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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마크 테토의 비정상의 눈] 겨울 속 한옥만의 따뜻함

마크 테토 미국인·JTBC ‘비정상회담’ 출연자

마크 테토 미국인·JTBC ‘비정상회담’ 출연자

서울 강남에서 북촌 한옥 마을로 거처를 옮긴 지 얼마 지나지 않아 첫 손님들이 방문했다. 8월이었는데, 한여름의 찌는 듯한 날씨였음에도 불구하고 집안을 스치는 공기는 꽤 시원하게 느껴졌다. 오히려 여름의 더운 공기 덕분에 한옥 특유의 은은한 나무 향과 한지 장판에 도포된 콩기름과 들기름 냄새로 온 집안이 가득 찬 듯했다.
 
그제야 당시 한 지인이 한옥과 관련한 속담이 있다고 말한 것이 기억난다. “누군가의 집을 제대로 방문했다고 말하려면 적어도 계절마다 한 번씩은 들려봐야 한다”고 했다. 당시는 여름이었지만 한옥은 철마다 그 느낌이 달라질 것이라는 설명이었다.
 
금강산도 철마다 옷을 바꿔 입기에 계절마다 다른 이름으로 불렸다고 한다. 새싹과 꽃으로 뒤덮이는 봄에는 금강산, 녹음이 짙어지는 여름에는 봉래산, 단풍으로 곱게 물드는 가을에는 풍악산, 나뭇잎이 떨어져 앙상한 뼈처럼 보이는 겨울에는 개골산 하는 식이다.
 
비정상의 눈 3/1

비정상의 눈 3/1

나는 사실 이러한 이야기들이 정말인지 궁금해져서 한옥에서 살면서 계절이 변하기를 몹시 기다려왔는데, 정말 한옥은 철마다 그 모습이 바뀌었다. 가을이 되자 한옥의 향기, 빛의 온도와 창문을 통해 비치는 그림자, 정원의 소나무, 저 멀리 남산의 풍광들이 다 달라져 보였다.
 
하지만 사계절 가운데서도 한옥의 겨울은 가장 놀라웠다. 겨울이 되면 여름빛의 따사함이 우중충한 잿빛으로 바뀌지 않을까 내심 걱정되기도 했다. 그리고 겨울이 깊어가며 날씨가 추워지면서 여름에 찾아왔던 친구들이 더 걱정하는 눈치였다. 특히 올겨울은 이례적인 혹한 때문에 오히려 더 많이 걱정들을 했다.
 
날씨가 추워지면, 내 주변에서는 “한옥은 많이 춥지 않느냐”고 많이 물어보고 궁금해한다. 그런데 의외로, 날씨가 추울수록 한옥만의 따뜻함이 은근히 밝혀진다. 한참 동안 추운 바람 속에 있다가 집에 들어올 때 온돌의 느낌. 한옥 나무 자체의 온기. 한옥 나무를 불같은 주홍으로 물들이고 격자 너머로 따스한 그림자를 드리우는 그 겨울 아침의 첫 햇살. 그리고 그동안 이 한옥에서 살거나 방문했던 사람들의 따뜻한 흔적들. 이 모든 것들은 겨울이 되면 더 따뜻하게 느껴진다.
 
마크 테토 미국인· JTBC ‘비정상회담’ 전 출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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