 “이 총재의 연임은 한국은행의 중립성과 자율성을 보장하겠다는 문재인 대통령의 의지가 반영된 것”이라고 설명했다. 
이주열 한국은행 총재가 의사봉을 두드리는 모습.[중앙포토]

이주열 한국은행 총재가 의사봉을 두드리는 모습.[중앙포토]

 
 정부는 6일 국무회의에서 심의를 한 뒤 국회에 이 총재 임명 동의안을 제출할 예정이다. 국회는 인사 청문회를 열 방침이다. 
 
 2012년 한은법 개정에 따라 이 총재가 처음으로 국회 인사청문회를 치렀다. 그의 새 임기는 4월 시작된다. 이 총재가 연임 임기를 채우면 이성태 전 총재가 보유했던 한은 최장수 근무 기록(42년)도 경신하게 된다.
  
이 총재는 강원도 원주 출신으로 연세대 경영학과, 미 펜실베이니아주립대(경영학 석사)를 졸업했다. 이 총재는 1977년 한국은행에 입행해 해외조사실장과 조사국장, 정책기획국장, 부총재보, 부총재를 지냈다. 
   
 지난달 27일 금통위 직후 열린 기자회견에서 소회를 묻는 질문에 이주열 총재는 “다른 자리에서 밝힐 기회가 있을 것”이라며 말을 아꼈다. 임기를 한 달여 앞둔 그의 신중한 태도라고 여겨졌다. 하지만 그가 소회를 아낀 이유는 따로 있었다. 그는 중앙은행 수장으로서 2라운드를 앞두게 됐다. 
 
이 총재는 통화신용정책 전문가다. 수치에 정통하다. 경제지표에 근거한 팩트 위주로 전달한다. 
 
 그는 또박또박하고 느릿하면서도 간결한 화법을 쓴다. 때문에 신중하고 무미건조하다는 평가를 받는다. 전임 한 금통위원은 “실무를 담당했던 정통 ‘한은맨’답게 절제된 언어를 사용하고 팩트를 말하는 것이 몸에 배었다”고 말했다.  
 
 문맥과 이면의 의미를 캐내려는 ‘한국은행 워처(BOK Watcher)’에게도 그의 언어는 난공불락이었다. 특유의 신중한 태도로 “상황을 지켜보고 있다”는 언급을 많이 해 ‘관망 주열’로 불리기도 했다. 총재의 발언에 시장이 과민하게 반응하는 ‘중앙은행 선언효과’를 의식한 탓이다.  
 
 공동락 대신증권 연구원은 “이 총재의 말은 계량경제학자처럼 군더더기 없는 ‘절약형 발언’이라며 그런 면에서 ‘Mr. Economy’라고 부를 수 있다”라고 말했다. 정책 효과를 극대화하기 위해 모호한 표현으로 시장과의 기 싸움을 즐겼던 앨런 그린스펀 전 미 연방준비제도(Fed) 의장과는 다르다.  
 
신중하지만 때로 소극적으로도 보이는 그의 발언과 태도는 임기 초 시장과의 소통에 걸림돌이 됐다.  
그래픽=차준홍 기자 cha.junhong@joongang.co.kr

그래픽=차준홍 기자 cha.junhong@joongang.co.kr

 
금리 인하 논란은 지난해 10월 한국은행 국정감사장에서 재점화했다. 이혜훈 의원은 “취임 당시 2.5%였던 기준금리가 1.25%로 반 토막이 됐다. 소신을 못 지킨 게 이해가 안 된다”며 “세월호 사건 당시 유일하게 금리 인상을 해야 한다고 주장한 뒤 ‘척하면 척’ 발언 때문에 시끄러워지고 소신대로 행동하지 않았다”고 지적했다.
  
 김천구 현대경제연구원 연구위원은 “선제적 대응에서 부족했지만 경기 부진 상황에 완화적 통화정책을 펼칠 수밖에 없었다”며 “경기가 나아지는 등 전반적으로 무난한 정책을 펼쳤다”고 말했다.
 
 이 총재도 지난해 국감에서 “그동안의 저금리 정책이 경기회복 모멘텀을 살리는 데 기여했다”고 말했다. 2015~2016년 2%대의 저성장 덫에 걸렸던 한국 경제는 지난해 3.1% 성장했다.
 
 ‘주얼리(Jewelryㆍ보석)’는 이 총재의 별명이다. 이 총재의 이름을 영어식으로 쓴 ‘주열 리’에서 나온 말이다. 조직 내부에서 실력을 인정받고 신망도 얻어왔음을 보여주는 말이기도 하다.
 
 중앙은행의 독립은 언제나 위태롭다. 경제 위기 때면 중앙은행의 발권력을 노리는 정부나 정치권의 압박이 거세져서다. 2016년 ‘한국판 양적완화’ 논의 때도 기업의 구조조정 펀드 조성에 한국은행이 출자하라는 전방위 압박이 쏟아졌다.
지난달 27일 금통위에 참석한 이주열 총재. [연합뉴스]

지난달 27일 금통위에 참석한 이주열 총재. [연합뉴스]

 
 당시 그는 “(한은 총재) 직을 걸고 막는다”고 말한 것으로 알려져 있다. 결국 자본확충펀드에는 참여했지만 출자 대신 대출 방식으로 방향을 틀었다. 사석에서 그는 “국회 동의를 받아야 하는 재정 대신 쉽게 동원할 수 있는 중앙은행의 발권력을 쓰는 것은 적절하지 않다”고 말했다.
 
 중앙은행의 발권력을 수호한 그는 외환 안전망도 더 튼튼하고 단단하게 짰다. 지난해 10월 한ㆍ중 통화스와프 연장 합의를 끌어낸 데 이어 지난해 캐나다와 무제한ㆍ무기한 통화스와프를 체결했다. 이달에는 스위스 중앙은행과 통화스와프를 맺었다. 2008년 세계금융위기 당시 통화신용정책 담당 부총재보로 일했던 경험 등이 반영된 결과다. 
 
 4년간 ‘한은 호’를 더 이끌게 된 그에게 놓인 과제도 만만찮다. 이미 1400조원을 넘는 가계 부채 문제를 풀어야 한다. 미국 연방준비제도(Fed)는 이미 기준금리 인상 궤도에 접어 들었다. 미국 기준금리(1.25~1.5% 상단은 한국 기준금리(1.5%)와 같다. 
 
미국이 금리를 올리고 한국이 제자리를 지키면 자본 유출이 우려된다. 한국도 금리를 올리지 않을 수 없는 이유다.  금리를 올리면 가계 부채 증가세는 막을 수 있지만 대출 받은 사람의 이자 부담이 늘어나 소비는 더 침체할 수 있다. 이는 생산 감소→일자리 부족→소득 감소→소비 감소의 악순환이 될 수 있다. 이 총재는 금리를 적절히 조정하면서 경기를 냉각시키지 않는 절묘한 운전술을 발휘해야 할 과제를 안게 됐다.   
 
 하현옥 기자 hyunock@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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