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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틴틴 경제] 미국이 발동한 세이프가드가 뭔가요?

Q. 얼마 전 뉴스에서 미국 정부가 외국산 세탁기나 태양광 제품에 ‘세이프가드’를 발동했다는 말을 들었어요. 이번 조치로 한국 기업도 피해를 입는다고 합니다. 세탁기나 태양광 제품 말고 다른 수출품은 괜찮은 건지, ‘세이프가드’의 정확한 뜻이 뭔지 궁금해요.
 
자국 기업 보호 위해 수입 제한하고 관세 더 물리는 거죠" 
 
A. 틴틴 여러분은 영어단어 ‘세이프(safe)’와 ‘가드(guard)’의 뜻을 알고 있을 겁니다. 한국어로 그대로 직역해 붙이면 ‘안전하게 보호한다’고 이해할 수 있겠죠. 세이프가드는 원칙적으로 국내 산업을 보호하기 위한 조치입니다. 외국에서 어떤 상품이 너무 값싸게 들어와 그 나라의 국산품이 안 팔리면 자국민들이 큰 타격을 입겠죠. 이때 정부는 세이프가드를 발동해 수입품에 불리한 조건을 두고, 상대적으로 국산품이 이득을 볼 수 있도록 만들 수 있습니다. 통상 ‘긴급 수입제한 조치’로 번역합니다.
 
세이프가드가 국제사회에서 처음 명문화한 건 1947년입니다. 당시 미국을 비롯한 23개국은 스위스 제네바에서 현 국제무역 질서의 모태가 된 ‘관세 및 무역에 관한 일반협정’ (GATT)을 맺었습니다. 이때 맺은 GATT 19조에 세이프가드 내용이 일부 포함돼있습니다.
 
이후 1995년 출범한 세계무역기구(WTO)에서는 협정문 2조에 구체적인 세이프가드 규정을 담았습니다. 자유무역 장려를 대원칙으로 삼은 WTO 체제에서는 ▶수입 증가 ▶수입국 산업 피해 ▶수입 증가와 산업 피해와의 인과관계 등 세 가지 조건이 모두 충족된 경우에만 세이프가드를 발동하도록 합니다. 세이프가드가 남발되는 것을 막기 위해서죠.
 
[그래픽=차준홍 기자 cha.junhong@joongang.co.kr]

[그래픽=차준홍 기자 cha.junhong@joongang.co.kr]

세이프가드를 발동하는 수입국은 수입품에 의해 해당 나라의 기업들이 피해를 보았다는 사실을 객관적으로 입증해야 합니다. 또 특정 국가의 상품만을 겨냥해서 조치를 취하면 안됩니다. 수입품 규제 범위를 설정할 때도 자국 산업의 심각한 피해를 방지하거나 치유하고, 구조조정을 용이하게 하는데 필요한 최소한으로만 정하는 게 원칙입니다.
 
또 세이프가드 조치 후에는 원산지에 관계없이 해당 물품 수출국에 협의할 기회를 제공하고, 충분한 설명을 해 줘야 합니다. 향후에는 적절한 보상을 해 줄 것도 권고하고 있죠. 만일 세이프가드를 당한 상대국이 협의 결과나 보상 내용에 만족하지 못할 경우, WTO가 마련한 갈등해결 절차를 거쳐 보복 조치도 할 수 있습니다.
 
세이프가드의 구체적 방식은 크게 두 가지로 나타납니다. 수입품에 관세를 높게 매겨 자국 내 수입품 유통 가격을 높이는 게 가장 일반적입니다. 한국에서 1500원 안팎에 팔리는 소주가 외국에서 종종 1만원 넘는 가격으로 팔린다는 얘기를 들어 봤나요. 그 이유는 해외 운송비가 들어서이기도 하지만 외국에 소주가 건너갈 때 그 나라 관세를 물기 때문이죠. 이렇게 수입품에 높은 세금을 물리면 자국산 제품의 가격 경쟁력이 높아집니다.
 
때로는 관세를 올리는 대신 물량규제를 하기도 합니다. ‘이 만큼만 수입을 허용하고 그 이상은 못 들어온다’는 식으로 세이프가드를 정하는 거죠. 아예 수입품 규모를 줄이면 상대적으로 자국 제품의 시장 점유율을 높일 수 있습니다. 단 WTO는 물량규제 시 최근 3년 동안의 평균 수입량 이하로는 물량을 줄이지 못하도록 규정합니다. 관세율 조정이나 물량규제 외에 자국 기업에 대한 정부의 금융지원 등도 세이프가드가 될 수 있습니다.
 
그러면 이번에 미국이 발동한 한국산 세탁기·태양광 제품에 대한 세이프가드 내용을 살펴볼까요. 미 무역대표부(USTR)는 지난달 22일(현지시간) 수입산 세탁기와 태양광 제품에 세이프가드를 발동한다고 발표했습니다. 한국산도 이번 조치에 포함됐죠.
 
미국은 3년간 수입산 가정용 세탁기 연 120만 대에 저율관세할당(TRQ) 기준을 적용하겠다고 발표했습니다. 저율관세할당이란 쉽게 말해 관세율 조정과 물량규제를 적절히 혼합한 조치입니다. 연 120만 대까지는 상대적으로 낮은 관세(1년 차 20%, 2년 차 18%, 3년 차 16%)를 물리고, 이를 초과하는 물량에는 두 배가 넘는 관세(1년 차 50%, 2년 차 45%, 3년 차 40%)를 부과하겠다는 계획이죠. 미국은 세탁기 완성품뿐 아니라 부품에도 별도의 TRQ를 적용하기로 했습니다.
 
태양광 셀 TRQ는 연 2.5GW(기가와트)로 정했습니다. TRQ 이하는 무관세로 수입하지만 이를 초과하면 1년 차 30%, 2년 차 25%, 3년 차 20%, 4년 차 15%의 관세를 물립니다. 또 다른 태양광 제품인 태양광 모듈은 전 수입 물량에 1년 차 30%, 2년 차 25%, 3년 차 20%, 4년 차 15%의 관세를 부과할 계획입니다.
 
이렇게 막연히 숫자로만 들으면 미국이 어느 정도로 수입제한 조치를 했는지 잘 가늠하기 어렵죠. 미국 결정에 대한 우리 정부 입장을 들으면 금방 이해가 됩니다. 한국 정부는 이튿날 미국을 WTO에 제소하겠다는 공식 입장을 냈습니다. 김현종 산업통상자원부 통상교섭본부장이 지난달 23일 민관 대책회의를 소집해 “우리 업계를 대상으로 한 미국의 금번 세이프가드 조치는 과도하고 WTO 규범에 위반될 소지가 명백하다”고 말했죠. 김 본부장은 앞서 WTO 상소기구 재판관으로 활동한 경력이 있습니다.
 
한국은 이번 미국 조치가 세이프가드 발동에 필요한 세 가지 조건(수입 증가, 수입국 피해, 둘 사이의 인과 관계)을 전혀 충족하지 못한다고 보고 있습니다. WTO 제소와 별도로 미국에 보상 논의를 위한 양자협의를 요청하고, 결렬 시 보복관세를 부과하는 등 가능한 수단을 총동원해 강력히 대응하겠다는 방침입니다.
 
하지만 더 큰 문제는 이번 세탁기·태양광 세이프가드를 단독 사건으로 받아들이기 어렵다는 점입니다. 미국의 통상 압력은 산업 분야를 막론하고 전방위로 나타나는 추세입니다. ‘미국 우선주의’를 내세운 도널드 트럼프 행정부는 지난해 집권 이후 한국을 상대로 한 다양한 무역 제한 조치를 시도하고 있습니다. 미국 자동차 산업의 피해를 이유로 한·미 자유무역협정(FTA) 개정을 요구해 재협상이 시작됐고, 철강과 알루미늄 제품에 대해서도 관세를 부과하겠다고 발표했습니다. 삼성전자와 SK하이닉스가 수출하는 메모리 반도체 수입을 금지하는 방안도 검토하고 있습니다.
 
틴틴 여러분, 미국 시민들의 일자리를 되찾겠다는 트럼프 행정부의 강도 높은 무역 제재가 어떻게 나타나고 있는지 이해가 좀 됐나요. 한국 정부의 현명한 대응 방안에 대해 함께 고민해보며 알찬 신학기를 맞이하기 바랍니다.
 
심새롬 기자 saerom@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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