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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환자 유치만 급급 안전은 뒷전"...밀양 세종병원 참사 한 달

지난달 26일 경남 밀양 세종병원에서 발생한 화재로 192명의 사상자가 발생했다. [연합뉴스]

지난달 26일 경남 밀양 세종병원에서 발생한 화재로 192명의 사상자가 발생했다. [연합뉴스]

192명의 사상자를 낸 밀양 세종병원 화재 참사가 26일로 한 달이다. 51명(화재사 인정 42명) 사망자의 장례절차는 끝났지만, 경찰은 화재가 대형 인명 피해로 이어진 원인을 계속 수사하고 있다. 이 과정에서 병원 관계자와 공무원 등 11명을 업무상 과실치사상·건축법·의료법 위반 혐의 등으로 구속하거나 불구속 입건했다. 그동안 밀양 세종병원 화재사건 수사본부(이하 수사본부) 수사 등으로 드러난 세종병원의 비리 백태를 정리했다.  
 
지난달 26일 오전 7시30분쯤 경남 밀양 세종병원 응급실에서 화재가 발생해 소방대원들이 화재를 진압하고 있다. [사진 경남경찰청]

지난달 26일 오전 7시30분쯤 경남 밀양 세종병원 응급실에서 화재가 발생해 소방대원들이 화재를 진압하고 있다. [사진 경남경찰청]

◇무리한 증·개축, 당국의 허술한 대처가 피해 키운 주범=세종병원 화재는 10년 넘게 저질러진 불법과 탈법을 관계 당국이 제대로 대처하지 않아 화를 키웠다. 세종병원은 2005년 4월~2006년 7월 증축과정에 창고·비 가림막 등 불법 구조물을 설치했다. 그러나 밀양시는 5년이 지난 2011년 초 불법 사실을 확인했다. 처벌과 원상복구가 가능한 건축법 공소시효(5년)가 거의 지난 시점이었다. 하지만 비 가림막 등은 길에서도 쉽게 눈에 띄는 불법 구조물이어서 4년 넘게 몰랐다는 데 의문이 남는다.  
 
사상자 발생에 영향을 끼친 '불법 비 가림막' 송봉근 기자

사상자 발생에 영향을 끼친 '불법 비 가림막' 송봉근 기자

당시 설치된 불법 구조물은 이번 화재에서 가장 많은 사망자가 나온 2층 비 가림막 시설과 5층(실제 4층) 창고와 6층 식당(실제 5층)으로 총 147㎡ 규모다. 경찰은 지난달 26일 오전 7시 31분쯤 응급실 쪽 탕비실 천장에서 누전으로 화재가 발생한 후 불법 비 가림막 시설 때문에 유독가스 등이 외부로 제대로 배출되지 못해 피해를 키운 것으로 보고 있다. 특히 세종병원이 증축 당시 밀양시에 제출한 도면에는 1층 계단에 방화문 2개가 설치된 것으로 나온다. 그러나 경찰이 확보한 2008년 도면에는 이 방화문이 없었다. 결국 1층 화재 현장에서 발생한 유독가스는 방화문이 없는 중앙계단을 타고 2층 이상으로 급속히 번지면서 수많은 사상자를 낸 것이다.
 
밀양 세종병원. [중앙 포토]

밀양 세종병원. [중앙 포토]

더구나 효성의료재단은 2014년을 전후해 세종병원과 연결된 요양병원 인근의 장례식장(81㎡·2017년 철거, 현재 신축 중)에 비 가림막 시설과 창고 등 불법 구조물을 추가했다. 밀양시는 이것도 까맣게 몰랐다. 화재 직후 경찰 수사로 불법 구조물 추가 설치가 드러났다. 경찰 관계자는 “추가로 불법 증축된 부분은 아직 공소시효가 남아 있어 법적 처리가 가능하다”고 말했다.    
  
공무원 과실이 직접 드러난 부분도 있다. 수사본부는 지난 12일 밀양시 전·현직 보건소 공무원 2명을 허위공문서 작성 및 행사 혐의로 불구속 입건했다. 이들은 2012년 정부 지침으로 세종병원 등에 대한 안전 점검을 하면서 자가 발전시설에 대한 시정 명령을 내린 뒤 실제 병원 측에서 제 기능을 못 하는 중고 발전기(200만원 상당)를 설치했는데도 아무 이상이 없는 것처럼 보고서를 허위로 작성한 혐의다. 이것은 그동안 자치단체가 병원에 대한 안전 점검을 얼마나 허술하게 진행했는지를 단적으로 보여주는 사례다. 경찰은 방화벽·자가발전기, 불법 증·개축 부분이 인명피해를 키운 것으로 보고 효성의료재단 이사장 손모(56)씨와 세종병원 총무과장이자 소방안전관리자인 김모(38)씨, 효성의료재단 행정이사 우모(56·여)씨를 업무상 과실 치사상 혐의 등으로 구속했다. 이 중 손씨와 김씨는 검찰에 기소의견으로 송치했다. 또 같은 혐의로 병원장 석모(54)씨를 불구속 입건했다.  
지난달 29일 오전 밀양시 상남면 밀양경찰서에서 수사부본부장인 김한수 경남지방경찰청 형사과장 등이 세종병원 화재 참사 수사 브리핑을 하고 있다. [중앙 포토]

지난달 29일 오전 밀양시 상남면 밀양경찰서에서 수사부본부장인 김한수 경남지방경찰청 형사과장 등이 세종병원 화재 참사 수사 브리핑을 하고 있다. [중앙 포토]

 
◇‘알바 의사’·‘벌집 병실’ 등 기형적 병원으로 바뀐 세종병원=경찰은 보건소에 신고 없이 당직 의사로 활동한 혐의(의료법 위반)로 정모(52·여), 이모(34), 황모(36)씨 등 의사 3명도 이번에 불구속 입건했다. 이들은 세종병원 인근 병원에 근무하면서 보건소에 신고 없이 세종병원에서 당직 의사로 활동한 혐의다.  
 
세종병원은 2008년 손 이사장이 효성의료재단을 인수할 당시 40병상에서 최근 95병상까지 증가했다. 환자 수는 많이 늘어났지만, 의료진이 부족하자 이렇게 ‘알바 의사’를 불법으로 고용해 운영한 것이다. 의사뿐 아니었다. 세종병원은 2014년 1월 1일부터 7월 31일까지 당직 때 간호사를 2명 미만으로 배치해 운영한 혐의(의료법 위반)로 같은 해 검찰에 약식 기소됐다. 창원지검 밀양지청 관계자는 “원래 당직 때 의사 1명과 간호사 2명이 근무해야 하는데 세종병원은 간호사는 1명 혹은 아무도 없이 간호조무사나 요양보호사로 대체해 근무한 혐의였다”며 “그 결과 손 이사장과 효성의료재단은 각각 100만원씩 벌금을 물었다”고 말했다.  
경남 밀양 세종병원 화재 참사 나흘째인 지난달 29일 오전 박일호 밀양시장(왼쪽)이 세종병원 인근 농협 2층 임시 기자실에서 브리핑 전에 사과하고 있다. [중앙 포토]

경남 밀양 세종병원 화재 참사 나흘째인 지난달 29일 오전 박일호 밀양시장(왼쪽)이 세종병원 인근 농협 2층 임시 기자실에서 브리핑 전에 사과하고 있다. [중앙 포토]

 
세종병원의 2016년 진료 인원을 기준으로 보면 의료법상 필수 상근 인력은 의사 6명, 간호사 35명이다. 하지만 세종병원 근무 인원은 의사 3명(비상근 1명 포함), 간호사 6명에 불과했다. 상황이 이런대도 보건소가 세종병원의 의료진 축소 운영을 적발한 것은 개원 이후 현재까지 2014년 한차례뿐이었다. 보건소는 해마다 자체점검을 벌였지만 아무 이상을 찾지 못했다. 보건소 관계자는 “근무일지 등을 보고 병원 의료진 수를 확인할 뿐 적정 의료진 수를 갖췄는지 확인은 힘들다”고 말했다. 경찰은 이번에 세종요양병원 의사와 간호사 2명을 자격 없이 의약품을 제조한 혐의(약사법 위반)도 추가로 밝혀내 불구속 입건했다.  
 
최치훈 경남경찰청 과학수사 계장이 지난달 28일 오후 경남 밀양시 가곡동 세종병원 화재현장에서 3차 합동감식결과에 대한 브리핑을 하고 있다. [중앙 포토]

최치훈 경남경찰청 과학수사 계장이 지난달 28일 오후 경남 밀양시 가곡동 세종병원 화재현장에서 3차 합동감식결과에 대한 브리핑을 하고 있다. [중앙 포토]

이처럼 병원을 관리·감독해야 할 자치단체가 불법과 탈법에 둔감한 사이 세종병원은 기형적인 병원으로 변했다. 병원 건물 내 곳곳이 도면과 달리 환자를 채우는 병실로 바뀌면서 20명(3층 301호)을 한방에 넣는 ‘벌집 병실’도 나타났다. 그 덕분에 효성의료재단의 매출과 영업이익은 해마다 증가했다. 효성의료재단의 국세청 결산 공시 자료를 보면 2008년 매출 36억원, 영업이익 -2억4000만원으로 적자였으나 2016년에는 매출 74억원, 영업이익 9억5000만원으로 늘었다.
 
경찰은 현재 세종병원의 불법과 탈법 과정에 자치단체 공무원 등의 유착이 있었는지를 수사하고 있다. 이 외에도 효성의료재단이 비영리법인이지만 부당하게 영리 목적으로 이용한 정황(속칭 사무장 병원)도 일부 포착돼 이와 관련한 수사도 계속하고 있다.  
지난달 29일 밀양 세종병원 화재 참사 희생자들의 합동분향소 마련된 밀양문화체육회관에 추모객들의 발길이 이어지고 있다. [중앙 포토]

지난달 29일 밀양 세종병원 화재 참사 희생자들의 합동분향소 마련된 밀양문화체육회관에 추모객들의 발길이 이어지고 있다. [중앙 포토]

 
수사본부 부본부장인 김한수 경남지방경찰청 형사과장은 “밀양 세종병원 화재는 이사장 등 병원 관계자들이 과밀병상, 병원 증설 등으로 큰 이익을 얻으면서도 건축·소방·의료 등 환자의 안전과 관련한 부분은 부실하게 관리하여 대형 인명피해로 이어졌다”고 말했다.  
 
밀양=위성욱 기자 we@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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