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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배명복 칼럼] 김영철이 재점화한 천안함 논란

배명복 칼럼니스트·대기자

배명복 칼럼니스트·대기자

경기도 파주 임진각에서 도라산 남북출입사무소(CIQ)로 넘어가는 통일대교 남단. ‘천안함 폭침 주범 김영철 방한 철회하라’고 적힌 대형 펼침막 주위로 사람들이 빼곡히 모여 있다. 어림잡아 400~500명. 자유한국당의 낯익은 얼굴들이 눈에 띈다. 김영철 북한 노동당 부위원장 겸 통일전선부장의 방남을 육탄 저지하겠다고 모인 사람들이다.
 
평창 겨울올림픽 폐막일인 25일 오전, 통일대교 남단은 그들이 타고 온 승용차와 전경 버스, 언론사 취재 차량이 뒤엉켜 주차장을 방불케 했다.
 
김영철 일행이 우회로를 통해 빠져나간 것으로 확인되면서 농성 현장은 파장 분위기로 변했다. 홍준표 당대표는 “우리가 통일대교를 지킨 덕분에 김영철이 개구멍으로 들어온 것 같다”며 “대한민국이 건재하다는 것을 보여줬다”고 자평했다. 장제원 수석대변인은 “김영철에게 샛문을 열어준 것은 권력 남용, 국정 농단, 반역 행위”라며 “국민의 가슴에 대못을 박은 문재인 정부는 역사에 씻을 수 없는 죄를 지었다”고 성토했다.
 
한국당이 김영철의 방남에 맞서 대(對)정부 총공세에 돌입했다. 김성태 원내대표는 지난 23일 청와대 앞에서 김영철을 향해 ‘저잣거리에 목을 내걸어도 모자랄 극악무도한 자’라는 극언을 퍼붓고, “김영철을 악수로 맞이한다면 문 대통령을 더는 대통령으로 인정할 수 없다”는 말까지 했다. 한국당은 어제도 서울 청계광장에서 대규모 규탄 집회를 열었다.
 
김영철은 2010년 천안함 사건 당시 북한의 대남 공작을 총괄하는 정찰총국 책임자였다. 천안함 사건이 북한 소행이라면 당연히 그 주범으로 지목될 만한 위치에 있던 사람이다. 그가 북한 대표로 올림픽 폐회식에 참석해 문 대통령과 만나면 논란이 불가피하다는 걸 뻔히 알면서 김정은은 굳이 그를 내려보냈다. 문재인 정부는 천안함 폭침이 북한의 소행인 건 맞지만 김영철이 주범이란 명확한 증거는 없다는 옹색한 논리를 제시하며 대승적 이해를 당부했다. 우리의 국정원장과 통일부 장관을 겸하는 실세 통일전선부장이란 직책의 무게가 정부에는 거부할 수 없는 대화 상대로 다가왔을 것이다.
 
배명복칼럼

배명복칼럼

김영철의 방남이 쟁점화하면서 잠잠하던 천안함 논란에 다시 불이 붙고 있다. 청와대 홈페이지 국민청원 코너에는 이 기회에 천안함 사건의 진상을 제대로 다시 조사해 보자는 청원이 올라와 사흘 만에 참여자가 3만5000명을 넘어섰다. 이러다 천안함 논란이 재점화해 우리 사회를 끝없는 분열과 갈등으로 몰아넣을지 모른다는 우려도 나오고 있다.
 
MB(이명박) 정부의 천안함 사건 조사 결과를 신뢰하지 않는다는 응답이 한때 70%에 달했을 정도로 천안함 사건 진상은 처음부터 논란거리였다. 북한 어뢰의 수중폭발로 인한 ‘버블 제트’ 효과로 천안함이 두 동강 났다는 정부 발표에 대한 신뢰 여부는 일종의 사상 검증 기준이 되기도 했다. “정부 발표는 존중하지만 확신이란 표현을 쓰기는 조심스럽다”고 대답해 국회 인사청문회 벽을 넘지 못한 헌법재판관 후보도 있다. 그 정도로 천안함 사건은 우리 사회의 뜨거운 감자다.
 
상대가 있는 국가 간 논란에서 책임 소재를 명확히 가리기는 쉽지 않다. 천안함 사건은 다스의 실소유주 논란과는 다르다. 재조사한다고 진상을 100% 제대로 규명한다는 보장이 없다. 우리로서는 북한의 소행이란 입장을 일단 유지하면서, 그걸 뛰어넘는 지혜를 발휘할 필요가 있다.
 
문재인 정부는 평창올림픽으로 조성된 남북대화 분위기를 한반도 평화를 진전시키는 기회로 활용하기 위해 안간힘을 쓰고 있다. 남북대화가 북·미 대화로 이어져 북한 비핵화의 전기가 될 수 있도록 최선을 다하는 것은 책임 있는 정부라면 응당 해야 할 일이다. 한국당이 집권당이라도 그렇게 했을 것이다.
 
남침을 하고, 민항기를 폭파하고, 아웅산 테러를 저지른 철천지원수이기 때문에 상대를 못한다면 그동안 보수 정권에서 있었던 북한과의 대화는 설명할 길이 없다. 한국당이 제대로 된 보수야당이라면 김영철 방남에 앞서 천안함 희생자 유가족의 양해를 구하지 않은 정부의 잘못은 잘못대로 지적하면서 한반도 평화를 위한 정부의 노력은 노력대로 도와주는 게 맞다. 통일대교 남단에서 본 한국당은 당리당략보다 국익을 생각하는 성숙한 보수정당과는 거리가 멀었다.
 
평창올림픽은 세계 언론의 찬사 속에 평화올림픽으로 성공리에 마무리됐다. ‘평양올림픽’ 운운하던 한국당은 이제 뭐라고 할지 궁금하다. 딴지를 걸어도 앞뒤를 재 가며 걸어야 한다. 도를 넘으면 자기만 손해다.
 
배명복 칼럼니스트·대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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박용한 연구위원 : park.yonghan@joongang.co.kr (02-751-5516)
‘북한의 급변사태와 안정화 전략’을 주제로 북한학 박사를 받았다. 국방연구원 안보전략연구센터ㆍ군사기획연구센터와 고려대학교 아세아문제연구소 북한연구센터에서 군사ㆍ안보ㆍ북한을 연구했다. 2016년부터는 중앙일보에서 군사ㆍ안보 분야 취재를 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