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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글로벌 아이] 유쾌해서 위대한 올림피언들

김성탁 런던특파원

김성탁 런던특파원

평창 겨울올림픽이 열리는 동안 영국 BBC방송은 매일 하이라이트를 소개했다. 금메달리스트의 현란한 기량과 결승선 통과 모습 등이 담겼지만 그것만이 아니었다. ‘오늘 이것 봤느냐’며 선수들의 실수 장면을 소개했다. 스키 슬로프에서 미끄러져 뒹굴다 카메라맨과 부딪히고, 스피드스케이팅에서 출발하자마자 자빠지거나 다른 팀 색깔의 컬링 스톤을 잘못 던진 선수 등이 비쳐졌다.
 
4년 만에 열리는 올림픽에 국가대표로 나서 삐걱한 것이니 안타까워야 할 법한데, 보는 내내 흥미로웠다. BBC 해설진부터 ‘선수들은 괜찮으니 걱정 말라’는 자막과 함께 웃음과 위트가 섞인 중계를 했다. 실수한 선수들의 반응도 낙담과는 거리가 멀었다. 서둘러 일어나 나머지 경기를 완주하거나 2, 3차 시기를 염두에 두고 익살스러운 표정을 지어 보이는 경우가 많았다.
 
각국 선수들이 소셜미디어에 올린 ‘평창 생활’은 더 흥미진진했다. 한우 생등심을 4인분씩 해치우고, 젓가락을 움켜쥐고 순댓국이 나오길 기다리는가 하면 잠옷을 입고 선수촌 온돌 바닥에 누운 선수들의 일거수일투족이 실시간으로 펼쳐졌다. 스노보드 남자 하프파이프에서 8년 만에 올림픽 금메달을 되찾은 숀 화이트(미국)가 그의 별칭을 딴 햄버거 메뉴를 만든 한국인 식당 주인을 찾아가 메달을 걸어주는 장면은 그 자체가 금메달감이었다.
 
흘린 땀에 대한 대가가 메달이지만 올림픽은 메달의 숫자를 넘어선 무대였다. 경기 도중 “아침 샌드위치를 먹고 왔어야 했는데 지금 배고파 화가 난다”며 ‘행그리(hangry)’란 표현을 트윗에 남긴 18세 클로이 김은 금메달 확정 후 스낵을 한입 베어 물었다. 영국 여자 쇼트트랙 간판인 엘리스 크리스티는 2014 소치올림픽 쇼트트랙 500m 결승에서 넘어질 때 박승희 선수와 충돌해 한국 네티즌의 살해 협박에 시달렸다. 평창에서도 잇따라 넘어져 메달을 못 따자 눈물을 흘렸지만 그는 이내 “쇼트트랙은 그런 스포츠”라고 말했다.
 
한국에서도 선수들의 부담을 덜어주는 문화가 자리 잡으면 좋겠다. 여자 쇼트트랙 500m 결승에서 최민정의 실격 판정으로 동메달을 딴 캐나다 킴 부탱은 악성 댓글에 시달리다 SNS 계정을 닫아야 했다. 스피드스케이팅 여자 팀추월 대표팀에서 왕따 논란을 일으킨 김보름은 매스스타트 결승에서 은메달을 딴 뒤 큰절을 올리며 거듭 사과했지만 폐막식에 나타나지 못했다. 쇼트트랙 500m 은메달을 딴 19세 황대헌은 1500m와 1000m에서 넘어진 뒤 “인생의 하루일 뿐이라고 생각했다”고 말했다. 평창올림픽을 위대하게 만든 것은 황대헌처럼 유쾌한 올림피언들이다.
 
김성탁 런던특파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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