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주일 굳게 닫힌 천주교 성당…성폭력 가해 신부 사제복 벗나

주일인 25일 수원의 한 성당 문이 굳게 닫혀있다. 이 성당은 미투 운동 과정에서 가해자로 지목된 천주교 수원교구 한 모 신부가 최근까지 주임신부를 지냈다. 김민욱 기자

주일인 25일 수원의 한 성당 문이 굳게 닫혀있다. 이 성당은 미투 운동 과정에서 가해자로 지목된 천주교 수원교구 한 모 신부가 최근까지 주임신부를 지냈다. 김민욱 기자

천주교 수원교구 소속의 한 모 신부가 2011년 선교 봉사차 아프리카 수단에 온 한국인 여성 신자를 성폭행 하려 했다는 폭로가 나왔다. 수원교구는 해당 신부를 중징계하고, 모든 직무를 정지시켰다. 한 신부가 주임을 맡았던 성당은 당분간 ‘미사’가 진행되지 않는다. 사실상 잠정 폐쇄다. 
 
25일 오전 10시쯤 경기도 수원의 한 성당. ‘주일’임에도 유리 출입문은 굳게 닫혀 있었다. 전날 이 성당의 출입문은 외부에서 안을 들여다볼 수 없도록 흰색 종이로 가려놨었는데, 이날은 모두 뗐다. 대신 출입문 위로는 “2월 25일~3월 2일까지 본당 사정으로 인해 미사는 없습니다. 인근 성당을 이용해주십시오”라는 안내문이 붙었다. 밑엔 가까운 성당 두 곳의 주일 미사 시간이 적힌 또 다른 안내문도 붙었다.
 
이를 미리 확인하지 못한 일부 신자들은 이날 오전 10시 30분부터 집전되는 미사에 참석하러 왔다 발길을 돌려야 했다. 50대 후반의 한 신자는 “(한 신부의 일에 대해) 충격적이고, 혼란스럽다”고 말했다. 

천주교정의구현전국사제단 인터넷홈페이지 화면. 행동하는 신앙의 양심이라고 쓰여 있다. [사진 천주교정의구현사제단 인터넷홈페이지 화면 캡처]

천주교정의구현전국사제단 인터넷홈페이지 화면. 행동하는 신앙의 양심이라고 쓰여 있다. [사진 천주교정의구현사제단 인터넷홈페이지 화면 캡처]

 
한 신부는 천주교 정의구현전국사제단 소속으로 활발히 사회와 소통해왔다. 평택 쌍용자동차 사태부터 안산 세월호 참사, 수원 공군비행장 이전 등과 관련해서도 목소리를 높여왔다. 이에 경기지역 시민사회단체도 상당한 충격을 받았다. 익명을 요구한 시민사회단체 한 관계자는 “한 신부가 그동안 적극적으로 사회활동에 앞장서면서 지역 사회 등에서 존경을 받아 왔는데…”라며 말을 잇지 못했다. 
 
앞서 지난 23일 수원 교구는 미투 폭로 이후 이 성당 주임신부를 맡고 있던 한 신부의 주임신부 직을 박탈하고, 미사 집전을 할 수 있는 자격도 정지시켰다. 이어 25일에는 수원 교구장 이용훈 주교의 명의로 ‘수원 교구민에게 보내는 교구장 특별 사목 서한’을 발표하며 사죄한 뒤 사제를 대상으로 한 일종의 ‘성폭력 예방 교육’을 하겠다는 뜻도 밝혔다. 천주교는 교구 중심 체제로 교구의 일에 대해서는 교구장이 전권을 행사한다.
대구경북 여성단체연합의 한 회원이 이달초 검찰 내 성폭력 사건의 진상규명을 촉구하고 있다. 흰 장미는 성폭력 피해 고발 캠페인인 ‘미투’를 상징한다. [연합뉴스]

대구경북 여성단체연합의 한 회원이 이달초 검찰 내 성폭력 사건의 진상규명을 촉구하고 있다. 흰 장미는 성폭력 피해 고발 캠페인인 ‘미투’를 상징한다. [연합뉴스]

 
이 주교의 서한 어디에도 징계위원회를 연다거나 가해자인 한 신부의 사제직 박탈 등 추가 징계에 대한 언급은 일절 없다. 또 피해자 김 모씨가 요구한 교구 내 성폭력 피해 전수 조사에 대해서도 아무런 답을 내놓지 않았다. 23일 이후 천주교 수원교구의 인터넷 홈페이지는 의견을 개진하는 게시판 기능은 오히려 아예 폐쇄된 상태다.    
 
한 신부는 정의구현사제단 회원이다. 운영위원회에서 직무를 맡을 만큼 핵심 멤버다. 성폭력 사건이 보도되자 정의구현사제단에서 자진 탈퇴했다. 각종 사회적 이슈에 대해 거리낌 없이 입장을 내놓던 정의구현사제단도 내부 구성원인 한 모 신부의 성폭력 사건에 대해서는 현재까지 아무런 입장을 내놓지 않고 있다. 
 
성범죄의 형법상 공소시효는 10년이다. 한 신부의 경우 아직 공소시효가 남아 있다. ‘피해자가 고소 등 처벌 의사를 표현해야만 성범죄를 처벌할 수 있다’는 성범죄 친고죄 조항은 2013년 6월에 폐지됐다. 그 이전에 발생한 성범죄 사건은 피해자가 고소해야만 처벌이 가능하지만, 그 이후에 발생한 사건은 고소 여부와 상관없이 검찰 수사와 처벌이 가능하다. 그런데 상습적인 성범죄는 2013년 6월 이전이라 하더라도 친고죄 적용을 받지 않는다. 한 신부는 2011년 11월부터 이듬해 피해자가 귀국하기 전까지 11개월 동안 수차례에 걸쳐 성폭행을 시도했다고 피해자는 주장하고 있다.       
 
경찰은 한 신부에게 피해를 본 피해자를 접촉한 뒤에 수사 여부를 결정한다는 방침이다. 경기남부경찰청 관계자는 “의혹이 제기된 만큼 먼저 사실관계를 정확히 확인해 봐야 한다”며 “우선 피해자와 직접 접촉한 뒤에 수사 여부를 결정할 것”이라고 말했다.
 
수원=김민욱·최모란 기자, 백성호 기자 kim.minwook@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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