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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박근혜, 최순실과 공모·수뢰” 벌금 구형액 똑같이 1185억

박근혜. [뉴스1]

박근혜. [뉴스1]

검찰이 박근혜(66·사진) 전 대통령에게 유기징역 최대치인 징역 30년을 구형한 것은 ‘대통령 탄핵’이란 오명(汚名)을 야기한 국정 농단 사태의 가장 큰 책임이 박 전 대통령에게 있다고 봤기 때문이다. 검찰은 앞서 최순실(62)씨를 “국정 농단의 시작과 끝”이라고 표현하면서 징역 25년을 구형했다. 그와 비교할 때 박 전 대통령에게 “헌정사의 오점”이라며 더 엄격한 법의 잣대를 들이댄 것이다.
 

“헌정사 오점” 최순실 구형보다 높아
 
이날 논고문을 읽은 전준철 부장검사는 “박 전 대통령은 헌정 질서를 유린하고 국민의 신뢰를 되돌리기 어려울 정도로 훼손시켰다. 국가 혼란과 분열을 초래했음에도 반성과 사과할 의지가 없었다”며 중형 선고를 요청했다. 특히 구형량을 말할 땐 “18대 대통령으로서 국정 농단 최종 책임자인 피고인”이라고 지칭했다.
 
검찰이 박 전 대통령에게 적용한 혐의는 뇌물수수, 직권남용 및 강요 등 모두 18개다. 이 중 15개 혐의가 다른 ‘공범’들의 재판에서 이미 유죄로 인정됐다. 또 최씨와는 14개 혐의가 겹치고 이 중 12개 혐의가 앞서 최씨의 재판에서 유죄로 인정됐다. 검찰이 1심 선고에서 중형이 나올 것으로 기대하는 배경이다. 더욱이 최씨 1심 재판부는 박 전 대통령 1심 재판부와 동일한 서울중앙지법 형사합의22부(부장 김세윤)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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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 재판부는 국정 농단 사건의 주된 책임이 박 전 대통령과 ‘공범’ 최씨에게 있다고 본다. 지난 13일 최씨에게 징역 20년을 선고하면서 “국정 농단 사태의 주된 책임은 헌법상 책무를 방기(放棄)하고 권력과 지위를 사인(私人·최순실)에게 나눠준 대통령과 최씨에게 있다”고 못박았다. “비선 실세(최씨)의 이익을 위해 대통령 권한을 사유화해 국정을 농단하고 헌법 가치를 훼손했다”는 검찰의 주장과 일맥상통한다.
 
다른 공범들도 앞선 재판에서 ‘줄줄이 실형’을 면치 못했다. 박 전 대통령은 문화예술계 지원 배제(블랙리스트) 혐의도 받고 있다. 앞서 같은 혐의로 기소된 김기춘(79) 전 대통령비서실장과 조윤선(52) 전 문화체육관광부 장관이 항소심에서 각각 징역 4년, 2년을 선고받았다. 지시를 따르지 않은 문체부 간부들에게 사직을 강요한 혐의를 받는 김종률(58) 전 교육문화수석, 김종덕(61) 전 문체부 장관도 항소심에서 실형(각각 징역 1년6개월, 징역 2년)을 선고받았다.
 
최씨에게 청와대 문건 47건을 유출한 혐의(공무상 비밀누설)를 받는 정호성(49) 전 청와대 부속비서관에게는 항소심에서 징역 1년6개월이 선고됐다. 박 전 대통령의 혐의 중 아직 법원의 판단이 나오지 않은 것은 이미경(60) 전 CJ 부회장이 퇴진하도록 압박한 혐의(직권남용 및 강요)가 유일하다.
 

혐의 18개 중 14개가 최순실과 겹쳐 
 
공범 선고 결과에 비춰본 박근혜 18개 혐의 유·무죄

공범 선고 결과에 비춰본 박근혜 18개 혐의 유·무죄

특히 박 전 대통령에 대한 중형 선고가 예상되는 중심에는 ‘뇌물 혐의’가 있다. 앞서 최씨가 징역 20년의 중형을 선고받은 것도 뇌물죄가 인정됐기 때문이다. 재판부는 삼성이 최씨에게 건넨 승마 지원금과 롯데가 K스포츠재단에 냈다가 돌려 받은 지원금 등 총 142억원을 뇌물로 판단했다. 이 금액은 박 전 대통령의 재판에서도 모두 뇌물로 인정될 가능성이 높다.
 
검찰은 앞서 최씨와 마찬가지로 박 전 대통령에게도 벌금 1185억원을 구형했다. 두 사람이 공모해 대기업 등으로부터 뇌물을 수수하거나 받기로 약속했다는 것이다. 검찰은 “최씨와 박 전 대통령에게 적용된 수뢰액 592억원의 약 두배로 벌금을 산정했다”고 밝혔다.
 
검찰은 박 전 대통령과 이재용(50) 삼성전자 부회장 사이에 경영권 승계를 매개로 한 부정 청탁이 있었다는 주장을 굽히지 않았다. “경제적 이익을 제공할 것을 요구하면서 경영권과 직결되는 현안 지원을 약속하는 장면은 전형적인 정경유착”이라고 질타했다. 앞서 이 부회장 항소심과 최씨의 1심 재판부는 이에 대해 “명시적·묵시적 청탁이 있었다고 볼 수 없다”고 판단했다.
 
검찰 구형에 대해 정치권은 엇갈린 반응을 내놨다. 더불어민주당은 “저지른 혐의의 무게를 생각하면 매우 당연하다”고 평가했다. 자유한국당은 “사형보다 더 잔인한 구형”이라고 논평했다.
 

국선 변호인단 울먹이며 선처 호소
 
국정 농단 사건의 1심 선고가 끝나더라도 박 전 대통령이 갈 길은 멀다. 그는 국가정보원 특수활동비를 뇌물로 받은 혐의 등으로도 기소돼 재판이 진행 중이다. 최진녕 변호사는 “박 전 대통령이 재판을 거부하고 있지만 상급심부터는 적극적인 변론을 해야 하는 상황이 올 수 있다”고 말했다.
 

민주당 “당연” 한국당 “사형보다 잔인”
 
이날 결심 공판에는 10개월 전 첫 공판 때와 분위기가 확 달랐다. 지난해 5월 말 박 전 대통령과 유영하 변호사, 최순실씨와 이경재 변호사 등 10여 명으로 북적댔지만 이날은 5명의 국선 전담 변호인만이 덩그러니 앉아 있었다. 변호인단은 한 명씩 차례로 박 전 대통령이 혐의별로 왜 무죄인지 마지막 변론을 펼쳤다. 박승길 변호사는 박 전 대통령의 평창 겨울올림픽 기여 공로를 거론하며 선처를 호소하다가 울먹였다. 강철구 변호사는 “만약 피고인이 계셨다면 이런 말을 하지 않았을까 한다”며 박 전 대통령을 대신해 가상의 최후진술을 읽기도 했다.
 
그는 “의혹이 사실이 아님이 충분히 밝혀졌다” “법치의 이름을 빌린 정치보복은 저에게서 마침표가 찍어졌으면 한다”고 했다. 박 전 대통령이 재판을 거부한 날 처음이자 마지막으로 법정에서 했던 말이다. 
 
손국희·문현경 기자 9key@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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