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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뉴스분석] "올바른 조건 없인 대화 없다"…트럼프의 진의는

북한 김영철 통일전선부장의 '북미 대화 용의'에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의 반응은 예상보다 강경했다.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이 26일(현지시간) 백악관에서 주지사들과의 연례 회동에서 "올바른 조건이 아니면 대화하지 않을 것"이라 말하고 있다.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이 26일(현지시간) 백악관에서 주지사들과의 연례 회동에서 "올바른 조건이 아니면 대화하지 않을 것"이라 말하고 있다.

 
트럼프 대통령은 26일(현지시간) 백악관에서 열린 주지사들과의 연례 회동에서 "그들(북한)은 대화를 원하고 있으나 우리는 오직 올바른 조건 아래에서만(only under the right condition) 대화하기를 원한다. 그렇지 않으면 대화하지 않을 것"이라고 말했다. 
'올바른 조건'이 뭔지에 대해선 구체적으로 밝히지 않았지만 북한이 먼저 확고한 비핵화 의지와 방안을 대외적으로 내보여야 한다는 것으로 해석된다. 
 
백악관이 25일 성명에서 강조한 '완전하고 검증가능하며 불가역적인 한반도 비핵화(CVID)'와 같은 맥락이다. 한마디로 핵 실험, 미사일 발사 도발을 중단하고 이어 비핵화를 회담 의제로 삼겠다는 명백한 의사표시가 있어야만 대화 다운 대화가 가능할 것이란 주장이다.
 
또 이방카 트럼프를 수행해 평창동계올림픽 폐막식에 참석하고 이날 귀국한 새라 샌더스 백악관 대변인도 브리핑에서 북미대화의 전제조건과 관련, "논의는 전적으로 북한이 한반도 비핵화에 동의하는 데 집중될 것"이라며 "그것이 바로 그들과 대화를 할지 말지를 결정할 주된 요인(primary factor)"이라고 강조했다.  
 
25일 강원도 평창올림픽스타디움 열린 2018 평창올림픽 폐회식 모습

25일 강원도 평창올림픽스타디움 열린 2018 평창올림픽 폐회식 모습

 
평창 개막식 이후 마이크 펜스 부통령과 렉스 틸러슨 국무장관이 내비쳤던 '조건없는 탐색적 대화'가 아니라 처음부터 북한의 비핵화 의사가 전제되는 대화를 조건으로 내건 셈이다.
이는 문 대통령이 김영철과의 회담에서 거론한 것으로 전해지는 '핵 동결→핵 폐기 논의'라는 '2단계 핵 폐기론'과는 결이 다소 다른 얘기다. AP통신은 "미 정부의 입장은 회담이 열리기 전에 핵과 미사일 프로그램을 없애야 한다는 것"이라고 지적했다.   
 
이날 트럼프는 조지 H.W.부시, 빌 클린턴, 조지 W 부시, 버락 오바마 정권을 일일이 거명하며 "그들은 25년 동안 대화를 해왔다. 그리고 무슨 일이 생겼는지 아느냐? 아무 일도 없었다. 특히 클린턴 정부는 수십억 달러를 그들(북한)에 줬다. 그런데 합의가 체결된 다음날부터 그들(북한)은 핵 연구를 시작했고 계속했다. 끔찍한 일이다"고 비판했다. 
 
1994년 북미 제네바 합의 당시 강석주 전 북한 노동당 국제담당 비서(오른쪽)와 로버트 갈루치 전 미 국무부 북핵특사(왼쪽)가 합의문에 서명하고 있다.

1994년 북미 제네바 합의 당시 강석주 전 북한 노동당 국제담당 비서(오른쪽)와 로버트 갈루치 전 미 국무부 북핵특사(왼쪽)가 합의문에 서명하고 있다.

 
1994년 제네바 합의 당시 대북 중유공급과 북한 경수로 건설 지원이 잘못된 판단이었음을 노골적으로 지적한 것이다. 

북한의 시간벌기식 협상 전술에 넘어가지 않을 것이란 강한 의지를 표명함과 동시에 북한이 끝내 비핵화에 나서지 않는다면 군사행동도 검토할 것이란 뉘앙스를 내비친 것으로도 해석된다. 실제 트럼프는 이날 "모든 사람이 누구도 이전에 생각조차 하지 못했던 규모의 엄청난 인명 피해 가능성에 대해 이야기하고 있다"며 군사 옵션을 간접 언급했다. 
 
물론 일각에선 이날 미국의 반응을 본격적인 북미 대화로 돌입하기 전의 기선제압, 샅바싸움으로 해석하기도 한다. 이날 트럼프의 "우리는 북한에 매우 강경하게 해왔다. 북한이 처음으로 대화를 원하고 있고, 우리는 무슨 일이 일어날지 두고 볼 것"이라는 말도 그런 맥락에서 해석이 가능하다.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과 김정은 북한 노동당 위원장. [AP=연합뉴스]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과 김정은 북한 노동당 위원장. [AP=연합뉴스]

 
특히 트럼프가 '북미 대화 용의'에 대한 반응으로 '조건'이란 단어를 꺼낸 것에 주목하는 전문가들도 있다. 말로는 비핵화를 '절대적 전제'로 내거는 것 같지만 실제로는 비핵화의 첫 관문이라 할 수 있는 '핵·미사일 도발 중단(모라토리움)' 정도만 해준다면 미국도 탐색적 '예비 대화'의 물꼬를 틀 수 있다는 일종의 신호라는 전망이 나오는 이유다. 
 
다만 4월 초부터로 예정된 한·미연합훈련의 시기와 규모 조정에 미국이 난색을 표하고 있는 만큼 남북, 한·미 간에 어떤 타협이 이뤄질지가 최대 변수다.
 
워싱턴=김현기 특파원 luckyman@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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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북한의 급변사태와 안정화 전략’을 주제로 북한학 박사를 받았다. 국방연구원 안보전략연구센터ㆍ군사기획연구센터와 고려대학교 아세아문제연구소 북한연구센터에서 군사ㆍ안보ㆍ북한을 연구했다. 2016년부터는 중앙일보에서 군사ㆍ안보 분야 취재를 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