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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라이프 스타일] 맵고 빨간 짬뽕, 1970년대 처음 나왔다

푸드 트렌드 │ 짬뽕
한·일 양국 모두 짬뽕을 즐겨 먹지만 둘은 재료도 맛도 전혀 다르다. 한국은 얼큰한 국물에 쫄깃한 면을, 일본은 해산물을 넣어 시원한 국물에 부드러운 면을 사용한다. [사진 중앙포토·박찬일]

한·일 양국 모두 짬뽕을 즐겨 먹지만 둘은 재료도 맛도 전혀 다르다. 한국은 얼큰한 국물에 쫄깃한 면을, 일본은 해산물을 넣어 시원한 국물에 부드러운 면을 사용한다. [사진 중앙포토·박찬일]

21일 오후 3시 서교동 중식당 ‘진진가연’에서 ‘동아시아 짬뽕을 말하다’ 행사가 열렸다. ‘글쓰는 요리사’로 유명한 박찬일 셰프가 기획한 이날 행사는 한국·일본의 짬뽕이 어떻게 발전해왔는지를 함께 이야기하는 자리였다. 박 셰프는 “몇 년 전 일본 나가사키에 가서 짬뽕을 먹었는데 색은 하얗고 양파나 단무지도 주지 않았다. 설렁탕 같은데 우동 면을 넣은 걸 왜 짬뽕이라고 부르는지 궁금해졌다”고 말문을 열었다. 그는 이어서 “동아시아(한·중·일 3개국)에서 즐겨 먹는 메뉴지만 정작 짬뽕의 근원을 속시원히 해결해줄 자료가 없어서 함께 모여 이야기를 나누는 자리를 열게 됐다”고 말했다.
 
이날 행사엔 2년 연속 ‘미쉐린(미슐랭) 가이드’에서 별 1개를 받은 중식당 ‘진진’의 왕육성 오너셰프와 일본 나가사키현 운젠시에서 온 하야시다 마사유키 등 한국과 일본 ‘짬뽕의 달인’이 참석해 각국의 짬뽕에 대해 이야기했다. 하야시다는 온천으로 유명한 오바마 마을에서 일하는 공무원이다. 2000년 이후 관광객이 크게 줄자 마을 재건을 위한 수단으로 짬뽕을 생각해냈다. 실제 오바마 마을은 나가사키 못지 않게 짬뽕으로 유명하다. 하야시다는 마을 곳곳의 짬뽕 식당 위치를 표시한 지도를 제작해 숙소에 비치해두는 등 오바마 마을의 짬뽕 홍보에 집중했다.
 
행사의 사회는 음식 칼럼니스트 박정배 작가가 맡았다. 그에 따르면 짬뽕은 처음부터 요리를 지칭하는 단어가 아니었다고 한다. 일본에선 1822년 『사토카가미』라는 책에 ‘짬뽕’이라는 단어가 처음 등장하는데 서로 다른 술을 섞거나 다른 의약품을 혼합한다는 의미로 사용됐다고 한다. 박 작가는 “한국에서도 마찬가지였다”며 “1963년 한 신문에 ‘짬뽕 내각’이라는 단어가 등장했었다”고 설명했다.
 
짬뽕이 요리 이름으로 불린 건 언제부터일까. 일본에선 1899년 문을 연 나가사키 짬뽕의 원조집 ‘시카이로’에서 시작된 것으로 본다. 당시 일본에 유학온 중국 학생들의 후견인 역할을 한 시카이로의 창업자 천핑순은 중국의 탕러우쓰멘·초육사면을 바탕으로 면발이 두꺼운 짬뽕을 만들었다. 본래 중국의 면요리는 돼지고기 육수를 베이스로 하지만 천핑순은 나가사키의 풍부한 해산물을 함께 넣어 만들었고 이게 나가사키 짬뽕이 됐다.
 
반면 나가사키에서 배로 한 시간 거리에 있는 온천 마을 오바마의 짬뽕은 또 다르다. 하야시다는 “오바마 짬뽕은 온천을 찾은 관광객을 위해 만들어졌고, 실제로도 스시를 먹은 후 짬뽕을 먹는다. 또한 오바마 지역 특산물인 멸치를 넣어 국물이 진하면서도 개운하고 단맛이 난다”고 설명했다. 고명으로 달걀과 화려한 색의 어묵을 얹어 내는 것도 오바마만의 특징이다.
 
‘동아시아 짬뽕을 말하다’행사에서 한·일 양국의 짬뽕에 대해 이야기 중인 왕육성 셰프, 하야시다 마사유키, 통역가 한진씨(왼쪽부터). [사진 다이어리알]

‘동아시아 짬뽕을 말하다’행사에서 한·일 양국의 짬뽕에 대해 이야기 중인 왕육성 셰프, 하야시다 마사유키, 통역가 한진씨(왼쪽부터). [사진 다이어리알]

한국의 짬뽕에는 어떤 스토리가 있을까. 왕육성 셰프는 “어릴 때부터 짬뽕이라는 이름을 들어봤다”며 “다만 냉장·냉동 기술이 덜 발달해 있던 때라 쉽게 상할 수 있는 해산물 대신 얇게 썬 고기나 건새우·어묵·완자를 넣었던 것으로 기억한다”고 했다. 색깔도 지금처럼 빨갛지 않았다고 한다. 70년대 초중반 한 중국집에서 장식으로 실고추를 얹어냈는데 보기는 좋지만 향이 좋지 않았고, 이를 보완하기 위해 실고추를 볶아서 사용하면서 다른 가게들도 따라하기 시작했다. 이후 “맵게 해달라”는 고객의 요구가 늘자 마른 고추를 잘라 기름에 살짝 볶아 추가하면서 매운 맛이 더해졌다. 이후 고춧가루를 넣어 빨간색 국물을 만들기 시작했고 지금과 같은 한국 고유의 맵고 빨간 짬뽕이 완성됐다.
 
한국과 일본의 짬뽕 면발은 각국으로 이주한 중국인의 출신지역에서 영향을 받은 것으로 보인다. 일본 나가사키로 이주한 중국인은 중국 남부 출신, 한국 인천으로 이주한 중국인은 북쪽인 산둥성 출신이 많았다. 때문에 두 나라의 짬뽕 면은 식감부터 다르다.
 
왕육성 셰프는 “중국의 남과 북은 제면 스타일이 다르다”며 “북쪽은 가성소다 등을 넣어 면이 매끈하고 끈기가 있는 반면, 남쪽은 달걀 흰자 또는 소금만 넣는다”고 말했다. 실제 북쪽의 영향을 받은 한국의 짬뽕 면은 쫄깃하고, 남쪽의 영향을 받은 일본은 툭툭 끊어지는 대신 부드럽다.
 
면을 반죽하는 방법도 다르다. 박정배 작가는 “일본 나가사키 면은 토아쿠(탄산나트륨 약 90%)를 넣어 탄력은 덜하지만 부드럽다. 또한 토아쿠를 쓰면 쓴맛과 특유의 풍미가 난다”고 설명했다. 이에 하야시다는 “과거엔 토아쿠의 씁쓸한 맛 때문에 어린 아이들이 짬뽕을 좋아하지 않았지만 토아쿠를 간수로 바꾸면서 이젠 남녀노소 누구나 좋아한다”고 설명했다.
 
이날 행사의 백미는 한·일 양국 짬뽕의 만남이었다. 21일 진진가연에선 오바마 짬뽕의 시원하고 개운한 육수에 한국 짬뽕의 쫄깃한 면을 담아냈다. 박 작가는 “오바마에서 먹었던 짬뽕보다 오늘 맛본 게 더 맛있다. 오늘 토론처럼 한국의 면과 나가사키의 국물이 만나 새로운 맛을 냈다”고 말했다. 
 
송정 기자 song.jeong@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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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북한의 급변사태와 안정화 전략’을 주제로 북한학 박사를 받았다. 국방연구원 안보전략연구센터ㆍ군사기획연구센터와 고려대학교 아세아문제연구소 북한연구센터에서 군사ㆍ안보ㆍ북한을 연구했다. 2016년부터는 중앙일보에서 군사ㆍ안보 분야 취재를 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