preLoad Image preLoad Image
검색 바로가기
주메뉴 바로가기
주요 기사 바로가기
다른 기사, 광고영역 바로가기
중앙일보 사이트맵 바로가기

[굿모닝내셔널]할머니가 만든 든든한 한끼…연매출 5억원 도시락 회사

지난달 27일 오전 할머니손맛에서 일하는 할머니들이 완성된 도시락을 들고 환하게 웃고 있다. 프리랜서 김성태

지난달 27일 오전 할머니손맛에서 일하는 할머니들이 완성된 도시락을 들고 환하게 웃고 있다. 프리랜서 김성태

 
지난달 27일 오전 8시 충북 청주시 흥덕구 강내농협 3층. 위생 모자를 눌러쓴 할머니 7명이 주방 안에서 분주하게 움직였다. “황태장아찌 13개 담아주세요. 무 너무 익히면 안 돼. 파는 이따 넣어줘.” 도시락을 싸는 할머니들의 목소리가 커지고 도마 위에서 각종 야채가 준비됐다.

㈜할머니손맛 60~70대 어르신 하루 도시락 200개 배달
2006년 노인일자리사업 시작…단골 늘며 주식회사로 성장
곱배기 밥, 보온통 밥·국 포장 등 맞춤형 서비스도
김 모락모락 나는 도시락 점심시간 맞춰 배달 원칙

 
바삭하게 튀긴 새우·돈가스 냄새는 고소했다. 테이블에 줄줄이 놓인 도시락에 김가루, 멸치볶음, 장아찌, 우엉, 피클, 콩나물, 돈가스 등 순으로 반찬이 담겼다. 밥과 국은 가장 나중에 포장됐다. 전해순(62·여)씨는 “마른 반찬을 먼저 넣고 갓 조리한 반찬, 밥과 국 순서로 도시락을 싼다. 그래야 고객들이 최대한 따뜻한 도시락을 드실 수 있다”고 말했다.
할머니손맛 사업장에서 할머니들이 도시락 용기에 반찬을 담고 있다. 도시락 용기와 수저는 회수한 뒤 다시 사용한다. 프리랜서 김성태

할머니손맛 사업장에서 할머니들이 도시락 용기에 반찬을 담고 있다. 도시락 용기와 수저는 회수한 뒤 다시 사용한다. 프리랜서 김성태

2006년 우암시니어클럽의 노인일자리 사업으로 시작한 도시락 사업은 고객이 늘면서 2016년 ㈜할머니손맛이란 회사로 독립했다. 프리랜서 김성태

2006년 우암시니어클럽의 노인일자리 사업으로 시작한 도시락 사업은 고객이 늘면서 2016년 ㈜할머니손맛이란 회사로 독립했다. 프리랜서 김성태

 
오전 10시40분쯤 할아버지 4명이 완성된 도시락을 담은 보온용기를 배달 차량에 실었다. 이날 아침 할머니들이 만든 200여개의 도시락은 청주 시내 병원과 학교, 기업 등 곳곳에 배달됐다.
 
60~70대 할머니들이 직원으로 있는 도시락 회사가 연 매출 5억원 대의 주식회사로 성장했다. 노인복지법인 청주 우암시니어클럽 소속 어르신들이 일하는 ㈜할머니손맛이다. 노인일자리 사업 일환으로 시작한 도시락 사업단이 10년 동안 꾸준한 사랑을 받으며 어엿한 도시락 회사로 자리매김했다.
 
할머니손맛은 2006년 2월 우암시니어클럽이 출범하면서 발을 뗐다. 당시 강신욱 우암시니어클럽 초대관장이 “자식들에게 든든한 한 끼를 선물하던 마음으로 도시락을 만들어 팔면 어떻겠냐”며 아이디어를 냈다. 음식점을 운영한 경험이 있는 할머니 등 7~8명이 의기투합해 정성스럽게 도시락을 만들었다.
할머니손맛에서 만든 프리미엄 도시락. 오징어볶음 등 9가지 반찬으로 구성됐다. 프리랜서 김성태

할머니손맛에서 만든 프리미엄 도시락. 오징어볶음 등 9가지 반찬으로 구성됐다. 프리랜서 김성태

할머니손맛의 도시락은 반찬이 매일 바뀐다고 한다. 국은 별도 포장된다. 프리랜서 김성태

할머니손맛의 도시락은 반찬이 매일 바뀐다고 한다. 국은 별도 포장된다. 프리랜서 김성태

 
안달순(72·여)씨는 “처음엔 홍보가 되지 않아 병원, 약국, 주유소, 미용실을 돌며 전단지를 뿌렸다”며 “하루에 3개를 판 적도 있다. 팔리지 않으면 시니어클럽 직원들이 도시락으로 끼니를 해결하거나 이웃들에게 제공했다”고 말했다.
 
초창기 연 매출은 약 1000만원 정도에 불과했다. 하지만 직접 우려낸 육수와 천연조미료를 쓰고, 지역에서 생산되는 농산물을 이용해 반찬을 만든다는 소문이 나면서 금새 단골이 늘었다. 지금은 하루 평균 도시락 200개를 배달한다. 축제나 체육 행사가 많은 봄·가을에는 하루 주문량이 2000개를 넘어선 적도 있다.
 
할머니손맛 도시락은 6000원~1만원까지 반찬 수에 따라 다양한 가격의 도시락을 만들고 있다. 김이 모락모락 나는 도시락을 점심시간에 맞춰 전달하는 게 원칙이다. 고객이 원하면 밥을 곱배기로 꾹꾹 눌러 담거나, 보온병에 밥과 국을 따로 포장하는 특별 서비스도 제공한다.
최대한 따뜻한 도시락을 전달하기 위해 밥을 담은 뒤 곧바로 커다란 보온용기에 담는다. 프리랜서 김성태

최대한 따뜻한 도시락을 전달하기 위해 밥을 담은 뒤 곧바로 커다란 보온용기에 담는다. 프리랜서 김성태

 
이 회사에는 현재 60세 이상 어르신 21명이 직원으로 있다. 조리·배달·세척반 등으로 역할 분담을 하고 하루 4~5시간 일한다. 조리 담당은 일주일에 2~3회씩 번갈아 가며 근무한다. 월급은 근무 시간에 따라 50~70만원을 받는다. 배달을 담당하고 있는 연재인(74)씨는 “손님들이 옛날 어머니가 해주던 밥맛이 난다며 응원해 줄 때 힘이 난다”며 “돈을 벌면서 손자들에게 용돈도 주고 취미생활까지 즐길 수 있게 됐다”고 말했다.
 
할머니손맛은 2015년 보건복지부 고령자 친화 기업으로 선정된 뒤 이듬해 4월 주식회사로 독립했다.박순희 할머니손맛 부장은 “할머니들이 소일거리로 시작한 도시락 사업이 어느새 노인 일자리 창출의 새로운 모델이 됐다”며 “이윤 창출도 중요하지만, 지역 주민들에게 건강한 먹거리를, 어르신들에게 더 많은 일자리를 마련해주는 착한 기업으로 키워가겠다”고 말했다.
도시락을 담은 배달 용기를 한 어르신이 차량에 싣고 있다. 프리랜서 김성태

도시락을 담은 배달 용기를 한 어르신이 차량에 싣고 있다. 프리랜서 김성태

 
청주=최종권 기자 choigo@joongang.co.kr 
관련기사
굿모닝내셔널 더보기
AD
온라인 구독신청 지면 구독신청

PHOTO & VIDEO

shpping&life

많이 본 기사

댓글 많은 기사