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솔직한 친구가 건네주는 위로

저자의 전작이자 화제작 『어쩌다 어른』에 이은 ‘어쩌다 성찰’ 시리즈 두 번째다. 센 사람을 많이 상대하다 보니 센 전략을 펼치다 어느새 드세지기 쉬운 언론계에서, 기자 이영희는 독특한 존재다. 그는 무장하지 않고 해제해 버린다. 벌거벗은 자신을 갈아넣기도 하는, 솔직한 에세이스트의 성향을 지녔다. 소개말에서부터 “생각보다 많은 사람이 읽어준 데 당황하며 부담을 안고 두 번째 에세이 집필 시작. 다음 생엔 판다로 태어나고 싶을 만큼 느긋한 성격이라 마감에 3년이 걸렸다”고 털어놓다니.
 
여기에 그의 밑바닥 파헤치기 내공을 더해보자. 저자는 자학이라고 말하지만, 그 덕에 독자는 속시원하다. 바쁘다는 핑계로 이유를 알기 위해 집중하지 않았던 불안함과 공허함을 대신 파헤쳐줘서다. 감정이 불쑥 솟았을 때 외면하지 않고, 요리조리 진단하고 끌로 파내어 뿌리까지 보여주는 솜씨가 예사롭지 않다. 그는 스스로 “찌질하다”고 표현했지만.
 
저자가 살핀 바에 따르면 자꾸 후회하며 매끄럽지 못하지만 우리가 계속 살아가는 이유는 바로, 사랑해서다. ‘아름답고 싶고, 잘해보고 싶고, 꽤 괜찮은 모습으로 만들어보고픈 내 삶이라서.’ 『다시, 연습이다』를 쓴 전직 음악가이자 작가인 미국인 글렌 커츠의 삶에서 저자는 연습을 통해 고통과 마주하는 법을 알려준다. 최고가 될 수 없을 것 같아 인생 진로를 틀었지만, 커츠는 어느날 기타 연습을 시작한다. 음악을 사랑해서다. 그는 묵묵히 연습하며 상실감마저 껴안아 버린다. 커츠의 삶에서 힘을 얻은 저자가 건네는 위로가 따뜻하다.
 
‘정말 사랑한다면, 결국 돌아와 그 고통까지 마주해야 한다. 내 안에 있는 혼돈과 충돌까지 모두 나의 일부란 사실을 인정하면서. 지금 이 한 번의 연습이 조금 더 나은 연주를 만들 것이란 믿음으로. (중략) 인간은 스스로 필멸의 존재임을 자각하는 유일한 동물이고, 죽을 줄 알면서도 꿋꿋이 산다는 것은 그래서 굉장한 일이다.’
 
책장을 넘기다 보면 피식, 웃음이 난다. 부케를 두 번 받았음에도 싱글인 저자. 신부의 행운을 나눠 가져 사랑을 완성하고 그 행운을 타인에게 이어줘야 하는데 그러지 못한 이 상황을 한 마디로 정리한다. “행운을 나누지 못하고 혼자 흡수해 소화시켜버렸습니다.”
 
스누피와 찰리 브라운의 아버지인 만화가 찰스 슐츠의 자서전 『찰리 브라운과 함께한 내 인생』의 구절을 빌자면, “유머는 슬픔으로부터 나온다”고 한다. 글을 따라가다 보면 읽고 싶은 책, 보고 싶은 드라마와 만화가 많아지는 것도 이 책이 주는 미덕이다.
 
그의 고백을 읽다 보니, 덩달아 고백하고 싶어진다. 서평을 쓰기 위한 책을 읽는 일, 매번 유쾌하지는 않다. 마감이 정해진 책 읽기라는 부담감과 깊이 있는 서평이 아닌 단편적인 글쓰기로 그치고 마는 부족함 탓이다. 그런데 다른 기사를 마감하느라 바쁜 와중에도 이 책에 슬금슬금 손이 갔다. 책을 펼쳤다. 틈이 보인다. 자칭 일희일비의 대가인 저자가 “내일부터 하면 된다”며 내어주는 ‘숨 쉴 틈’이다.
 
“책을 읽고 있다” 하니, 저자는 “교훈 없는 책”이라며 만류했다. 솔직해서 자학개그의 달인이 되어버린 그답다. (저자의 주장에 따르면) 교훈이 없다지만 더 좋은 게 있다. 친구. 책장을 넘길수록 친구가 이렇게 말해주는 느낌이 든다. ‘속닥속닥, 사는 게 지치고 때때로 스스로 미워지기도 하지만, 괜찮아. 넌 혼자가 아니야.’
 
 
글 한은화 기자 onhwa@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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