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할아버지개, 할머니개 보살피는 '멍멍이 양로원' 아시나요

 
김인권과 노다쇼의 일본 엿보기.

김인권과 노다쇼의 일본 엿보기.

 
김인권: 지난편에서는 일본 안의 최신 히트 상품 트랜드 몇 가지를 놓고 같이 이야기해 보았는데요, 오늘은 최근 일본에서 엿볼 수 있었던 몇 가지 유니크한 현상과 이슈들을 중심으로 말씀 나눠 볼까 합니다.  
첫 번째로 지난해 일본의 한 주요 일간지에 게재된 한 전면 광고가 화제였다던데 어떤 내용이지요?  
 
노다 쇼: 일본 내에서 꽤 인기가 높은 일본전통술 브랜드인 '닷사이(獺祭)'를 생산하는 회사가 "부탁입니다. 비싸게 사지 말아 주세요."라는 큰 제목과 함께 오른편에 ‘닷사이’ 술병 사진을 크게 싣고 그 하단에는 깨알 같은 글씨로 자사가 관리하는 전국의 특약점 630여개의 이름을 전부 나열한 전면 광고를 게재했습니다. 이 독특한 광고가 게재된 후 소비자는 물론 유통업계에서도 큰 화제가 되면서 관심이 증폭됐던 겁니다. 그 진의를 파악해보니 문제의 술이 특약점이 아닌 수퍼마켓이나 할인점에서 희망 소매가격인 1539엔의 2~3배 가까이 높은 가격으로 판매되고 있는 현상이 발생해서 이를 소비자들에게 환기하고자 이 광고를 냈다는 겁니다.  
일본 야마구치현에서 전통술을 생산하는 회사가 ‘닷사이’를 비싸게 사지 말아달라는 광고문안을 제작해 지난해 12월10일자 요미우리 신문에 게재한 전면 광고.

일본 야마구치현에서 전통술을 생산하는 회사가 ‘닷사이’를 비싸게 사지 말아달라는 광고문안을 제작해 지난해 12월10일자 요미우리 신문에 게재한 전면 광고.

 
김 : 저도 이 특이한 술 광고와 관련된 내용을 일본 미디어를 통해 접하게 됐는데요. 자세히 들여다보니 그 이면에 이 회사가 일본 내 주류(술) 비즈니스의 양조장-도매상-소매상-소비자로 이어지는 전통적인 유통구조에서 벗어나 소비자에게 보다 최적의 가격을 제공하고자 도매상을 배제하고 소매상들과 직거래 특약을 체결한 이후에 발생한 현상이라는 게 눈에 띄었고요. 이렇게 유통 구조에 변화를 줬더니 폭발적인 인기를 얻고 있던 ‘닷사이’를 소비자로 가장한 전매업자들이 특약점에서 ‘사재기’를 통해 사 모은 뒤 특약점이 아닌 다른 매장에서 소비자들에게 2~3배의 폭리를 취하고 팔고 있었던 건데요, 이런 상황에서 광고를 낸 그들의 '순수'한 목적이 놀라움을 안겼습니다.  
 
노다: 네, 맞습니다. 닷사이는 몇 년 전 미국의 오바마 전 대통령이 일본을 방문했을 때 아베 총리가 선물한 야마구치 지역의 특산주입니다. 이후에 엄청난 인기를 끌면서 수요를 감당할 수 없었고, 급기야는 ‘사재기’까지 나오면서 가격이 급등하는 바람에 이 광고를 게재하게 된 겁니다. 사실 사재기 현상으로 인한 회사 차원의 손해가 없었는데도 굳이 돈을 들여 광고를 내게 된 진짜 이유에 대해 회사 사장이 언론 인터뷰를 통해 한 말을 보니 소비자들에게 제대로 된 맛을 전달하기 위함이었다고 말하고 있어 다시 한번 놀랐습니다. 일본 전통술의 특성상 유통 과정, 보관 장소 및 온도 등에 따라 술맛이 떨어질 수 있는데 철저히 교육받은 특약점에서는 그런 우려가 없지만 ‘사재기’를 통해 구매한 술은 맛을 보장받을 수 없기에 닷사이를 비싼 값으로 구매하는 고객들에게 더 이상 피해를 끼쳐서는 안되겠다고 판단했다는 겁니다.  
 
김 : 회사 입장에서는 고객들의 입맛을 지켜주기 위한 ‘순수’한 마음에 광고를 게재했을 뿐이지만 그 결과로 의도했던 목적 달성은 물론 브랜드 명성과 회사의 신뢰도 제고 등 1석3조 이상의 최고의 효과를 얻은 거죠. 소비자를 대상으로 하는 마케팅을 책임지고 있는 제 입장에서 볼 때 많은 시사점을 안겨준 뉴스였습니다. 역시 제조업에 있어서 품질 이슈는 절대 끝까지 양보할 수 없는 항목이라는 교훈을 뼈저리게 느꼈습니다.  
다음은 지난 연말에 일본 도쿄에서 거행됐던 ‘명함 바치기 축제’가 매우 인상적이던데요. 이 행사는 어떤 거죠?  
 
노다 : 사회생활을 하면서 줄곧 쌓여 나가는 것 중의 하나가 처음 만난 사람들 또는 직장을 옮긴 지인들로부터 받아 둔 명함일 텐데요, 상당수의 직장인이 이러한 명함들을 버릴지 계속 갖고 있어야 할지 그 처리에 대해 고민을 하고 있다는 데에서 출발한 도쿄 시내 한 ‘신사(神社)’에서 매년 열리고 있는 행사에 관한 내용입니다.  
 
김 : 살짝만 들어도 일본 특유의 냄새가 나긴 하는군요, 저도 상당 기간 받아온 명함들을 습관적으로 버리지 않고 계속 쌓아놓고 있다가 사무실을 옮길 때도 처리하지 못하고 갖고 다니면서 짐만 많아지는 게 현실인데요. 일본도 상황은 다르지 않겠죠?  
 
노다 : 물론입니다. 얼마 전 명함관리 회사에서 일본 직장인들을 대상으로 조사한 결과를 봐도 명백하게 나오는데요. 조사대상 중 약 92%가 명함을 버리지 않고 있다고 대답했습니다. 명함은 단순한 종이가 아니라 상대방을 투영하고 있어서 버리게 되면 실례라던가, 나중에 또 어디선가 연결될지도 모른다는 이유로 버리지 않는 사람이 많았습니다.  
이러한 고민을 해결하고자 하는 게 이번 행사의 취지입니다. 매년 12월 13일부터 15일까지 3일간 ‘간다묘진’이라는 신사에서 마쯔리(축제)로 열리는데, 1년간 버리지 못한 명함을 봉납 상자에 바치(납부)면 신사 측에서 그 명함들을 깨끗하게 처리해주면서 그 해 1년을 감사하고 내년 소원을 기원하는 참배를 하게 하고 소정의 비용을 받는 형태입니다.  
일본 도쿄[東京] 치요다구[千代田?]에 있는 간다묘진[神田明神]을 모시는 신사. [사진=인터넷 캡쳐]

일본 도쿄[東京] 치요다구[千代田?]에 있는 간다묘진[神田明神]을 모시는 신사. [사진=인터넷 캡쳐]

 
일본 도쿄[東京] 치요다구[千代田?]에 있는 간다묘진[神田明神]을 모시는 신사. [사진=인터넷 캡쳐]

일본 도쿄[東京] 치요다구[千代田?]에 있는 간다묘진[神田明神]을 모시는 신사. [사진=인터넷 캡쳐]

김 : 정말 세계 어디에서도 볼 수 없는, 일본스러움이 담겨 있는 행사네요, 최근 한국에서도 명함 관리앱 스타트업이 성업중인데요. 명함 앞 뒷면을 촬영만 하면 앱 운영 회사가 알아서 무료로 관리해주는데도 어렵게 받은 명함을 막상 휴지통에는 버리지는 못하고 있는 게 일반적입니다. 일본의 이런 행사를 재해석해서 한국적 방식으로 새롭게 개발한다면 과감하게 버려도 찜찜한 마음은 없을 것 같네요.  
지난해 12월 도쿄내 신사인 간다묘진에서 열린 ‘명함 바치기 축제’에 참가한 직장인들이 그동안 처리하지 못한 명함들을 봉납함에 넣는 모습.[사진 인터넷 캡쳐]

지난해 12월 도쿄내 신사인 간다묘진에서 열린 ‘명함 바치기 축제’에 참가한 직장인들이 그동안 처리하지 못한 명함들을 봉납함에 넣는 모습.[사진 인터넷 캡쳐]

그리고 관련 주제를 검색하다가 알게 된 얘긴데 일본의 어느 회사는 업무상 받은 명함은 기본적으로 회사 자산이기에 모든 명함의 개인 소지가 금지되고 회사 시스템에 등록돼 철저하게 관리하고 있다고 합니다. 이 또한 고개가 끄덕여질 정도로 수긍이 가더군요.  
지난해 12월 도쿄내 신사인 간다묘진에서 열린 ‘명함 바치기 축제’에 참가한 직장인들이 그동안 처리하지 못한 명함들을 봉납함에 넣는 모습.[사진=인터넷 캡쳐]

지난해 12월 도쿄내 신사인 간다묘진에서 열린 ‘명함 바치기 축제’에 참가한 직장인들이 그동안 처리하지 못한 명함들을 봉납함에 넣는 모습.[사진=인터넷 캡쳐]

이번엔 한국보다 일본이 수십 년 앞서(?)가고 있는 고령화 사회 관련 이야긴데요. 일본에서는 노인들의 고령화 문제는 이미 오래전부터 굳어져 있는 사회적 주요 이슈이기에 관련 정책이나 서비스들이 즐비하다는 건 다 알려진 사실이죠. 최근에는 사람과 같이 늙어가는 노견(老犬)을 위한 서비스 시설이 급증하고 있다고요?  
 
노다 : 네, 맞습니다. 개나 고양이 등 애완동물이 나이를 먹어서 보살펴 주기 힘들 때 맡기는 곳으로서 사람이 이용하는 양로원이나 요양원 같은 개념의 시설들이 늘어나고 있는데요. 이른바 '노견홈' 또는 '노묘(老峱)홈' 시설이 전국적으로 증가하고 있어 이를 위한 사단법인 협회까지 설립된다고 합니다.  
 
2013년 이후부터 급속히 증가하기 시작한 ‘노견홈’에서 캐어를 받고 있는 노견들의 모습. 기저귀를 차고 있거나 보조장치를 이용해 산책을 하는 등 특별한 보호를 받고 있다.[사진=인터넷 캡쳐]

2013년 이후부터 급속히 증가하기 시작한 ‘노견홈’에서 캐어를 받고 있는 노견들의 모습. 기저귀를 차고 있거나 보조장치를 이용해 산책을 하는 등 특별한 보호를 받고 있다.[사진=인터넷 캡쳐]

김 : 저도 관심을 갖고 살펴보니 이미 이러한 시설이 최근 3~4년사이 전국적으로 150개 시설 이상 있다고 하네요. 애완동물 사료가 좋아지고 동물 의료 기술 발전으로 인해 개·고양이의 평균 수명이 상당히 늘어난 것이 주요인이겠네요. 설상가상으로 견주의 고령화도 같이 진행되면서 '노노 간병'이라는 단어까지 등장하게 됐답니다. 사람과 마찬가지로 ‘가족’이 가는 마지막 길까지 같이 가는 게 도리라고 생각하는 견주들이 아직은 더 많다고 합니다만, 견주들의 나이도 같이 들어가면서 그 수요는 계속 늘어나고 있는 게 현실이라고 합니다.  
 
노다 : 한국에서도 반려견 시장이 폭발하면서 여러 사회적 문제들도 같이 발생하고 있습니다만 일본에서는 이미 2013년 9월에 동물 애호관리법에 의해 반려견은 견주가 끝까지 키우는 것으로 법이 개정될 정도로 유기견 문제가 심각했는데요. 이 법 개정과 함께 노견홈을 합법적으로 운영할 수 있는 ‘인수 사육업’도 같이 탄생한 겁니다. 저도 일본에서 가족들과 거주할 때 반려견을 키운 경험이 있습니다만 사실 키우던 개가 나이 들면서 여러 가지 질환에 걸리는 바람에 꽤 많은 치료 비용이 들었거든요. ‘노견홈’ 같은 신규 서비스가 등장하면서 개를 마지막까지 케어하면서 드는 비용과, 더 이상 키우지 않고 시설에 맡기는 비용을 비교하면서 결정할 수 있을 것 같네요.  
2013년 이후부터 급속히 증가하기 시작한 ‘노견홈’에서 캐어를 받고 있는 노견들의 모습. 기저귀를 차고 있거나 보조장치를 이용해 산책을 하는 등 특별한 보호를 받고 있다.[사진=인터넷 캡쳐]

2013년 이후부터 급속히 증가하기 시작한 ‘노견홈’에서 캐어를 받고 있는 노견들의 모습. 기저귀를 차고 있거나 보조장치를 이용해 산책을 하는 등 특별한 보호를 받고 있다.[사진=인터넷 캡쳐]

 
김 : 관련 사진을 보니 노견들이 기저귀를 하고 있던가 보조장치를 달고 걷는 모습 등이 있던데요, 이러한 케어 서비스에 대한 지출 비용은 지역에 따라 연간 50만엔에서 100만엔까지 비싼 편이라고 합니다. 하지만 앞으로도 계속 시설들이 늘어날 것으로 보입니다. 또 한편으로는 최근 지속해서 성장하고 있는 한국 펫 시장을 놓고 봤을 때 조만간 국내에서도 이러한 서비스 시설들을 만나볼 수 있지 않을까 기대해봅니다.  
2013년 이후부터 급속히 증가하기 시작한 ‘노견홈’에서 캐어를 받고 있는 노견들의 모습. 기저귀를 차고 있거나 보조장치를 이용해 산책을 하는 등 특별한 보호를 받고 있다.[사진=인터넷 캡쳐]

2013년 이후부터 급속히 증가하기 시작한 ‘노견홈’에서 캐어를 받고 있는 노견들의 모습. 기저귀를 차고 있거나 보조장치를 이용해 산책을 하는 등 특별한 보호를 받고 있다.[사진=인터넷 캡쳐]

오늘은 지극히 ‘일본 ’스러운 현상들 몇 가지 주제로 얘기 나눠봤는데요, 제가 며칠 후에 일본 도쿄에 갈 계획인데 다음 편에는 직접 체험한 것들을 중심으로 일본의 ‘새로움’을 다뤄볼까 합니다.
2013년 이후부터 급속히 증가하기 시작한 ‘노견홈’에서 캐어를 받고 있는 노견들의 모습. 기저귀를 차고 있거나 보조장치를 이용해 산책을 하는 등 특별한 보호를 받고 있다.[사진=인터넷 캡쳐]

2013년 이후부터 급속히 증가하기 시작한 ‘노견홈’에서 캐어를 받고 있는 노견들의 모습. 기저귀를 차고 있거나 보조장치를 이용해 산책을 하는 등 특별한 보호를 받고 있다.[사진=인터넷 캡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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국방연구원 전력발전연구부ㆍ군비통제센터를 거쳐 1994년 중앙일보에 입사한 국내 첫 군사전문기자다. 국방부를 출입한 뒤 최장수 국방부 대변인(2010~2016년)으로 활동했다. 현재는 군사안보전문기자 겸 논설위원으로 한반도 군사와 안보문제를 깊게 파헤치는 글을 쓰고 있다.

박용한 연구위원 : park.yonghan@joongang.co.kr (02-751-5516)
‘북한의 급변사태와 안정화 전략’을 주제로 북한학 박사를 받았다. 국방연구원 안보전략연구센터ㆍ군사기획연구센터와 고려대학교 아세아문제연구소 북한연구센터에서 군사ㆍ안보ㆍ북한을 연구했다. 2016년부터는 중앙일보에서 군사ㆍ안보 분야 취재를 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