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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Possible 한반도] 미국은 '법적 의무' 북한은 '정치적 해결'로 접근

이제는 북·미 대화다. 문재인 대통령의 비핵화 언급과 김영철 북한 노동당 부위원장의 북·미 대화 용의는 결국 북·미 대화로 결실을 거둘 수 있다.
 
북·미는 그동안 보기 드물게 악연을 이어왔다. 독일군은 끔찍했던 두 차례의 세계대전에서 6·25전쟁 동안 사망한 한국인보다 훨씬 더 많은 미국인을 죽였다. 그러나 1945년 항복한 지 5년도 안 돼 독일은 미국의 우방이 됐다. 
 
북·미는 6·25전쟁 이후 푸에블로호 나포 사건(68년), 판문점 도끼 만행 사건(76년), 제1차 북핵 위기(94년), 제2차 북핵 위기(2002년) 등 잊을 만하면 악연을 만들었다. 북·미는 아직 6·25전쟁을 역사의 한 페이지로 넘기려는 마음의 준비가 되지 않은 것 같다.
 
이런 북·미 관계의 원인은 극심한 상호 불신 탓이다. 미국은 북한 사람들이 불법적이고 합법적이지 못한 행위를 한다고 비난했던 냉전 시대의 유산을 그대로 가지고 있다. 반면 북한은 미국이 약속을 지키지 않는다는 고정관념을 버리지 않고 있다.
강석주 북한 외교부 제1부부장(사진 왼쪽)과 로버트 갈루치 미국 국무부 차관보가 1994년 8월 3단계 북-미 고위급 회담을 앞두고 악수하고 있다. [AP=연합뉴스]

강석주 북한 외교부 제1부부장(사진 왼쪽)과 로버트 갈루치 미국 국무부 차관보가 1994년 8월 3단계 북-미 고위급 회담을 앞두고 악수하고 있다. [AP=연합뉴스]

 
그래서 그동안 북·미는 ‘전제 조건’을 달아 왔다. 예를 들면 ‘북한이 A를 하면 미국은 B를 할 것이다’ 식이다. 그러면 북한은 진저리를 쳐왔다. 지금도 마찬가지다. 미국은 북한이 비핵화를 하겠다고 하면 대화를 하겠다는 입장이다. 이에 북한은 미국이 대북 적대시정책을 철회하면 비핵화를 할 수 있다며 양보하지 않고 있다.
 
그 대안으로 ‘동시’ 개념을 채택하자는 주장도 나오고 있다. ‘북한이 이런 일을 하는 동안 미국은 이런 일을 할 것이다.’ 하지만 현실적으로 트럼프와 김정은의 극심한 상호 불신은 ‘동시’를 쉽게 만들지 못하고 있다. 그래서 과거 중국이 이 방식을 적용하려고 6자 회담을 통해 나섰지만 좋은 결실을 거두지 못했다. 상호 불신을 극복하지 못해서다.
2005년 9월 19일 중국 베이징 댜오위타이에서 열린 6자회담 대표들이 '9·19 공동성명'을 발표한 뒤 악수를 나누며 축하하고 있다. 사진 왼쪽부터 크리스토퍼 힐 미국 국무부 차관보, 사사에 겐이치로 일본 외무성 아시아·대양주국장, 우다웨이 중국 외교부 부부장, 송민순 외교통상부 차관보, 김계관 북한 외무성 부상, 알렉산드르 알렉세예프 러시아 외무부 차관(이상 당시 직책).  [중앙포토]

2005년 9월 19일 중국 베이징 댜오위타이에서 열린 6자회담 대표들이 '9·19 공동성명'을 발표한 뒤 악수를 나누며 축하하고 있다. 사진 왼쪽부터 크리스토퍼 힐 미국 국무부 차관보, 사사에 겐이치로 일본 외무성 아시아·대양주국장, 우다웨이 중국 외교부 부부장, 송민순 외교통상부 차관보, 김계관 북한 외무성 부상, 알렉산드르 알렉세예프 러시아 외무부 차관(이상 당시 직책). [중앙포토]

 
북한과 미국은 문제를 푸는 접근 방식이 다르다. 미국은 북한이 국제안전에 대한 법적 약속을 지키지 않는 데 대한 징계를 강조하고 있다. 반면 북한은 핵 문제에 대한 법적 해결이 아니라 정치적 합의를 원하고 있다. 그래서 ‘법적 의무’ 대(對) ‘정치적 합의’가 접점을 찾지 못하고 있다. 유엔 대북제재와 미국의 단독 대북제재를 풀기 위해 북한이 넘어야 할 촘촘한 법적 조건들이 산적해 있다.
 
아울러 미국은 국내 정치시스템에 따른 ‘견제와 균형’이 정책과 실천 사이에 괴리를 유발하고 있다. 반면 북한은 소수의 보좌진에 둘러싸인 김정은의 손에 권위가 집중돼 있다. 이런 정치시스템의 차이로 북·미는 문제를 푸는 데 있어 속도와 방향이 다르다.
 
북·미 대화가 시작해야 남북정상회담도 성사될 수 있다. 문 대통령이 김영철에서 비핵화를 언급한 것도 이런 이유에서다. 문재인 정부는 북·미간의 북핵 접근 방식과 정치시스템의 차이를 제대로 인식하고 양쪽을 설득해야 한다. 북·미간은 오랜 불신으로 스스로 북핵 문제를 해결할 능력이 없다. 
 
평창 겨울올림픽을 계기로 일단 북한을 설득하는 데 성공할 것 같다. 다음은 미국이다. 어쩌면 북한보다 더 어려울 수 있다. 정치적 해결도 중요하겠지만, 법적 해결도 함께 끌어낼 수 있는 협상가를 찾기 바란다.
 
고수석 통일문화연구소 연구위원 ko.soosuk@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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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북한의 급변사태와 안정화 전략’을 주제로 북한학 박사를 받았다. 국방연구원 안보전략연구센터ㆍ군사기획연구센터와 고려대학교 아세아문제연구소 북한연구센터에서 군사ㆍ안보ㆍ북한을 연구했다. 2016년부터는 중앙일보에서 군사ㆍ안보 분야 취재를 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