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볼보 이어 벤츠 최대 주주로 … ‘자동차왕’된 거리의 사진사

중국 저장성의 가난한 농촌 출신 기업인이 세계를 놀라게 했다. 리수푸 저장 지리홀딩스 회장은 2010년 스웨덴 볼보자동차를 인수한 데 이어 최근 독일 다임러의 최대주주가 됐다. [중앙포토]

중국 저장성의 가난한 농촌 출신 기업인이 세계를 놀라게 했다. 리수푸 저장 지리홀딩스 회장은 2010년 스웨덴 볼보자동차를 인수한 데 이어 최근 독일 다임러의 최대주주가 됐다. [중앙포토]

1982년 중국 저장성(浙江省) 타이저우(台州)의 한 시골 마을. 고등학교를 졸업한 19세의 청년 리수푸(李書福)는 아버지에게 120위안을 빌려 사진기 한 대를 샀다. 현재 환율로는 약 2만원에 해당한다. 청년은 열심히 마을과 공원을 돌아다니며 사람들의 사진을 찍어주고 돈을 받았다. 이렇게 1년을 일하자 사진관을 차릴 정도의 돈이 모였다. 덩샤오핑이 개혁개방의 깃발을 높이 들었던 시점과 맞아 떨어졌다. 당시 “검은 고양이든, 흰 고양이든 쥐만 잘 잡으면 된다”는 흑묘백묘론(黑猫白猫論)은 청년에게 큰 힘이 됐다.
 
36년 전 ‘거리의 사진사’는 세계가 주목하는 거물급 기업인으로 변신했다. 블룸버그 통신이 평가한 리수푸 회장의 재산은 138억 달러(약 14조8000억원)다. 세계 갑부 순위는 96위에 올랐다. 리 회장이 창업한 ‘저장 지리홀딩스’는 미국의 경제전문지 포천이 선정한 ‘글로벌 500대 기업’ 중 343위를 차지했다. 이 회사의 지난해 매출액은 2700억 위안(약 46조원)에 달한다.
지리홀딩스 기업 개요
● 본사 : 중국 항저우(杭州)
● 설립 : 1986년
● 총자산 : 2067억 위안(약 35조2000억원)
● 매출 : 2050억 위안(약 34조9000억원)
● 영업이익 : 138억 위안(약 2조3500억원)
● 직원수 : 약 7만 명
*자산·매출·영업이익은 2016년 기준
[자료 : 블룸버그]  
 
리 회장의 야망은 거침이 없다. 2010년에는 스웨덴의 볼보자동차를 18억 달러(약 1조9000억원)에 인수하면서 세계를 놀라게 했다. 최근에는 메르세데스 벤츠의 모기업 다임러의 최대주주가 됐다. 리수푸는 다임러의 지분 9.7%를 92억 달러(약 9조9000억원)에 사들였다. 전략적 제휴나 인수합병(M&A)과 상관없이 주식시장에서 모아들인 지분이다. 다임러의 기존 최대주주였던 쿠웨이트 정부펀드(6.8%)와 2대 주주였던 르노·닛산그룹(3.1%)이 보유한 지분을 크게 앞질렀다. 이 소식으로 26일 홍콩 증시에서 지리홀딩스의 자회사인 지리자동차는 6% 넘게 주가가 올랐다.
 
‘자동차 제국’을 향한 리 회장의 열정은 어린 시절로 거슬러 올라간다. 집이 가난해서 장난감을 살 수 없었던 그는 진흙으로 빚은 자동차 모형을 갖고 놀았다. 그는 과거 미국의 경제전문지 포브스와 인터뷰에서 “내가 살던 농촌 마을에선 아무도 자동차를 살 돈이 없었다. 나는 장난감조차 살 돈이 없었다. 그저 부러워할 뿐이었다”고 회고했다.
 
그에겐 언젠가 큰 부자가 될 것이란 꿈과 기업가 정신이 있었다. 사진관을 하면서 필름 현상 용액을 접한 그는 화학적으로 은 성분을 분리해 내는 방법을 발견했다. 그러자 더 많은 돈을 벌기 위해 귀금속 제련 사업에 뛰어들었다. 종잣돈을 불린 그는 23세 때인 1986년 가족들과 함께 냉장고 부품(증발기) 사업을 시작했다. 현재 지리홀딩스는 이때를 출발점으로 기념한다. 이후 리수푸는 인테리어 자재 업체를 거쳐 오토바이 사업에서도 대성공을 거둔다.
 
리수푸는 1996년 자동차 사업의 시작을 벤츠와 함께했다. 당시 2대의 벤츠를 사들여 샅샅이 분해하며 연구했다. 1998년 첫 자동차 생산은 망치로 철판을 두드리고 부품을 조립하는 수작업으로 이뤄냈다. 마침내 2002년 기회가 왔다. 중국의 세계무역기구(WTO) 가입과 함께 자동차 생산 허가를 받은 그는 대우자동차의 설비를 도입해 ‘지리CK’라는 차종을 생산하기 시작했다. 중국 경제의 고도 성장과 함께 지리자동차는 날개 돋친 듯이 팔려 나갔다.
 
리 회장은 전기차와 ‘로보 택시’ 등 자율주행차 분야에서 다임러와 손을 잡고 싶어 한다. 기술력이 부족한 중국 업체 단독으로는 도전하기 어려운 분야다. 다임러는 그동안 리 회장의 제안을 거절하는 입장이었다. 이미 중국에서 베이징자동차와 비야디자동차(BYD) 등과 제휴 계약을 맺었기 때문이다.
 
리 회장은 노골적으로 자신의 의도를 드러냈다. 보도자료를 통해 “세계적으로 전기차 분야를 선도하는 길에 다임러와 함께할 수 있어 특별히 기쁘게 생각한다”고 밝혔다. 그는 또 “위기에는 기회가 함께 온다”며 “어느 자동차 업체도 단독으로는 외부 침입자들과 전투에서 이길 수 없다”고 주장했다. 구글과 애플 등 자율주행차 분야를 노리는 ‘정보기술(IT) 공룡’에 강한 경계심을 보인 것이다.
 
리 회장은 중국인 특유의 ‘만만디(慢慢的) 전략’을 펴고 있다. 그는 “당분간 추가로 지분을 인수할 의도가 없다”고 말했다. 블룸버그 등 외신은 ‘당분간’이란 단어에 주목한다. 다임러는 특정한 주인이 없는 회사다. 리 회장이 중장기적으로 지분율을 높여 나간다면 다임러 경영권에 잠재적인 위협 요인이 될 수 있다.
 
다임러 경영진과 독일 정부는 겉으로는 태연한 척하지만 속으로는 긴장하는 분위기다. 서둘러 면담 일정을 잡고 리 회장의 속뜻이 무언지 파악에 나섰다. 블룸버그는 “리 회장은 유럽 자동차 산업의 심장부에 ‘오성홍기(중국의 국기)’를 꽂았다”며 “26일(현지시간) 다임러의 디터 제체 회장, 27일에는 앙겔라 메르켈 총리의 측근인 라스 헨릭 롤러 경제자문관이 리 회장을 만날 예정”이라고 전했다.
 
◆리수푸(李書福)
1963년 중국 저장성(浙江省) 타이저우(台州)의 시골 마을에서 태어났다. 고교 졸업 후 사진관을 하며 모은 돈으로 1986년 냉장고 부품 공장을 세웠다. 1993년 오토바이 사업에 이어 1996년 자동차 사업에 뛰어들었다. 뒤늦게 허베이성(河北省) 옌산(燕山)대학에 들어가 공학을 전공했다. 1998년 첫 자동차 생산에 이어 2002년 한국의 대우차 생산설비를 도입해 ‘지리CK’란 차종을 출시했다. 2010년 스웨덴 볼보자동차를 인수하면서 세계적인 주목을 받았다. 전국인민정치협상회의(정협) 위원에 3차례 연임했고, 중국 최대의 경제단체인 중화전국공상연합회 부주석을 맡고 있다.

 
주정완 기자 jwjoo@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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