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빚내서 주식 샀다가 금리 인상으로 낭패

[경제 읽기] 미국 주식시장 조정의 원인
5일 재닛 옐런의 뒤를 이어 미국 연준(Fed) 의장으로 취임한 제롬 파월(오른쪽). [EPA=연합뉴스]

5일 재닛 옐런의 뒤를 이어 미국 연준(Fed) 의장으로 취임한 제롬 파월(오른쪽). [EPA=연합뉴스]

잘 나가던 주식시장에 급브레이크가 걸렸다. 2월 5일 미국 다우존스 지수는 1175포인트 하락했다. 그 전날의 666포인트 하락까지 고려하면 단 2일 만에 7% 이상 폭락한 셈이다. 주가 폭락의 원인을 둘러싸고 시장 참가자들 사이에서 논란이 분분하다. 가장 일반적인 해석은 시장금리의 급등에 원인을 돌리는 것으로, 10년 만기 국채금리가 지난해 말 2.4%에서 2018년 2월 5월 2.77%까지 급등한 게 주식시장의 조정을 유발했다는 주장이다.
 
그러나 여기에는 한 가지 흠결이 있다. 다름 아니라 시장 금리 상승의 원인이 경제성장에 대한 기대 고조에 있기 때문이다. 지난해 4분기 미국 경제가 2.6% 성장하고, 2018년 1월 공급관리자협회 제조업지수가 59.1까지 상승하는 등 최근 경기 여건이 꾸준히 개선되고 있다. 여기서 공급관리자협회 제조업지수란 미국 주요 제조업체의 공급관리자들이 느끼는 체감 경기를 측정한 것으로, 50을 넘어서면 경기가 지난달에 비해 나아지고 있다고 응답한 기업들이 절반을 넘어가는 것으로 해석된다. 참고로 현재 수준의 체감경기가 1분기 내내 지속한다면, 경제성장률은 4%를 훌쩍 뛰어넘을 것으로 예측된다.
 
경제성장률이 급격히 상승할 것이라는 기대로 금리가 오르는 게 주식시장에 악재로 작용할 이유가 있을까? 더 나아가 채권가격과 금리가 반대로 움직인다는 것을 생각하면, 채권 금리 상승은 곧 채권가격의 하락을 의미한다. 결국 채권금리가 계속 상승할수록 채권을 보유한 사람들의 손실이 더 커지며, 이는 주식에 대한 잠재적인 수요를 더 늘리는 결과를 가져온다.
 
2000년 레버리지 감소로 나스닥 급락
그럼 채권금리 상승은 주식시장에 무조건 호재인가? 이에 대한 답은 “대체로 그렇지만 예외도 있다”가 될 것이다. 금리 상승은 주식시장에 일반적으로 호재지만, 다음의 경우에는 악재로 작용한다. 그것은 바로 레버리지 거래가 폭발적으로 증가했을 때이다. 레버리지 거래란 자기 돈이 아니라 다른 사람의 돈으로 투자하는 것을 의미한다. 주식시장의 신용투자가 레버리지 거래의 대표적인 예다.
 
레버리지 투자는 기본적으로 빚을 내서 투자하는 것이기에, 시장 금리가 상승하는 등 차입 비용이 높아질 때 어려움이 가중된다. 특히 최근처럼 미국 국내총생산(GDP) 대비 레버리지 투자의 규모가 사상 최대(3.4%) 수준에 이를 때에는 금리 상승에 특히 취약해질 수밖에 없다. 레버리지 투자자들은 주가가 오를 것으로 기대되는 종목들에 대해 집중적으로 투자하는 경우가 일반적인데, 최근처럼 차입 이자가 상승하고 또 주식시장의 변동성이 확대될 때에는 일순간에 큰 손실을 볼위험이 커진다.
 
예를 들어 투자자 A가 현재 보유한 주식 1000만원을 담보로 금융기관에서 3000만원을 빌려 주식에 투자했다고 가정해 보자. 투자자 A의 총 주식 보유 금액은 4000만원으로 불어난다. 만일 이 주식의 가격이 10% 상승한다면, 평가금액은 4400만으로 상승하니 투자 수익이 400만원에 이를 것이다.
 
그러나 주식시장이 항상 오르는 것은 아니다. 지난 2월 초처럼 갑자기 주가가 폭락하는 경우에는 큰일이 난다. 예를 들어 주가가 폭락해 투자자산의 현재 가치가 3000만원으로 떨어졌다면? 투자자 A는 원금 1000만원을 모두 잃어버리는 꼴이 될 것이며, 이때 금융기관들은 고객에게 ‘마진콜’을 행사한다. 마진콜이란 추가적인 현금이나 주식을 납입하지 않은 경우에는 담보로 맡긴 주식을 팔겠다는 뜻이다. 물론 이 투자자가 담보를 추가로 제공하면 아무 문제가 없지만, 돈을 빌려 투자하는 사람들이 이런 여력을 지니기 쉽지 않다.
 
물론 레버리지 투자의 긍정적 영향이 없는 것은 아니다. 개인투자자들이 보유 현금 이상의 돈을 주식 매수에 투입할 수 있어, 증시에 강한 상승 에너지를 공급하기 때문이다. 그러나 최근처럼 시장금리가 급등하면서 레버리지 투자의 비용이 증가하고, 또 시장이 일시적인 조정을 받게 되는 경우에는 악순환을 유발하는 원인으로 작용하게 된다.
 
가장 대표적인 예가 2000년이다. 1999년 말까지만 해도 GDP 대비 레버리지 투자의 비중은 1.9% 수준이었지만, 2000년 3월 말에는 그 규모가 2.3%까지 부풀어 올랐다. 석 달 만에 GDP의 0.4%포인트에 달하는 레버리지 투자(494억 달러, 원화 기준 55조원) 증가는 주식시장에 강한 상승 에너지를 불러일으켰다. 이 영향으로 2000년 3월 10일 미국 나스닥 지수는 5048.62포인트를 기록하는 등 역사적인 랠리를 펼쳤다. 그러나 끝없는 잔치는 없는 법. 이후 미국 나스닥 시장은 힘없이 무너졌다. 6월 말에는 4000포인트가 무너진 데 이어, 같은 해 11월 20일에는 3000포인트마저 깨지는 등 걷잡을 수 없는 폭락이 이어졌다.
 
2000년 나스닥 시장 폭락의 원인은 여러 가지가 있지만, 급격한 레버리지 투자의 감소도 큰 영향을 미쳤다. 2000년 3월 국내총생산의 2.3%에 이르렀던 레버리지 투자는 2000년 말 1.6%까지 줄어들었는데, 이는 끝없는 마진콜 속에서 레버리지 투자자들이 보유주식을 가격 불문 처분했음을 시사하기 때문이다. 이 대목에서 한 가지 의문이 제기된다. 최근 미국 주식시장의 급락이 2000년처럼 금융시장의 전면적인 붕괴로 이어질 위험은 없을까?
 
의문을 풀기 위해 1980년대 이후 미국의 GDP 대비 레버리지 투자의 비중이 급격히 감소했던 다섯 차례의 경험을 살펴보면, 두 가지 특성을 발견할 수 있다. 첫째, 레버리지 투자가 급증했다 급감하는 경우에는 주식시장이 최소한 1~2분기 동안 침체된다. 이는 레버리지 거래가 청산되는 과정에서 주식시장에 매도 압력이 우세해지기에 당연한 일이라 할 수 있다.
 
둘째, 다섯 차례 중 단 두 차례만 주식시장의 전면적인 붕괴로 이어졌다. 즉 1987년 10월이나 2011년 6월, 그리고 2015년 6월의 경우에는 레버리지가 급격히 줄어들었음에도 주식시장은 일시적인 조정 이후 다시 강한 상승세를 지속했다.
 
점진적 금리 인상 기조 이어질지 주목
1987년이나 2011년, 그리고 2015년은 어떤 공통점을 가지고 있었기에 주식시장이 금방 회복될 수 있었을까? 이 세 차례 모두 한 가지 공통점을 발견할 수 있었는데, 그것은 다름 아닌 중앙은행의 정책이었다. 중앙은행이 금리 인하 혹은 양적완화 등의 통화공급 확대정책을 시행함으로써 레버리지 청산에 따른 충격을 완화해주었다.
 
이번에는 어떨까? 아직 결론을 내리기는 힘들지만, 2000년보다는 2015년처럼 주식시장이 다시 회복될 가능성이 높은 것으로 판단된다. 최근 공개된 미국 연방공개시장위원회(FOMC) 의사록에서 연준(Fed) 위원들은 경제가 빠르게 개선되고 있지만, 점진적인 금리 인상 기조를 지속할 것이라고 밝혔기 때문이다. 다시 말해 2000년처럼 연준이 공격적인 금리 인상을 단행해 끝없는 레버리지의 청산을 유발할 가능성은 낮은 것으로 판단된다.
 
물론 아직 안도하기는 이르다. 미국 물가가 일각의 예상처럼 가파르게 상승할 경우에는 연준의 태도가 2000년처럼 공격적으로 바뀔 가능성도 배제할 수 없기 때문이다. 따라서 당분간은 물가 및 임금 지표가 발표될 때마다, 필자와 같은 주식시장 참가자들에게는 ‘잠 못 드는 밤’이 이어질 것 같다.
 
 
홍춘욱
키움증권 투자전략팀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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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북한의 급변사태와 안정화 전략’을 주제로 북한학 박사를 받았다. 국방연구원 안보전략연구센터ㆍ군사기획연구센터와 고려대학교 아세아문제연구소 북한연구센터에서 군사ㆍ안보ㆍ북한을 연구했다. 2016년부터는 중앙일보에서 군사ㆍ안보 분야 취재를 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