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교도소 수감자 재활사업에 투자, 재범률 낮췄더니…수익률 3%나 덤으로

영국 법무부와 사회투자은행 ‘소셜파이낸스(Social Finance)’는 2010년 잉글랜드 동부의 피터버러에서 파격적인 실험을 했다. 
 
민간 자금 500만 파운드를 투자받아 피터버러 교도소의 단기 수형자 재활 사업에 쓰고 재범률을 얼마나 낮췄는지 성과에 따라 수익률을 얹어 돌려주는 사회성과연계채권(Social Impact Bond·SIB) 프로젝트다. 재범률을 7.5% 이상 낮추는 것을 목표로 잡았다. 
 
6년간의 프로젝트 결과는 성공적이었다. 재활 프로그램의 도움을 받은 수형자들은 영국 평균보다 재범률이 9% 낮았다. 투자자들은 피터버러 교도소 임팩트 본드에 투자한 원금에 더해 연수익률 3%를 챙겨갔다. 피터버러에서 시작된 사회성과연계채권 프로젝트는 현재 18개국에서 84건이 진행되고 있다.  
로널드 코헨 경은 서울 플라자호텔에서 중앙일보와 인터뷰를 했다. 그는 "임팩트 금융은 뒤처진 사람들에게 교육 기회를 제공해 불평등 해소하고 사회계층 간 이동을 더 자유롭게 한다"고 말했다. 최정동 기자

로널드 코헨 경은 서울 플라자호텔에서 중앙일보와 인터뷰를 했다. 그는 "임팩트 금융은 뒤처진 사람들에게 교육 기회를 제공해 불평등 해소하고 사회계층 간 이동을 더 자유롭게 한다"고 말했다. 최정동 기자

 

소셜파이낸스 설립자 로널드 코헨(73) 경은 최근 중앙일보와의 인터뷰에서 “사회적 금융에 관심 많은 젊은이 둘이 출소자 재범률을 줄이는 프로젝트를 해보자고 이야기하는데, 머리에 번쩍 불이 들어오는 순간이었다"고 회고했다. 영국 사람들은 코헨 경을 '벤처캐피털의 대부'라고 부른다. 
 
코헨 경은 1970년대 세계 최초 벤처캐피털인 APAX를 창립하고 2005년까지 대표이사를 맡았다. APAX는 영국에서 가장 큰 벤처캐피털이다. 아메리카 온라인(AOL), 복제양 돌리 사업 등에 투자했다.  
 

"20년 가까이 벤처 캐피털을 운영했지만, 벤처 투자가 빈곤 같은 사회문제를 해결해주지는 못한다는 걸 깨달았습니다. 어느 날 영국 재무부에서 연락이 왔는데, 사회 투자에 대해 기업가로서 의견을 내달라고 했습니다. 태스크포스를 만들고 보고서를 냈는데, 펀딩이 돈을 벌려는 벤처 캐피털로만 갔지, 다른 사람들의 삶을 개선해보려는 기업들에는 제대로 안 간 것이 문제일 수 있다고 썼죠." 
 
코헨 경은 2002년 최초의 임팩트 펀드 자산운용사 '브릿지스벤처'를 설립하며 임팩트 투자로 '전공'을 바꿨다. 
 
“임팩트 금융은 뒤처진 사람들에게 교육 기회를 제공해 불평등 해소하고 사회계층 간 이동을 더 자유롭게 한다. 사회적 위기를 기회로 바꾸는 것이 임팩트 금융의 역할”이라는 게 그의 신념이다.
 
영국 정부와 코헨 경은 피터버러 교도소 사회성과연계채권에 이어 2011년에도 임팩트 투자를 위해 파격격인 시도를 했다. 영국 정부는 코헨 경이 2011년 세운 소셜임팩트 도매금융기관 '빅 소사이어티 캐피털(BSC)'에 시중 은행 휴면계좌에 잠든 4억 파운드를 임팩트 투자 기금으로 제공했다. 
 
영국에서는 15년 동안 활동이 없으면 휴면계좌로 본다. 코헨 경은 “휴면예금은 시민들의 돈도, 납세자의 돈도 아니다. 공공의 돈으로 보기 때문에 시민들의 반대도 없었다”고 말했다. 
 
4억 파운드로 시작한 휴면계좌 재원은 10억 파운드로 늘어났다. 2008년 금융위기 이후 신뢰를 잃어버리고 사회에 책임감은 보여줘야 했던 시중 은행 네 곳도 2억 파운드 지분투자를 자청했다.
 
데이비드 캐머런 전 영국 총리는 2013년 주요 8개국(G8) 정상회의에서 임팩트 투자 TF를 공식 과제로 제안했다. 2015년 13개 국가를 회원으로 하는 글로벌 임팩트금융추진기구(GSG)가 설립됐다. 자연스럽게 코헨 경이 GSG 의장을 맡았다.
최종구 금융위원장이 지난 22일 정부서울청에서 로널드 코헨 GSG 의장을 만나 악수하고 있다.   GSG(Global Social Impact Investment Steering Group)는 사회적금융 민간 국제협력기구로 글로벌 임팩트투자 시장 형성을 촉진하기 위해 2015년 설립됐다. [금융위 제공=연합뉴스]

최종구 금융위원장이 지난 22일 정부서울청에서 로널드 코헨 GSG 의장을 만나 악수하고 있다. GSG(Global Social Impact Investment Steering Group)는 사회적금융 민간 국제협력기구로 글로벌 임팩트투자 시장 형성을 촉진하기 위해 2015년 설립됐다. [금융위 제공=연합뉴스]

 
"세계화, 저금리, 하이테크 혁명이 동시에 진행되면서 양극화가 촉발됐습니다. 교육받은 사람과 못 받은 사람의 격차가 커지기 시작한 것이죠. 기업들은 영리 추구를 하며 부정적 외부효과를 엄청나게 만들고, 정부는 그걸 해결하기 위해 많은 예산을 투입합니다. 
 
정부가 사회 문제 해결에 예산을 쓰는 게 한계에 달했어요. 그동안 정부의 지원금, 자선재단 기부금 위주의 지원 금융이 기존 사회복지를 지탱해 왔는데, 임팩트 금융은 기업가 정신과 혁신적인 민간 투자자산을 사회복지 영역으로 끌어들여 사회 문제를 해결합니다"  
 
코헨 경은 정부의 역할은 직접적인 지원보다 '빈곤 프리미엄'을 낮추는 데 초점을 맞춰야 한다고 주장한다.
 
"빈곤 가정은 물건을 살 때뿐만 아니라 금융 서비스를 받을 때, 대출받을 때 상대적으로 더 어려움을 겪습니다. 이런 '빈곤 프리미엄'을 줄여야 합니다. 
 
꼭 필요한 영역에서는 기존 대출 금리를 낮추거나 부채를 탕감해주는 정책이 필요하지만, 정부는 핀테크 기술을 활용해 저소득층이 대출, 재정 관리를 잘할 수 있도록 도와주는 역할에 집중하는 것이 더 의미 있다고 봅니다"
 
옥스퍼드와 하버드 경영대학원을 졸업한 엘리트가 어떻게 사회적 투자에 관심을 갖게 됐을까. 코헨 경은 "내가 좀 이상주의자"라고 답했다. 
 
"60년대 옥스퍼드에서 공부하면서 내가 사업을 잘하는 게 사회 공헌이 되는 방법이 없을까 고민했어요. (코헨 경은 재학 중 토론클럽 옥스퍼드 유니언 회장을 지냈다) 당시 영국에만 실업자가 300만 명이 넘었습니다. 일자리를 만들 방법이 분명히 있을 거라고 생각했습니다."  
 
로널드 코헨 경은 중앙일보와의 인터뷰에서 "임팩트 금융은 기업가 정신과 혁신적인 민간 투자자산을 사회복지 영역으로 끌어들여 사회 문제를 해결한다"라고 말했다. 최정동 기자

로널드 코헨 경은 중앙일보와의 인터뷰에서 "임팩트 금융은 기업가 정신과 혁신적인 민간 투자자산을 사회복지 영역으로 끌어들여 사회 문제를 해결한다"라고 말했다. 최정동 기자

한국에서는 임팩트 투자가 아직 생소한 개념이다. 이달 초 정부는 3000억원 규모의 '사회가치기금'을 조성하기로 결정했다. 정부가 직접 출자하거나 대출을 해주지는 않고, 사회적 금융을 지원하는 기관에 돈을 대는 '도매금융' 역할을 한다. 
 
지난 22일 출범한 임팩트금융자문위원회(NAB·대표간사 문철우)는 이런 사회적 금융 펀드를 중개하는 역할을 하는 민관협력형 임팩트 금융 정책기구다. 한국 NAB는 임팩트 금융의 국제기구인 글로벌임팩트투자운영그룹(GSG)에 한국 대표 기구로 참여하게 된다. 
 
GSG는 2013년 G8 정상회의를 통해 결성돼 미국, 영국, 호주, 프랑스 등 16개국과 EU가 참여 중이다. GSG 의장을 맡은 코헨 경은 NAB 출범식 참석차 한국을 방문했다.
 
임팩트 투자는 세계 곳곳에서 확산 중이다. 인도에서는 대기업 매출의 2%를 자선활동에 쓰지 않으면 세금으로 걷어간다. 일본에서는 영국처럼 휴면계좌 잔고를 임팩트 금융에 활용하는 방안이 검토되고 있다. 
 
글로벌 사모펀드 운용사 텍사스퍼시픽그룹(TPG)이 20억 달러, 베인 캐피털이 4억 달러, 립 프로그(Leapfrog) 4억 달러를 임팩트 투자에 쓰는 등 대형 금융사들도 관심이 많다. 
 
코헨 경은 "한국의 경우 현행법상 현실적인 재원은 대기업의 사회책임경영(CSR) 사업비가 되겠지만, 투자처와 방향이 대기업에 좌우될 수 있으니 재원을 다양하게 늘려나가야 한다"고 말했다.
 
이현 기자 lee.hyun@joongang.co.kr 
 
☞로널드 코헨 경(Sir Ronald Cohen) : 1945년 이집트 태생의 영국인. 1967년 옥스퍼드대 엑스터칼리지를 졸업하고 1969년 하버드 경영대학원을 마쳤다. 2002년 최초의 임팩트 투자기관인 브릿지 벤처스를 공동 설립하고 2012년까지 회장직을 맡았다. 
 
이후 '빅소사이어티 캐피털'이라는 임팩트 도매금융기관을 세우고 회장을 지냈다. 2015년부터 임팩트 금융의 국제기구인 글로벌임팩트투자그룹(Global Social Impact Investment Steering Group·GSG) 의장으로 활동 중이다. 영국 벤처캐피탈의 대부로 불린다.
 
☞임팩트 투자=빈부격차, 고령화, 환경오염 등 사회적 문제를 해결하는 프로젝트·기업·협동조합에 재원을 공급한다. 비윤리적 기업을 투자 포트폴리오에서 제외하는 네거티브 스크리닝 방식의 사회책임투자보다 적극적인 사회적 투자다. 사회가치 창출을 중시하기 때문에 대체로 시장 수익성보다 낮은 이윤과 장기 투자도 감수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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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북한의 급변사태와 안정화 전략’을 주제로 북한학 박사를 받았다. 국방연구원 안보전략연구센터ㆍ군사기획연구센터와 고려대학교 아세아문제연구소 북한연구센터에서 군사ㆍ안보ㆍ북한을 연구했다. 2016년부터는 중앙일보에서 군사ㆍ안보 분야 취재를 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