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국회의원 91명 후원금 끝자리가 '18의 배수'인 까닭

끝자리가 18의 배수로 끝나는 지난해 국회의원 후원금 내역의 일부.

끝자리가 18의 배수로 끝나는 지난해 국회의원 후원금 내역의 일부.

 

27일 공개된 국회의원 후원금을 자세히 살펴보면 특이한 점이 있다. 억대의 숫자 맨 끝이 ‘18’의 배수로 끝나는 현상이다.
 
중앙선거관리위원회가 이날 공개한 ‘2017년도 국회의원 후원금 모금 내역’을 보면 지난해 후원회를 둔 299명의 국회의원 중에서 후원금이 18의 배수(18, 36, 54, 72, 90…)로 마무리 된 액수를 제출한 의원이 91명에 달했다. 이런 현상이 나타난 이유는 18원의 후원금을 국회의원 후원회 계좌로 보내는 시민들이 적지 않았기 때문이다.
 

물론 18의 배수로 끝나는 액수 모두가 후원금 18원이 쌓여서 나타난 것은 아니다. 일부 의원의 경우 후원회 회계 처리 과정에서 1원 단위의 자투리 돈이 우연히 18의 배수와 일치한 경우도 있다.
 
하지만 상당수는 18원 후원을 통해 정치권에 대한 반감을 나타낸 사례였다. 욕설과 발음이 비슷하다는 이유로 문재인 대통령을 지지하는 이른바 ‘문파’ 또는 ‘문빠’ 회원에게서 18원 후원금을 받은 경우도 적지 않았다.
 
지난해 5월 10일 문 대통령 취임 이후 열린 국회 인사청문회에서 청문위원을 맡은 일부 의원들은 문 대통령 지지자들에게 강한 비판을 받았는데, 당시 소셜미디어나 온라인 커뮤니티를 통해 공공연하게 ‘18원’ 후원이나 ‘문자 폭탄’을 보내자는 논의가 있었다. 실제 여러 의원이 이들의 공격에 고통을 호소하기도 했다.
 
299명 중 91명 후원금에 '18의 배수' 
그렇다고 18원 후원금이 야당에만 집중된 것은 아니다. 91명의 의원을 정당별로 보면 자유한국당이 47명으로 가장 많았고, 더불어민주당이 22명, 각각 바른미래당과 민주평화당으로 갈라진 국민의당이 16명, 바른미래당으로 바뀐 바른정당이 4명, 정의당과 무소속이 각각 1명이었다.
 
야당 의원 중에선 인사청문회에서 저격수 역할을 했던 의원이 상당수 포함됐다. 국회 문턱을 넘지 못하고 낙마한 이유정 전 헌법재판관 후보자 인사청문회 당시 이 전 후보자의 남편 증여세 의혹을 제기한 한국당의 윤상직 의원이나 본회의 표결 끝에 임명동의가 무산된 김이수 전 헌법재판소장 후보자의 인사청문위원으로 활약한 같은 당의 김도읍 의원은 모두 후원금 끝자리가 18원이었다. 
 
홍종학 중소벤처기업부 장관의 인사청문위원이었던 이찬열 바른미래당(당시 국민의당) 의원의 후원금도 18원 표시가 선명했다.
 
18원 후원금을 받은 한국당 의원의 보좌관은 “18원이 후원회 계좌로 들어와서 의원에게 보고를 했더니 ‘법에 나온대로 영수증 처리를 하라’고 곧바로 지시해 소득공제 영수증을 보내줬다”며 “실제 의원실을 귀찮게 할 목적으로 보낸 것이지만 그렇다고 우리가 법을 안 지킬 수도 없지 않느냐”고 토로했다.
 
탄핵정국에 친박계 비판에 이용돼
‘18원 후원금’은 2016년 탄핵 정국 때부터 활성화됐다. 당시 새누리당(자유한국당 전신)의 주류였던 친박근혜계 의원들은 쇄도하는 18원 후원금 때문에 곤욕을 치렀다. 박근혜 전 대통령의 탄핵소추안 처리에 반대하는 친박계 의원들에게 집중적으로 항의 차원에서 18원을 보냈기 때문이다. 
 
국정농단 청문회 당시 ‘위증교사’ 논란을 일으켰던 이완영 한국당 의원은 2016년 12월에 “18원 후원금을 몇백 명이 보내고 (소득공제를 위한) 영수증을 보내달라고 한다”고 공개적으로 하소연하기도 했다. 이 의원의 지난해 후원금의 끝자리는 529원으로 18의 배수로 끝나지는 않았다.
 
허진 기자 bim@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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