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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취재일기] 군사작전도로가 아니라는 국방부

이철재 정치부 차장

이철재 정치부 차장

제2차 세계대전 초반 나치 독일군은 ‘전격전(Blitzkrieg·電擊戰)’이라 불리는 전술로 연합군에게 대승을 거뒀다. 전격전은 ‘적의 약점을 돌파한 뒤 후방 깊숙이 침투해 충격을 주는 전술’이다. 평창 겨울올림픽 폐회식 참석을 명분으로 방한한 북한 김영철 노동당 부위원장의 행보를 보면 전격전이 떠오른다.
 
김영철은 지난 25일 오전 북한 대표단을 이끌고 도라산 남북출입사무소(CIQ)에 도착했다. 그리고 자유한국당이 점거농성 중인 통일대교를 우회해 군사작전지역에 위치한 전진교로 들어왔다. 그날 오후 폐회식 시작 전 문재인 대통령과 비공개 회담을 했다. 야당과 천안함 유족이 강력 반발했지만 26일 정의용 청와대 국가안보실장과 오찬 회동까지 했다. 그 외에 어떤 비밀 일정이 더 있었는지도 알 길이 없다.
 
문제는 천안함 폭침 피해 당사자인 국방부가 김영철의 정치적 전격전에 무방비 상태라는 점이다. 폭침 주범이 한국 땅에서 ‘광폭 행보’를 구사하고 있지만, 국방부는 속절없이 지켜만 보는 신세다. 심지어 ‘김영철의 방남은 대승적 결정’이라며 청와대를 엄호하는 데 급급하다.
 
취재일기 2/27

취재일기 2/27

26일 정례브리핑에서도 최현수 국방부 대변인은 ‘북한 대표단이 포병·전차부대가 배치된 군사경로를 이용했다. 군사정보가 북한에 노출되지 않았냐’는 질문에 “실질적으로 그렇게 자세하게 판단할 수 있는 부분은 아니다”라고 말했다. 그러나 국회 국방위원장인 김학용 자유한국당 의원은 “김영철은 (국방부의) 과도한 친절 덕택에 군사지역 시찰이라는 횡재까지 얻었다”고 비판했다.
 
최 대변인은 또 ‘전진교를 통과하도록 지시한 게 누구냐’는 질문에 “관계부처(통일부와 국방부) 간 협의에 따라서 결정됐다”고 말했다. 전날 국방부는 “북한 대표단이 이용한 도로는 군사도로가 아닌 지방도 372번 일반도로”라고 말해 ‘궁색한 변명’이라는 지적을 받았다. 전진교는 육군 제1보병사단(전진부대)의 민간인출입통제선 북쪽 지역에 있다. 내비게이션에 나오지 않는 군용교량이다. 국방부의 해명에 대해 김 의원은 “전진교가 있는 지역은 일반인 출입이 제한된 군 작전구역”이라고 반박했다.
 
협상 테이블에선 당근과 채찍을 함께 써야 유리한 위치를 차지할 수 있다. 남북관계에서 통일부가 북한을 어르고 달래더라도, 국방부는 북한이 도발은 꿈도 못 꾸도록 위력을 보여야 한다. 요즘 국방부를 보면 본연의 임무도 잊어버리고 협상의 상식도 모르는 듯하다.
 
이철재 정치부 차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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국방연구원 전력발전연구부ㆍ군비통제센터를 거쳐 1994년 중앙일보에 입사한 국내 첫 군사전문기자다. 국방부를 출입한 뒤 최장수 국방부 대변인(2010~2016년)으로 활동했다. 현재는 군사안보전문기자 겸 논설위원으로 한반도 군사와 안보문제를 깊게 파헤치는 글을 쓰고 있다.

박용한 연구위원 : park.yonghan@joongang.co.kr (02-751-5516)
‘북한의 급변사태와 안정화 전략’을 주제로 북한학 박사를 받았다. 국방연구원 안보전략연구센터ㆍ군사기획연구센터와 고려대학교 아세아문제연구소 북한연구센터에서 군사ㆍ안보ㆍ북한을 연구했다. 2016년부터는 중앙일보에서 군사ㆍ안보 분야 취재를 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