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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예루살렘 美대사관 5월 이전' 펜스&쿠슈너가 밀어붙였다

이스라엘 국기 뒤로 예루살렘 올드시티가 보인다.

이스라엘 국기 뒤로 예루살렘 올드시티가 보인다.

미국의 ‘예루살렘 대사관 이전’ 시계가 한층 빨라졌다. 팔레스타인 등 중동·아랍권의 반발에도 아랑곳하지 않고 오는 5월 14일 이스라엘 건국 70주년 기념일 전까지 1차로 마무리한다는 계획이다. 대사관 신규 건립에 드는 비용을 유대인 카지노 재벌로부터 후원받는 방안까지 검토 중이다.
 
미 국무부는 지난 23일(현지시간) 성명을 통해 "이스라엘 건국 70주년에 맞춰 오는 5월 예루살렘에 새로운 미 대사관이 문을 열 계획"이라고 기습 발표했다. 이에 따르면 텔아비브 대사관에서 근무해온 데이비드 프리드먼 대사 등 직원들이 석달 내 예루살렘 아르노나 지역의 미 영사관 건물에 입주하고 향후 상주 부지를 물색할 방침이다.  
 
지난해 12월 6일 도널드 트럼프 미 대통령이 예루살렘을 이스라엘의 수도로 공식 선언하면서 미 대사관의 예루살렘 이전을 공약하긴 했지만 실행은 2019년에나 가능할 것으로 예상돼 왔다. 중동·아랍권의 반발은 차치하고서라도 대사관 부지 확보와 5억 달러에 이르는 건립 비용도 부담이기 때문이다. 지난 1월 스티브 골드스타인 국무부 차관은 아예 “비용이 너무 든다”는 이유로 신규 건설을 백지화하는 의견을 내비치기도 했다.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은 지난해 현직 미국 대통령으로선 처음으로 예루살렘 성지인 ‘통곡의 벽’을 방문했다. 이 자리에서 트럼프는 유대인 전통 모자인 키파를 쓰고 벽에 손을 대는 등 추모 의식을 했다. [예루살렘 AFP=연합뉴스]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은 지난해 현직 미국 대통령으로선 처음으로 예루살렘 성지인 ‘통곡의 벽’을 방문했다. 이 자리에서 트럼프는 유대인 전통 모자인 키파를 쓰고 벽에 손을 대는 등 추모 의식을 했다. [예루살렘 AFP=연합뉴스]

하지만 이 발언이 ‘대사관 이전 강경론자’들인 마이크 펜스 부통령과 재러드 쿠슈너 백악관 선임고문의 격노를 불렀다고 타임지가 행정부 관료를 인용해 24일 보도했다. 트럼프 대통령의 맏딸 이방카 트럼프의 남편이자 유대인인 쿠슈너 고문은 친이스라엘 기조의 미국 신중동정책을 주도해온 것으로 알려진다. 이후 골드스타인 차관은 대사관 이전 계획에서 배제된 것으로 보이며 23일 국무부는 “신규 대사관 건설이 시간을 두고 진행될 것”이라고 발표하기에 이르렀다.
 
심지어 새 예루살렘 대사관 건립 비용을 쾌척하겠다는 후원자도 나타났다. AP통신에 따르면 트럼프 대통령의 후원자이자 손꼽히는 유대인 부호인 셸던 아델슨 라스베이거스 샌즈 최고경영자(CEO)가 건립 비용을 부담하겠다고 해 국무부가 적법성 여부를 검토 중이다. 리조트·카지노 사업 등으로 일군 자산이 400억 달러(약 43조원)에 이르는 아델슨 회장은 트럼프 대선 캠프에 1억 달러를 기부하는 등 막강한 '큰손' 역할을 해왔다.  
 
뉴욕타임스(NYT)에 따르면 미 정부가 해외 대사관저 보수를 위해 개인 기부를 받은 적은 있지만 대사관 건립까지 포함하는 막대한 비용의 기부는 전례가 없다. NYT는 아델슨 회장의 기부로 인해 미국 외교정책이 사유화 혹은 정치화를 우려하는 목소리가 있다고 전했다.    
 
그래픽=차준홍 기자 cha.junhong@joongang.co.kr

그래픽=차준홍 기자 cha.junhong@joongang.co.kr

미국의 대사관 조기 이전 계획이 알려지자 팔레스타인 측은 거세게 항의하고 나섰다. 사에브 에레카트 팔레스타인해방기구(PLO) 사무총장은 미 행정부의 대사관 이전 결정은 “뻔뻔한 국제법 위반 행위이자 노골적인 도발”이며 이스라엘과 팔레스타인 분쟁 해결을 위한 '2국가 해법'을 파기하는 것이라고 지적했다.
 
특히 팔레스타인인들은 대사관 이전 D데이로 이스라엘 건국 70주년 기념일이 선택된 데에 격앙하고 있다. 팔레스타인 수십만명이 거주지에서 쫓겨나게 된 1948년 5월14일을 팔레스타인은 ‘나크바’ 즉 ‘대재앙의 날’로 부르고 있다. 
 
아랍연맹(AL)의 아흐메드 아불 게이트 사무총장도 24일 성명을 내고 "미국의 결정은 팔레스타인인들과 이스라엘인의 평화와 공존을 위한 마지막 희망을 사라지게 할 것"이라고 비판했다. 터키 외교부도 "매우 우려스럽다"며 "터키는 팔레스타인의 정당한 권리 보호 노력을 계속해나갈 것"이라고 강조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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반면 이스라엘 카츠 이스라엘 정보장관은 자신의 트위터 계정에 "독립 70주년 기념일에 이보다 더 큰 선물은 없다"며 미국의 대사관 이전 계획을 "가장 정당하고 올바른 조치"라고 환영했다.
 
미국의 예루살렘 대사관 이전이 가시화할수록 이에 반대하는 팔레스타인 측의 유혈 시위도 거세질 전망이다. 트럼프 대통령의 예루살렘 선언 이후 이스라엘 측과 충돌로 숨진 팔레스타인인은 20명이 넘는다. 팔레스타인 서안지구에 위치한 비르제트 대학교의 가산 카디브 교수는 NYT에 “이번 이전 계획으로 인해 미국 중동정책이 이스라엘 편향이라는 인식을 강화할 수 있다”고 경고했다.
 
강혜란 기자 theother@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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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북한의 급변사태와 안정화 전략’을 주제로 북한학 박사를 받았다. 국방연구원 안보전략연구센터ㆍ군사기획연구센터와 고려대학교 아세아문제연구소 북한연구센터에서 군사ㆍ안보ㆍ북한을 연구했다. 2016년부터는 중앙일보에서 군사ㆍ안보 분야 취재를 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