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중국산 메모리 반도체, 올 연말 저가 공세 예고

중국의 반도체 굴기(堀起·우뚝 섬)에 대한 위기감이 커지고 있다. 중국의 주요 반도체 업체들이 올해 말부터 한국의 주전공인 ‘메모리 반도체’를 양산하기로 하면서다.
 
반도체는 크게 기억·저장 기능을 하는 D램·낸드플래시 같은 ‘메모리 반도체’와 시스템을 제어·운용하는 ‘시스템(비메모리) 반도체’로 나뉜다. 세계 반도체 시장 4분의 3을 차지하는 시스템(비메모리) 반도체 분야는 중국의 기술 수준이 한국을 한참 앞섰다는 진단이 나온다.
 
[그래픽=차준홍 기자 cha.junhong@joongang.co.kr]

[그래픽=차준홍 기자 cha.junhong@joongang.co.kr]

현재 중국에 있는 반도체 업체 1500여 곳 중의 1000곳 이상이 시스템 반도체 팹리스(반도체 설계)일 정도로 중국은 이 분야에 집중해왔다. 25일 IC인사이츠에 따르면 2009년 세계 상위 50개 팹리스 업체 가운데 중국업체는 한 곳에 불과했지만 2016년에는 11곳으로 늘었다. 시장 점유율은 10%를 넘는다. 한국은 ‘실리콘웍스’만이 유일하게 이름을 올렸고, 점유율은 1% 아래다. 중국은 시장 규모도 우리보다 15배나 크다.
 
질적으로도 차이 난다. 중국 팹리스는 삼성전자 같은 종합반도체업체(IDM)에서 생산할 수 있는 초미세 공정으로 기술 난이도가 높은 모바일 애플리케이션프로세서(AP)까지 만들기 시작했다. 앞으로 사물인터넷(IoT)·인공지능(AI)·자율주행차 시장이 커지면서 중국의 비메모리 반도체 시장에서의 영향력은 더욱 커질 것으로 예상한다.
 
안기현 한국반도체산업협회 상무는 “중국이 반도체산업에 뛰어들면서 미국 실리콘밸리에 있는 화교를 대거 불러들였고, 팹리스에 강한 미국의 영향을 많이 받았다”고 설명했다.
 
반면 메모리 반도체에서는 한국과의 기술 격차가 크다는 평가다. 올해 3D(3차원) 낸드플래시를 내놓겠다고 밝힌 중국 YMTC의 공정기술은 32단 64GB 수준. 회로를 쌓아올리는 ‘단’수와 메모리 용량인 ‘GB’가 커질수록 높은 기술력이 필요하다. 삼성전자는 2014년 32단 128GB를 생산했고, 현재 64단 256GB를 생산하고 있다.
 
D램을 양산하겠다고 나선 푸젠진화반도체(JHICC)·이노트론 등은 현재 20나노 후반~30나노급 의 공정기술을 가진 것으로 알려졌다. 삼성전자는 2010년 30나노급 D램을 생산했고 현재는 10나노급을 생산한다. 한 반도체업계 관계자는 “메모리 반도체에서는 한국이 3년 이상 앞서 있다고 볼 수 있다”고 전했다.
 
문제는 중국의 메모리 시장 진입이 본격화하고 있다는 점이다. 중국은 세계 반도체 수요의 60% 이상을 차지한다. 중국이 저가형 제품을 시작으로 자국 내 메모리 반도체 시장 점유율을 높여가면 한국의 수출이 감소할 수밖에 없다.
 
올해 완공하는 중국 업체의 메모리 반도체 공장 세 곳의 생산능력은 삼성전자 생산량의 23% 수준(월 26만장)으로 추정된다. 모건스탠리·IHS마킷 등은 공급 확대를 이유로 올해 낸드·D램 가격의 하락을 예상하고 있다. 안 상무는 “중국의 초기 기술 수준은 낮겠지만 저가 공략을 펼칠 가능성이 크다”며 “결국 혼자 먹던 파이를 나눠 먹는 식이 될 것”이라고 예상했다.
 
더욱 위협적인 것 대대적인 투자 공세다. 중국 정부는 현재 15%에 못 미치는 반도체 자급률을 오는 2025년 70%까지 끌어올리기 위해 최대 1조 위안(약 170조원)을 투자하겠다고 밝힌 바 있다.
 
인수합병(M&A)도 공격적이다. 해외 우수 반도체 업체를 인수하면 큰 힘을 들이지 않고 단숨에 경쟁력을 확보할 수 있다. 예컨대 칭화유니그룹은 2014년 RDA마이크로일렉트로닉스를 인수해 반도체 설계 기술을 확보했다. 이후 대만 반도체 파운드리를 인수해 생산 기술력을 높였고, 현재 IDM으로서 메모리 반도체 생산에 나섰다.
 
주대영 산업연구원 연구위원은 “최근 중국은 기술진입 장벽이 상대적으로 낮은 메모리에 집중하고 있는데, 한국 기업 매출의 90% 이상을 메모리가 차지하고 있는 점을 감안하면 위협적인 요인”이라며 “결국 중국의 추격 속도 만큼 우리도 기술 개발 속도를 높여야 한다”라고 말했다.
 
중국이 거대 내수시장을 중심으로 경쟁력을 키우면서 대만 반도체 업체와 합종연횡할 경우, 메모리 분야에서의 추격 속도는 훨씬 빨라질 수 있을 것이라는 예상이 많다. 반도체장비업체인 쿨리케앤소파 찬핀 총 부회장은 “한국이 아직 메모리 분야에서 우위를 보이고, 재원을 충분히 갖고 있을 때 다른 반도체 분야로 산업 생태계 다변화를 서둘러야한다”고 조언했다.
 
최현주 기자 chj80@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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