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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수사기록 유출’ 배경엔 변호사·연예기획사 대표의 '원한 다툼'

현직 검사의 수사자료 유출 사태로 검찰이 발칵 뒤집혔다.
처음엔 단순한 사건 관계자들의 '제보전'으로 비쳤지만, 서울고검의 재수사로 현직 검사들이 긴급 체포되면서 사건의 파장이 어디까지 미칠지 관심이 쏠린다. 일각에선 '대형 법조게이트' 가능성을 전망하고 있다. 하지만 검사 몇 명의 '일탈'에 불과하다는 해석도 많다. 서울의 두 지방검찰청에선 무슨 일이 있었던 걸까. 
 
현직 검사 긴급체포 후 구속영장 청구…'윗선' 드러나나 
법원은 지난 24일 수사기밀 유출 및 파기 혐의를 받고 있는 추모 검사와 최모 검사 등 2명에 대한 구속영장을 기각했다. 하지만 사건 관계자에게 수사기밀이 유출되는 과정에 부장급 검사 등 윗선이 연루됐다는 의혹은 여전하다. 특히 검찰은 추 검사의 경우 사건이 벌어진 2014년 당시 초임검사였다는 점에서 수사기록을 유출하는데 주도적인 역할을 하기 어려웠다고 보고 있다.
 
추 검사와 최 검사는 공군비행장 소음 피해 집단소송 전문 변호사로 활동하던 최인호(57·구속기소) 변호사와 연예기획사 대표 조모(40)씨에게 수사기록과 통화녹음 파일 등을 무단 유출한 혐의를 받고 있다. 사실상 원한 관계였던 최 변호사와 조 변호사의 다툼에 현직 검사까지 동원됐고 수사기록 유출 사태까지 벌어진 것이다. 추 검사는 윗선의 지시에, 최 검사는 학연을 미끼로 한 로비에 휘말렸다는 게 현재까지 검찰이 파악한 사실이다. 
 
전관(前官) 출신 판·검사에게 사건을 몰아주거나 청탁을 받고 유리하게 처리해주는 '법조비리' 사건은 과거에도 있었다. 하지만 사건 당사자나 관계인에게 수사 검사가 수사자료를 유출하거나 '청부 수사'를 한 경우는 많지 않았다. 이번 사건을 계기로 검찰이 학연·지연 등을 바탕으로 한 로비에 얼마나 취약한 조직인지 드러났다는 평가가 나오는 이유다.
서울 서초동 대검찰청 청사 앞에 검찰 깃발이 나부끼고 있다. [연합뉴스]

서울 서초동 대검찰청 청사 앞에 검찰 깃발이 나부끼고 있다. [연합뉴스]

 
동업자에서 원수로…원한 다툼에 동원된 검찰 
최 변호사와 조 대표는 한때 동업자였다. 하지만 사업이 진행되는 과정에서 둘 사이가 틀어졌고, 최 변호사는 동업자였던 조 대표를 60억원대 사기 혐의로 고소했다. 2014년 최 변호사는 사기 사건의 피해자라는 점을 앞세워 서울서부지검에서 조 대표 재판을 담당했던 추 검사에게 접근했다.  
 
추 검사와 개인적 인연이 없던 최 변호사는 추 검사의 ‘윗선’을 활용한 것으로 알려졌다. 실제 추 검사는 검찰 조사에서 “최인호 변호사를 잘 봐 달라는 김모 지청장의 전화를 받고 최 변호사가 요구한 자료를 건넸다”고 진술했다. 김 지청장은 추 검사의 옛 직속상관이자 최 변호사와 사법연수원 동기다. 최 변호사와는 개인사를 털어놓을 정도로 가까운 사이였던 것으로 알려졌다. 이런 두 사람의 관계는 ‘최인호→김 지청장→추 검사’ 순으로 진행된 청탁은 결국 사건 관계자에게 수사기록 전반을 유출하는 결과로 이어졌다,
 
최 변호사가 현직 검사에게 접근해 수사기록을 빼돌린 것과 마찬가지로 조 대표 또한 최 변호사를 궁지에 몰아넣기 위해 검찰을 활용했다. 최 변호사의 고소(사기 혐의)로 징역 7년형을 선고받고 교도소에 복역 중이던 조 대표는 2016년 서울남부지검에 있던 최 검사에게 접근했다. 표면상으론 ‘제보’였지만 검찰을 활용해 최 변호사를 수사선상에 올리려는 속내였다. 최 변호사와 조 대표가 각각 추 검사·최 검사를 활용해 본인이 원하는 방향으로 검찰 수사와 재판이 이뤄질 수 있도록 ‘청탁 전쟁’을 벌인 셈이다.
 
제보로 위장한 '복수'…학연 활용해 현직 검사에게 접근 
사건 제보자인 조 대표와 최 검사 사이엔 주식브로커 조모씨가 있었다. 조 대표가 교도소에 수감 중이었기 때문에 최 검사에게 청탁을 하고 수사기밀을 빼 오기 위한 ‘중간다리’ 역할로 조씨를 활용한 것이다. 특히 조씨는 대학 동문이라는 인연을 적극 활용해 최 검사에게 접근한 것으로 알려졌다. 조씨는 성균관대학교 총학생회장 출신으로 2007년 어음위조 사건으로 집행유예를, 2013년엔 사기죄로 징역 3년형을 선고받은 전력이 있다.    
 
조씨는 조 대표에게 넘겨받은 제보내용과 정보를 최 검사에게 제공하며 접근하기 시작했다. 제보의 핵심은 최 변호사가 코스닥 상장사인 홈캐스트의 주가조작 사건에 연루돼 있다는 내용이었다. 검찰에 따르면 최 검사는 제보자인 조씨를 수사관처럼 활용하는 등 사실상 ‘청부 수사’를 했다고 한다. 그 과정에서 조씨에게 홈캐스트 투자자의 인적사항과 투자정보, 금융거래 현황 등이 담긴 수사정보를 유출했다는 것이 검찰 설명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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부유한 집안 출신으로 '귀공자풍'의 외모를 가진 최 변호사는 평소 유력인사들과의 친분을 과시했다는 게 주변 인물들의 진술이다. 실제로 지난 정권 실세로 불렸던 인사와는 테니스 모임에서 만나 실제 가까운 관계를 유지했던 것으로 알려졌다. 전직 군 고위 관계자와도 가까운 사이였다고 한다.

최 변호사는 주변 사람들에게 "XXX가 뒤를 봐 준다" "OOO가 알아봐주기로 했다"는 등의 발언도 자주 했다. 최 변호사와 원한 관계가 된 조 대표도 이런 발언을 담은 녹음 파일 등을 검찰에 제공했다. 아직 검찰 수사에서 유력인사들이 최 변호사의 '뒷배'였다는 증거는 확인되지 않았다.
 
하지만 그의 주장이 '허풍'이 아니라 '사실'로 확인될 경우 후폭풍은 만만치 않을 전망이다. 검찰 관계자는 "최 변호사가 평소 허세가 심했고 과시했던 친분 관계가 실제 사건으로 이어진 것은 아직 밝혀지지 않았지만 가능성 자체는 열어둬야 할 것"이라고 말했다. 

서울고검은 법조 비리와 관련, 특별수사팀을 설치하고 현재 내부 감찰을 벌이고 있다. [중앙포토]

서울고검은 법조 비리와 관련, 특별수사팀을 설치하고 현재 내부 감찰을 벌이고 있다. [중앙포토]

 
검찰은 이와 별개 흐름으로 2015년 이후 최인호 변호사의 집단소송 승소금 횡령 및 탈세 혐의 수사에 검찰 윗선의 부당한 '봐주기' 압력이 있었는지 등도 자세히 살펴보고 있다. 특히 최 변호사가 법조계에 전방위적 로비를 펼치며 자신의 탈세 및 주가조작 혐의 수사를 무마하려 했는지 여부를 집중적으로 확인하고 있다. 
 
검찰 관계자는 “최인호 변호사를 둘러싼 사건은 현직 검사가 청탁과 로비에 휘말렸다는 점에서 뼈아픈 사건이다. 검찰의 본령인 ‘수사’의 공정성과 직접적으로 연결되는 부분이라 모든 의혹을 명확하게 규명하고 반성하는 자세가 필요하다”고 말했다.
 
정진우 기자 dino87@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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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북한의 급변사태와 안정화 전략’을 주제로 북한학 박사를 받았다. 국방연구원 안보전략연구센터ㆍ군사기획연구센터와 고려대학교 아세아문제연구소 북한연구센터에서 군사ㆍ안보ㆍ북한을 연구했다. 2016년부터는 중앙일보에서 군사ㆍ안보 분야 취재를 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