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윤성빈과 이상호의 기적, 4년 뒤 베이징에서 가능할까

스켈레톤 금메달을 따낸 윤성빈.

스켈레톤 금메달을 따낸 윤성빈.

"4년 정도 우리처럼 지원하면 다른 종목도 메달을 딸 수 있다."  
 
지난 17일 윤성빈(24)과 함께 기자회견에 참석한 이용 봅슬레이·스켈레톤 총감독은 작심한 듯 '돈' 이야기를 꺼냈다. 스켈레톤에서 썰매종목 최초의 금메달을 따낸 윤성빈의 성과 뒤엔 든든한 지원이 있었다는 설명이었다. 그는 "4년 전만 하더라도 돈이 없어서 주먹으로 땅을 치고 벽을 치고 눈물을 흘리는 일이 많았다"고 했다. 2013년까지 봅슬레이스켈레톤연맹의 스폰서는 포스코대우 하나였다. 해외 훈련 예산은 5억원 정도였다. 썰매 장비를 구입하거나 외국인 스태프를 영입하고 싶어도 한계가 있었다.
 
하지만 평창올림픽을 앞두고는 대한체육회의 지원금이 대폭 늘어났다. 스폰서도 현대자동차·LG·포스코·KB·아디다스 등 9개로 늘었다. 대표팀은 장비를 개선하고, 리처드 브롬리(영국) 등 외국인 코치진을 보강했다. 선수에 스태프까지 합치면 해외훈련 때 움직이는 인원만 약 50명이다. 훈련 예산은 4년 전보다 5배 정도 늘어난 25억원 규모다. 아낌없는 투자로 2개의 올림픽 메달을 거머쥐었다.
한국 스키 사상 첫 올림픽 은메달을 목에 건 이상호. 오종택 기자

한국 스키 사상 첫 올림픽 은메달을 목에 건 이상호. 오종택 기자

 
스노보드 평행대회전에서 획득한 이상호(23)의 은메달도 대한스키협회의 전폭적인 후원 없이는 불가능했다. 2014년까지만 해도 스노보드 알파인 대표팀은 지도자 1명이 선수 5명을 인솔하며 매니저·운전기사·요리사·마사지사 역할까지 도맡았다. 현재는 기술·장비·치료·체력을 전문 관리하는 국내외 지도자 5명에 별도 지원스태프까지 꾸려졌다. 마음껏 국제대회에 참가하며 기량을 쌓은 이상호는 대한민국 최초 설상(雪上) 메달의 주인공이 됐다.
 
대한체육회는 평창올림픽을 앞두고 금메달 8개를 따내 종합 4위에 오른다는 목표를 밝혔으나 최종 성적은 종합 7위(금5, 은8, 동4)에 그쳤다. 하지만 나쁜 성적은 아니었다. 쇼트트랙(금3, 은2, 동1)과 스피드스케이팅(금1, 은4, 동2)은 예상대로 많은 메달을 따냈다. 빙상에 치우쳤던 메달 분포도 넓어졌다. 루지, 아이스하키 등 다른 종목에서 역대 최고의 경기력을 선보였다. 개최국으로서의 자존심을 지키기 위해 적극적으로 귀화선수를 영입하고 훈련기간을 늘리는 노력을 기울인 덕분이다. 이 과정에선 적지않은 자금이 투입됐다.
아이스하키 대표팀 골리 맷 달튼. 캐나다 출신인 그는 한국으로 귀화해 대표팀 골문을 지켰다. [AP=연합뉴스]

아이스하키 대표팀 골리 맷 달튼. 캐나다 출신인 그는 한국으로 귀화해 대표팀 골문을 지켰다. [AP=연합뉴스]

 
하지만 4년 뒤, 그리고 8년 뒤 올림픽에서도 이같은 성과를 낼지에는 물음표가 달려있다. 당장 내년부터 후원이 줄어들 것이라는 예측이 나오기 때문이다. 대한빙상경기연맹은 오랫동안 삼성그룹에서 회장사를 맡고 있다. 김상항 현 연맹 회장은 삼성생명 사장을 지냈고, 김재열 전 회장은 이건희 삼성전자 회장의 사위다. 삼성은 최근 스포츠 부문 지원을 대폭 축소할 계획을 세운 것으로 알려졌다. 프로구단과 빙상연맹을 포함한 아마추어 종목 지원에서 손을 뗄 것이라는 소문이 돌고 있다. 대한체육회도 평창올림픽 이후엔 지원금을 줄일 전망이다.
 
빙상연맹은 전전긍긍하며 대책을 세우고 있다. 지난 1월 발표했다가 여론의 질타를 받고 되돌린 국가대표 훈련단 규정이 대표적이다. 연맹은 비시즌에 훈련할 수 있는 인원을 줄이고(22명→17명), 나이 제한 조항(26세 이하)을 신설했다. 빙상연맹은 "4년 뒤 베이징올림픽에 나갈 선수 위주로 육성하기 위한 정책이다. 평창올림픽 이후 예산이 줄어들 수 밖에 없어서 내린 결정"이라고 설명했다. 올림픽에서 화제가 된 피겨 아이스댄스 민유라-알렉산더 겜린도 4년 뒤를 장담하기 어렵다. 평창에서 펼친 멋진 연기 덕에 크라우드 펀딩 금액이 증가했지만 안심하기엔 이르다.
 
국가대표로 훈련했으나 평창 동계올림픽 최종 출전이 좌절된 선수들과 가족들이 4일 오후 강원도 평창군 대관령면사무소 앞에서 항의 집회를 하고 있다. 이들은 협회로부터 미리 지급받은 올림픽 유니폼을 입고 시위에 나섰다. 왼쪽부터 경성현, 김설경, 김현태 선수.

국가대표로 훈련했으나 평창 동계올림픽 최종 출전이 좌절된 선수들과 가족들이 4일 오후 강원도 평창군 대관령면사무소 앞에서 항의 집회를 하고 있다. 이들은 협회로부터 미리 지급받은 올림픽 유니폼을 입고 시위에 나섰다. 왼쪽부터 경성현, 김설경, 김현태 선수.

스키협회 상황은 더 나쁘다. 2014년 신동빈 롯데그룹 회장이 스키협회장을 맡은 뒤 훈련여건이 좋아졌다. 올림픽 출전권을 늘리기 위해 메달 여부와 관계없이 모든 종목에 외국인 코치가 배정됐다. 국가대표지만 자비를 들여 훈련하던 선수들도 사라졌다. 그러나 지난 13일 신 회장은 '최순실 국정농단' 관연된 뇌물공여혐의로 법정구속됐다. 자연히 이상호의 메달 획득도 현장에서 지켜보지 못했다. 올림픽 이후엔 롯데가 협회에서 손을 떼거나 지원을 줄일 전망도 나온다. 스키협회 관계자는 "메달 유망종목과 효율적인 투자가 가능한 종목 외엔 지원이 대폭 줄어들 것"이라고 귀띔했다. 티모페이 랍신(바이애슬론), 아일린 프리쉐(루지) 등 귀화 선수로 좋은 성적을 낸 종목들도 '1회성'에 그칠 위기에 놓였다.
 
더 큰 어려움은 공적 자금과 기업 후원금을 메달 획득에 쏟아붓는 데 대해 비관적인 여론도 있다는 것이다. 과거와 달리 올림픽 메달로 국위 선양을 하는 시대가 끝났으니 효율적인 투자를 해야한다는 주장이다. 전용배 단국대 스포츠경영학과 교수는 "네덜란드가 빙상, 노르웨이가 설상 강국이 된 건 자연환경 때문이다. 그런데 한국은 겨울스포츠 환경이 나빠 동호인이 적다. 자생적 구조를 만들기 힘들고, 국민적인 관심을 이어가기 어렵다"고 지적했다. 이어 "냉정하게 바라봤을 때 구조조정이 필요하다. 도태되는 종목은 과감하게 포기해야 한다"고 말했다.
 
올림픽 기간 파문을 겪은 여자 팀 추월 대표팀.

올림픽 기간 파문을 겪은 여자 팀 추월 대표팀.

종목 단체들의 변화도 촉구된다. 빙상연맹은 올림픽 내내 비판의 대상이었다. 성적은 나무랄 데 없었지만 선수 관리 측면에서 '0점'에 가까웠기 때문이다. 노선영 사태와 쇼트트랙 코치 폭행, 선수간 불화 등 사건사고가 끊이지 않았다. 이 과정에서 현 집행부와 반대파의 알력 다툼도 벌어지고 있다. 스키협회도 올림픽 직전 대표에서 탈락한 선수들이 대거 발생해 소송까지 오갔다. 여자 대표팀이 따낸 컬링연맹도 지난해 8월 대한체육회 관리단체라 제대로 된 운영이 힘들다. 올림픽 직전엔 경기가 열린 강릉이 아닌 의성에서 훈련했다. 은메달을 따냈지만 포상금 규모도 다른 종목에 비해 턱없이 적다.
 
대한민국 여자 컬링 대표팀이 23일 강원도 강릉컬링센터에서 열린 2018평창 동계올림픽 컬링 여자 준결승전 일본과의 경기에서 8대7로 승리를 거둔 후 기뻐하고 있다. 2018.2.23/뉴스1

대한민국 여자 컬링 대표팀이 23일 강원도 강릉컬링센터에서 열린 2018평창 동계올림픽 컬링 여자 준결승전 일본과의 경기에서 8대7로 승리를 거둔 후 기뻐하고 있다. 2018.2.23/뉴스1

한 체육계 관계자는 "박근혜 정부에서 스포츠 4대악 신고센터를 신설했다. 의도는 좋았지만 반대파를 찍어내거나 '최순실'처럼 특정집단의 이익을 위해 활용된 사례가 있었다. 투명한 단체 운영을 위해 정부와 체육회가 머리를 맞대 새로운 기구 신설이나 개혁 방안을 내놓아야 한다"고 말했다.
 
김효경 기자 kaypubb@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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국방연구원 전력발전연구부ㆍ군비통제센터를 거쳐 1994년 중앙일보에 입사한 국내 첫 군사전문기자다. 국방부를 출입한 뒤 최장수 국방부 대변인(2010~2016년)으로 활동했다. 현재는 군사안보전문기자 겸 논설위원으로 한반도 군사와 안보문제를 깊게 파헤치는 글을 쓰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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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북한의 급변사태와 안정화 전략’을 주제로 북한학 박사를 받았다. 국방연구원 안보전략연구센터ㆍ군사기획연구센터와 고려대학교 아세아문제연구소 북한연구센터에서 군사ㆍ안보ㆍ북한을 연구했다. 2016년부터는 중앙일보에서 군사ㆍ안보 분야 취재를 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