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하늘을 잘라내고 만든 새까만 블랙홀

평창올림픽플라자에 세워진 현대자동차 파빌리온의 외관은 건축가 아시프 칸의 작품 ‘유니버스’다.

평창올림픽플라자에 세워진 현대자동차 파빌리온의 외관은 건축가 아시프 칸의 작품 ‘유니버스’다.

평창올림픽플라자 지평선 위 하늘에 새까만 구멍이 뚫렸다. 거대한 검정 직육면체 위로 수많은 별들이 대낮에도 빛난다. 허공을 칼로 잘라 우주로 통하는 창문이라도 낸 듯한 이곳은 현대자동차 파빌리온. ‘세상에서 가장 어두운 색’으로 칠해진 외관은 런던에서 활동하는 세계적인 건축가 아시프 칸의 파사드 ‘유니버스’다. 외부의 빛을 99.7% 흡수하는 안료인 반타블랙(Vantablack VBx 2)으로 뒤덮은 벽과 그 위에 꽂은 1946개의 LED 조명은 우리의 눈을 속여 마치 우주를 직접 들여다보는 듯한 착시를 일으키게 한다. 
 
2011년 뉴욕타임스 선정 ‘주목할 디자이너 5명’에 뽑힌 칸은 2012년 런던과 2014년 소치에서 이미 두 차례 올림픽 파빌리온을 설치했다. 건축뿐 아니라 설치 미술·산업 디자인 등 장르를 넘나들며 예술 세계를 구축하고 있는 재주꾼이다. 
 
이번 현대차와의 협업을 통해 한국에서 첫 작품을 선보인 소감을 묻자 그는 이렇게 말했다. “건축가들에게 파빌리온은 예술적 감흥을 실험하고 발전시킬 수 있는 기회다. 평소에 도전하지 못했던 것들을 만들며 미래를 꿈꿀 수 있다. 과거의 위대한 파빌리온들이 건축에 대한 우리의 관점을 바꿔 놓았듯, 우리도 하얀 종이 위에 그림을 그리는 것처럼 미래에 대해서 생각을 하는 것이다.” 
 
건물 안으로 들어서니 이번엔 온 세상이 하얗다. 바깥에서 받았던 암흑의 쇼크와는 정반대다. 바닥부터 벽, 부드러운 곡선을 만들어내는 조형물까지 모두가 순백이다. 하얀 대리석으로 만들어진 설치 작품 ‘워터’ 역시 칸의 작품이다. 
 
관객들은 벽 쪽에서 흘러나오는 물을 한 컵 떠서 ‘워터’에 직접 흘려 보낼 수 있다. 수많은 물방울이 수로를 따라 흐른다. 2만 5000개의 센서가 계산한 움직임으로 물방울들은 한 방울 한 방울 마치 살아있는 것처럼 굴러가며 호수에 모인다. “물에 생명을 불어넣은” 작가의 솜씨다. 호수에 물이 차면 10분에 한 번씩 물 내려가는 모습을 구경하는 재미도 쏠쏠하다. 
 
“각 물방울은 새로운 사회의 씨앗입니다. 표면 위를 매끄럽게 움직이는 모습을 보면 물방울들이 서로 소통하는 것처럼 보이죠. 그것들이 모여 작은 호수를 이룹니다. 개개인이 힘을 합치면 놀라운 일을 해낼 수 있는 것과 같은 이치죠.” 
 
올림픽플라자에 들어선 여타 기업이나 국가들의 홍보관과 달리 현대차 파빌리온에는 자동차가 보이지 않는다. 대신 미래를 선사한다. 3월 선보일 수소차 모델 ‘넥소’를 전시하는 대신 수소 연료로 돌아가는 사회의 모습을 제시했다. “사람의 삶에 대해 성찰하고 고객에게 최고의 경험을 제공하고자 하는”(조원홍 부사장) 철학을 담았다. 
 
이어지는 현대차 크리에이티브 팀의 ‘하이드로젠’ 전시는 수소 전기차의 구동 원리를 4가지 단계로 보여주기 위해 4개의 서로 다른 공간을 구성했다. 태양 에너지로부터 뿜어져 나오는 수소를 상징하는 황금색 방으로 꾸민 ‘태양 에너지’를 필두로 ‘물의 전기 분해’ ‘연료 전지’ ‘깨끗한 물’로 구성돼 있다. 
 
 
평창 글 윤소연 기자 yoon.soyeon@joongang.co.kr  
사진 현대자동차·연합뉴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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