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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뉴스분석] 文·트럼프 통화 뒤 백악관 발표문엔 '대북특사' 빠졌다


백악관, 한국 대북 특사 방침에 "비핵화 확답 받고 오라" 압박 메시지 
 
문재인 대통령이 1일 밤 청와대 관저에서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과 전화 통화를 하고 있다.

문재인 대통령이 1일 밤 청와대 관저에서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과 전화 통화를 하고 있다.

 
1일(현지시간) 문재인 대통령과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의 전화통화가 끝난 지 5시간 후 백악관이 내놓은 '발표문(readout)'엔 그동안 없던 표현이 등장했다. CVID.
 완전하고(complete), 검증가능하며(verifiable), 돌이킬 수 없는(irreversible) 핵폐기(denuclearization)다. 
지난해 5월 문 대통령 취임 이후 11번의 전화 회담 이후 나왔던 발표문에서 CVID가 쓰여진 것은 처음이다. 이날 국무부의 헤더 노어트 대변인도 한국이 대북 특사를 보내는 데 대한 입장을 묻자 CVID를 인용했다. 국무부 브리핑에서 이 단어를 사용한 건 지난해 7월 이후 8개월 만이다. 
 
CVID는 비핵화에 대한 가장 강력한 의지를 내비칠 때 보통 사용된다. 평창올림픽을 전후해 남북 간 대화 분위기가 무르익고 있지만 "협상의 조건은 완벽한 비핵화가 돼야 한다"는 미국의 확고한 입장을 읽을 수 있다.    
 
이날 양국이 전화통화 뒤 내놓은 보도자료에선 상당한 차이가 드러났다.
청와대는 "문 대통령은 북한 고위급 대표단 방남 시 논의한 내용을 확인하기 위해 대북 특사를 조만간 파견할 계획임을 트럼프 대통령에 전달했다"고 했다. 하지만 백악관의 발표문에는 청와대 발표의 핵심인 '대북 특사'부분이 빠졌다. "문 대통령이 북한 및 남북대화와 관련한 진전 상황을 트럼프 대통령에게 설명했다(briefed)"고만 했다. 
정치전문 매체 '더 힐'은 "백악관은 대북 특사 부분을 언급하지 않았다"고 의미를 뒀다.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과 김정은 북한 노동당 위원장. [AP=연합뉴스]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과 김정은 북한 노동당 위원장. [AP=연합뉴스]

 
'비핵화'에 대한 표현도 차이가 났다. 
청와대는 "양국 정상은 남북대화의 모멘텀을 유지해 이를 한반도의 비핵화로 이어나가기 위한 노력을 계속해 나가기로 했다"고 했다. 백악관은 "양국 정상은 북한과의 어떤 대화도 CVID라는 분명하고 확고한(explicit and unwavering) 목표를 갖고 진행돼야만(must be conducted) 한다는 굳건한 입장(form position)을 확인했다"고 했다. 강한 단어들을 반복해 사용했다. 결국 한국은 비핵화를 '결과'로 삼은 반면, 미국은 비핵화 목표 설정을 대화의 '전제'로 규정한 셈이다. 비핵화에 대한 방점이 달랐다. 
 
양국 정상의 통화 내용, 그리고 양측의 발표문을 놓고 보면 결국 이르면 이달 중 있을 대북 특사가 어떤 보따리를 북한으로부터 가져오느냐에 따라 향후 북·미 대화 여부가 결정될 것으로 보인다. 
청와대는 "북한 고위급 대표단 방남 시 논의했던 내용을 확인하기 위해 대북특사를 파견한다"고 했지만, 백악관은 암묵적으로 "비핵화 의지를 확답받고 오라. 그렇지 않으면 북·미대화도 없다"는 메시지를 발표문을 통해 한국과 북한 양측에 전달한 것으로 해석된다.
 
뉴욕타임스는 "문 대통령의 당면한 도전(challenge)은 '어떤 조건'에서 대화를 시작할 것인가에 대한 북한과 미국 간의 심대한 견해차를 어떻게 좁히느냐 하는 것"이라고 진단했다.  
게다가 미국 입장에선 설령 북·미대화가 궤도에 오른다해도 이를 끌고 갈 적임자가 마땅치 않다는 고민도 있다. 
 
월스트리트저널은 "그동안 대화론을 이끌어 온 조셉 윤 대북정책 특별대표가 물러난 것도 북·미대화의 불확실성을 가중시키고 있다"고 했다. 워싱턴 외교가에선 "조셉 윤의 후임자를 조속히 임명하느냐, 혹은 장기간 공석으로 두느냐가 향후 트럼프 행정부의 북·미대화에 대한 의지를 가늠할 수 있는 척도가 될 것"이라고 전망하고 있다. 
 
하지만 향후 미국의 한반도 정책을 좌우할 최대 변수는 역시 허버트 맥매스터 백악관 국가안보보좌관의 거취다.
 
도널드 트럼프(오른쪽) 미국 대통령이 백악관 국가안보보좌관 허버트 맥매스터 육군 중장과 대화하고 있다.

도널드 트럼프(오른쪽) 미국 대통령이 백악관 국가안보보좌관 허버트 맥매스터 육군 중장과 대화하고 있다.

 
미 NBC방송은 1일 5명의 정통한 소식통을 인용, "맥매스터가 다음달 초 백악관을 떠날 것"이라고 보도했다. 해병대 4성 장군 출신 콤비인 존 켈리 비서실장과 제임스 매티스 국방장관의 작품이란 분석이다. 그동안 맥매스터를 둘러싸곤 트럼프 대통령과의 불화에 의한 경질설이 끊이질 않았지만 이날 NBC방송은 상당히 구체적인 정황까지 담았다.
 
방송은 "콘돌리자 라이스 전 국무장관이 맥매스터 후임으로 스티븐 비건 포드자동차 국제담당 부회장을 매티스 국방장관에 추천했고, 매티스는 한 싱크탱크 행사에서 비건을 만나 그 자리에 적합하다는 판단을 내렸다"며 "비건이 재정적 문제를 정리하는 데 걸리는 수 주후 행정부에 들어올 것"이라고 전했다. 
 
 
허버트 맥매스터 백악관 NSC 국가안보보좌관 후임으로 거론되는 스티븐 비건 포드자동차 국제부문 부회장

허버트 맥매스터 백악관 NSC 국가안보보좌관 후임으로 거론되는 스티븐 비건 포드자동차 국제부문 부회장

비건은 미시간대에서 정치학과 러시아어를 전공한 뒤 14년 간 의회 외교위원회에서 일하다 라이스가 NSC 국가안보보좌관으로 있었던 2001~2003년에 NSC 비서실장, 최고운영책임자(COO)를 맡았다. 
방송은 "맥매스터(현재 3성 장군)는 4성 장군으로 승진해 빈센트 브룩스(주한미군사령관)의 자리, 혹은 새롭게 창설할 미래사령부 초대 사령관으로 이동할 것이 유력하다"고 덧붙였다.  
 
대북 강경파 맥매스터 자리에 비건이 들어설 경우 대북 군사행동 보다는 외교적 해법을 우선하는 대화파가 득세할 가능성이 점쳐지고 있다.   
다만 비건은 2014년 의회 청문회에 나와 한국 정부가 미국 자동차에 비관세 장벽을 설정하는 등 불공정무역에 앞서고 있다고 비판하는 등 통상 문제에는 강경한 입장을 보였다.
  
워싱턴=김현기 특파원 luckyman@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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