preLoad Image preLoad Image
검색 바로가기
주메뉴 바로가기
주요 기사 바로가기
다른 기사, 광고영역 바로가기
중앙일보 사이트맵 바로가기

[단독] “그럴 수도 있지” “강간 아닌 게 다행” … 덮자는 동료들에 더 상처 받는다

[중앙포토]

[중앙포토]

서울의 한 디자인 회사에 다니던 정모(30)씨는 지난 22일 회사를 그만뒀다. 회식 자리에서 회사의 A 고문(46)에게 성추행을 당한 후다. 성추행은 이달 초 서울 마포구의 한 술집에서 있었던 회식 자리에서 발생했다. A 고문은 정씨에게 다가와 신체접촉을 시도했고 정씨가 거부했지만 팔을 움켜쥐며 몸을 밀착시켰다고 한다. 이후 그는 정씨의 손을 본인의 가슴과 복부에 대기도 했다고 한다. 정씨는 "끔찍한 술자리였지만 나를 더 힘들게 한 건 B 과장의 '2차 가해'였다"고 말했다.  
 
정씨는 A고문에게 성추행을 당한 후 회식 장소에서 나와 길거리에 주저앉아 있었다고 했다. 이때 B과장이 나와 머리를 쓰다듬으려 했고 이를 거부하자 "왜 그렇게 경계 하냐. 사회성을 키우라"며 면박을 줬다고 한다. 
 
결국 정씨는 회사를 그만두고 지난 23일 경찰에 A 고문을 성추행을 당했다고 신고했다. 기자는 해당 회사 입장을 듣기 위해 수차례 연락을 했지만 답변을 들을 수 없었다.
 
대구경북 여성단체연합의 한 회원이 1일 오전 대구지방검찰청 앞에서 흰 장미를 들고 검찰 내 성폭력 사건의 진상규명을 촉구하고 있다. 흰 장미는 성폭력 피해 고발 캠페인인 ‘미투’를 상징한다. [연합뉴스]

대구경북 여성단체연합의 한 회원이 1일 오전 대구지방검찰청 앞에서 흰 장미를 들고 검찰 내 성폭력 사건의 진상규명을 촉구하고 있다. 흰 장미는 성폭력 피해 고발 캠페인인 ‘미투’를 상징한다. [연합뉴스]

문화계를 비롯한 각계에서 여성들이 성폭력 피해를 공개하며 변화를 촉구하는 미투(#MeToo·나도 당했다)운동이 잇따르고 있다. 특히 사건 당시 목격자들이 있었음에도 이를 묵인하거나 방조하는 사례도 상당하다. 
 
성폭력 피해자들은 "피해도 피해지만 알면서도 묵인하거나 '그럴 수도 있지'라고 말했던 동료들에게 받은 수치심도 크다"고 말한다. 디자인 회사에 다녔던 정씨는 26일 중앙일보와의 통화에서 "성추행을 당한 것도 힘들었지만 회사 동료의 침묵과 오히려 나를 비난하는 듯한 언행이 큰 상처가 됐다"고 말했다.
 
전북의 여성 연극 배우 송원(31)씨도 8년 전 한 야유회에서 극단 '명태' 최경성(50) 대표에게 성추행을 당하고 동료들에게 알렸지만 외면받았다고 했다. 송씨에 따르면 최 대표는 "극단의 앞날에 대해 얘기하자"며 송씨를 지난 2010년 1월 15일 충남 대천의 한 모텔로 억지로 끌고 갔다고 한다. 완강히 저항해 성관계는 피했지만 송씨는 그날 뜬 눈으로 밤을 지샜다. 
 
이후 동료들에게 도움을 청했지만 다들 "강간 당하지 않았으니 다행"이라고 말했다고 한다. 충격을 받은 송씨가 극단을 탈퇴하자, 오히려 단원들은 "송씨가 남자관계가 복잡해 극단에서 내쫓았다"는 최 대표의 말을 믿었다고 한다. 송씨는 26일 전북경찰청에서 기자들을 만나 이런 내용을 밝혔다. 최 대표는 이를 인정하고 사죄했다.   
 
[중앙포토]이윤택, 노 연출가의 성추행 사과

[중앙포토]이윤택, 노 연출가의 성추행 사과

정애향 대구 수성구 의원도 "내가 성추행 당하는 걸 동료 의원들이 모두 봤는데도 가해 의원에 대한 제명위원회가 열렸을 때 불승인됐다"며 "그때 느낀 수치심은 이루 말할 수가 없었다"고 말했다. 
 
정 구의원에 따르면 그는 지난해 9월 제주도에서 수성구 의원 연수 중 성추행을 당했다. 저녁 식사를 마치고 호텔로 돌아오는 버스에서 술에 취한 동료 구의원이 신체 접촉을 시도했다. 숙소에 돌아와서는 "몸 한번 보자"며 정 구의원의 객실에 진입을 시도했다. 구의회에서는 윤리위원회를 열어 해당 의원 제명안에 대해 투표했지만 8명 찬성, 8명 반대, 3명 기권으로 무산됐다.  
 
전문가들은 동료의 묵인으로 피해자가 고립되면서 성폭력이 끊임없이 용인될 수 있다고 경고한다. 윤김지영 건국대 몸문화연구소 교수는 이런 악순환을 '강간문화'라고 표현했다. 
 
그는 "왜 이윤택, 조민기 사건 같은 일이 계속해서 반복해서 나타나는가를 살펴봐야 한다"며"직급이 높은 사람이 여성을 대상으로 성폭력을 저지른 것을 보고도 동료나 주변사람들이 침묵한다는 건 나중에 그 자리에 올라갔을 때 똑같은 일을 반복하는 것과 마찬가지"라고 말했다.  
 
대구·전주=백경서·김준희 기자 baek.kyungseo@joongang.co.kr
 
AD
온라인 구독신청 지면 구독신청

중앙일보 핫 클릭

PHOTO & VIDEO

shpping&life

뉴스레터 보기

김민석의 Mr. 밀리터리 군사안보연구소

군사안보연구소는 중앙일보의 군사안보분야 전문 연구기관입니다.
군사안보연구소는 2016년 10월 1일 중앙일보 홈페이지 조인스(https://news.joins.com)에 문을 연 ‘김민석의 Mr. 밀리터리’(https://news.joins.com/mm)를 운영하며 디지털 환경에 특화된 군사ㆍ안보ㆍ무기에 관한 콘텐트를 만들고 있습니다.

연구소 사람들
김민석 소장 : kimseok@joongang.co.kr (02-751-5511)
국방연구원 전력발전연구부ㆍ군비통제센터를 거쳐 1994년 중앙일보에 입사한 국내 첫 군사전문기자다. 국방부를 출입한 뒤 최장수 국방부 대변인(2010~2016년)으로 활동했다. 현재는 군사안보전문기자 겸 논설위원으로 한반도 군사와 안보문제를 깊게 파헤치는 글을 쓰고 있다.

박용한 연구위원 : park.yonghan@joongang.co.kr (02-751-5516)
‘북한의 급변사태와 안정화 전략’을 주제로 북한학 박사를 받았다. 국방연구원 안보전략연구센터ㆍ군사기획연구센터와 고려대학교 아세아문제연구소 북한연구센터에서 군사ㆍ안보ㆍ북한을 연구했다. 2016년부터는 중앙일보에서 군사ㆍ안보 분야 취재를 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