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소소한 일상에 담긴 인생 레시피

농촌에서 자급자족하며 먹고 산다. 이 간단한 이야기에 담긴 위로의 힘이 10년째 이어지고 있다. 2008년 일본에서 출간된 두 편의 만화가 두 편의 영화로, 다시 한국에서 리메이크되어 28일 개봉을 앞두고 있다. 만화가 이가라시 다이스케(五十嵐大介)의 만화 ‘리틀 포레스트(Little Forest)’다. 실제로 토호쿠의 한적한 시골로 내려가 자급자족하며 살았던 만화가의 일상이 담겼다.
 
짧은 에피소드가 쭉 이어지는데 주제가 요리다. 그가 심고 키우고 수확한 식재료로 직접 만든 음식을 실감나게 그렸다. 일본판 영화의 경우 여름과 가을, 겨울과 봄으로 나눠 제작됐고, 사계절을 한 편에 담은 한국판 영화는 임순례 감독이 연출했다. ‘우리 생애 최고의 순간’(2008) ‘제보자’(2014)에 이어 4년 만에 선보이는 신작이다.
 
이 농촌 생활 영화의 주인공은 청춘, 혜원(김태리)이다. 그런데 파릇파릇하기보다 팍팍하기만 한 삶에 지친 청춘이다. 임용고시에 낙방하고, 연애도 마음대로 되지 않고, 편의점 아르바이트생으로 감내해야 할 감정노동도 고되다. 도시에서 쉼없이 노력하고 있는 혜원을 채우는 것은 유통기한 지난 편의점 도시락뿐. 
 
그래서 그는 추운 겨울 고향집으로 돌아간다. 배낭 하나 달랑 메고 돌아간 집에서 남은 쌀 몇 톨로 밥을 하고, 노지의 언 배추를 따다가 된장국을 뜨끈하게 끓여 먹으며 삶을 시작한다. 그렇게 자급자족하며 사계절을 산다.
 
어제 헤어진 듯 그를 반기는 고향 친구 재하(류준열)와 은숙(진기주)가 그의 삶에 생기를 불어 넣는다. 고3 수능 끝나자마자 혜원을 홀로 남긴 채 떠나버린 엄마(문소리)의 레시피대로 요리하며, 자신만의 레시피를 만들기도 하면서 엄마를 조금씩 이해하기도 한다. 
 
‘리틀 포레스트’에는 극적인 갈등이나, 반전 있는 결말도 없다. 사계절을 살아가며 허기를 채워가는 삶이 이어질 뿐이다. “배가 고파 돌아왔다. 인스턴트 음식으로 허기를 달랠 수 없어서” (혜원)“그렇게 바쁘게 산다고 문제가 해결돼?”(재하)와 같은 대사가 무심하게 툭 치고 가는 정도다.
 
그런데도 위로가 되는 것은 과정을 알게 하는 자연, 사계절에 있다. 졸인 밤 하나를 만들려면 가을에 밤을 수확해 껍질을 까고, 삶고 달게 졸여야 하는 과정을 거쳐야 함을 묵묵히 보여주는 데서 위로받는달까. 원작 만화에서 엄마가 떠나면서 남긴 편지에도 이런 메시지가 담겨 있다.
 
“무언가 실패를 하고 지금까지의 나 자신을 되돌아볼 때마다 난 항상 같은 일로 실패를 하게 되는구나 라는 생각이 들었어. 열심히 살아온 것 같은데 같은 곳을 빙글빙글 원을 그리며 돌아온 듯한 느낌이 들어서 침울해지고. (중략) ‘원’이 아니라 ‘나선’이라고 생각했어. 맞은 편에서 보면 같은 곳을 뱅글뱅글 도는 것처럼 보여도 분명히 조금씩은 올라갔던지, 내려갔던지 했을 거야. 내가 그리는 원도 차츰 크게 부풀고 그렇게 조금씩 ‘나선’은 커지겠지. 그렇게 생각하니까 좀 더 힘을 내야겠구나 라는 생각이 들었어.”
 
임 감독이 이 영화를 리메이크하게 된 것은 지극히 자연스러운 일이었을지도 모른다. 그는 경기도 양평 시골마을에서 텃밭을 가꾸며 10여 년째 살고 있다. 그가 전달하고자 하는 영화의 메시지는 이렇다. “웃지 않고 피곤하고 똑같이 사는 도시의 삶, 좀 다르게 사는 모습을 보여주고 싶었다. 폭력적이고 자극적인 소재가 주를 이루는 요즘, 휴식 같은 영화를 선물하고 싶었다.”
 
자급자족하는 삶에 중점을 둔 원작과 달리 한국판은 관계에 좀 더 집중한다. 사계절을 한 편에 담은데다가 인물들의 이야기까지 더하다 보니 원작에 비해 조금 숨가쁘다. 흘러가는 자연과 인간의 노동, 둘이 협업해 만든 요리에 집중했던 원작을 좋아했던 이라면 조금 아쉬울 듯하다. 한국판에서는 완성된 요리가 많이 보여질 뿐 자급자족하는 과정은 거의 생략됐다.
 
 
글 한은화 기자 onhwa@joongang.co.kr
사진 메가박스㈜플러스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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