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트럼프, 11월 선거 위해 무역압박 … 미·중 ‘플라자2’ 불가능

장쥔 중국 푸단대 교수의 미 무역보복 진단
“트럼프의 보복은 올 11월 중간선거까지 심해진다.”
 
장쥔(사진) 중국 상하이 푸단대 교수(경제학)의 전망이다. 경제콘퍼런스에 참여하기 위해 필리핀 마닐라에 머물고 있는 그는 중앙SUNDAY와의 통화에서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의 최근 압박은 경제적인 동기보다 정치적인 동기에서 비롯됐다”고 진단했다.
 
트럼프가 이제는 한국과 중국의 철강 제품까지 보복하려고 한다.
“경제적인 이유 때문이 아니다. 미국이 보복 관세로 철강재와 알루미늄의 수입 가격을 올리면 당장 무역적자가 커질 수밖에 없다. 미 경제는 구조적으로 철강재나 알루미늄을 수입할 수밖에 없다.”
 
보복 관세나 수입제한의 효과가 없다면 트럼프는 왜 압박 수위를 높일까.
“정치적인 동기다. 트럼프가 올 11월 중간선거를 앞두고 있다. 트럼프는 지난 대통령 선거에서 한 약속을 지키려고 한다는 점을 유권자들에게 보여줘야 한다.”
 
무슨 약속인가.
“일자리다. 미국의 과거 제조업 중심지인 피츠버그와 디트로이트 등을 되살려 내겠다고 하지 않았는가. 이들 지역 사람들은 중국과 한국 때문에 자신들이 피해를 보고 있다고 믿고 있다.”
 
피츠버그와 디트로이트는 이른바 ‘녹슨 지대(러스트 벨트)’로 불린다. 철강과 자동차 산업 등의 중심지였지만 기술력과 가격 경쟁력이 떨어져 일본, 한국 그리고 중국 때문에 쇠락한 곳이다.
 
왜 철강과 자동차, 가전제품인가.
“러스트 벨트는 과거에 제철소와 자동차 공장, 가전제품 회사로 가득했다. 이런 산업은 숙련공에게 안정적인 일자리를 제공했다. 백인 중산층의 터전이었다. 그런데 이들이 일자리를 잃었다. 트럼프의 강력한 지지세력이 됐다. 트럼프가 응답할 차례이지 않겠는가.”
 
무역 보복이 효과가 있을까.
“관세나 수입제한으로 거대한 시설과 기술력이 필요한 미국의 사양산업이 되살아나지 않는다. 무역 보복은 지속 가능한 방법도 아니다. 중국 경제정책 담당자들이 이 점을 잘 알고 있다. 트럼프가 올 11월까지는 압박을 계속할 것으로 보고 있다.”
 
지금은 무역이 전쟁 같다.
“무역은 제로섬 게임이 아니다. 서로 이기는 윈-윈 게임이다. 그런데 (트럼프 등은) 무역적자를 승부에서 패배자(루저)의 상징으로 받아들이는 듯하다. 무역에서 적자와 흑자는 경제의 겉모습일 뿐이다.”
 
트럼프 진영은 중국을 가상의 적으로 보고 있는 듯하다.
“중국 정부는 미국에서 얻는 무역흑자를 줄이기 위해 무진 애를 쓰고 있다. 최근 흑자가 연간 3700억 달러(약 395조원) 정도 된다. 중국 정부가 인위적으로 미국 수출을 억제하는 데도 그렇다. 게다가 경제성장률을 떨어뜨리며 산업 생산을 억제하고 있는데도 대미 무역흑자가 줄지 않는다.”
 
중국이 받아칠 것으로 보는 사람도 있다.
“중국 정부가 미국산 콩 수입을 제한하거나 미국 재무부 채권을 팔아치울 것이란 얘기가 나돌고 있다. 올 11월 이후 트럼프의 태도가 달라질 수 있기 때문에 중국은 보복에 나서지 않을 것이다. 베이징은 상황을 지켜보며 기다리고 있는 중이라고 보는 게 정확하다.”
 
중국은 미 중간선거 이후 벌어질 협상 국면에 맞춰 준비하고 있다는 얘기다. 몇몇 전문가들은 미국과 한국·중국·일본 사이에 ‘플라자2’가 가능할 수 있다고 말한다. 80년대 미국과 일본·서독 등이 달러 가치를 떨어뜨리는 대신 엔화와 마르크화 값을 올려 무역적자를 줄이기로 한 플라자 합의의 21세기 버전이다.
그래픽=이정권 기자 gaga@joongang.co.kr

그래픽=이정권 기자 gaga@joongang.co.kr

 
중간선거 이후 플라자2가 가능할까.
“위안화 가치를 인위적으로 높인다고 미 무역적자가 줄지는 않을 듯하다. 플라자 합의로 80년대 엔화 값이 오르고 달러 값이 눈에 띄게 떨어졌지만 미국의 무역적자는 개선되지 않았다.”
 
미국 쪽은 중국이 인위적으로 위안화 값을 낮추고 있다고 본다.
“2015년 여름 이후 달러와 견준 위안화 값이 눈에 띄게 떨어지기는 했다. 중국 정부가 인위적으로 그렇게 하지 않았다. 중국 내 실물경제와 금융시장 상황에 따라 위안화 값이 하락한 것이다.”
 
플라자2가 어려울 것이란 데는 미국기업연구소(AEI) 더렉 시저스 상임연구원도 뜻을 같이했다. 그는 중앙SUNDAY와의 인터뷰에서 “80년대 플라자 합의는 동맹국가들 사이에 이뤄진 것”이라며 “무역전쟁이 벌어지는 것을 막기 위한 사전조치”라고 설명했다. 하지만 중국은 전략적인 측면에서 라이벌이기 때문에 합의를 이루는 것이 쉽지 않다는 것이다. 그렇다면 미국과 중국·한국 사이의 무역 갈등을 어떻게 해결할 수 있을까. 장쥔 교수는 “경제 구조가 낳은 불가피한 현상”이라고 말했다.
 
해결책이 없다는 말로 들린다.
“미국이 제조업을 사실상 포기하고 금융에 의존한 탓이다. 중국은 물건을 미국에 팔고 번 돈으로 미 국채 등을 사주는 구조다. 정치적 협상으로 해결되기 쉽지 않은 구조다.”
 
트럼프 압박이 거세지니 중국이 무역 블록(RECP, 역내 포괄적 경제동반자 협정) 구성을 서두를 것이란 얘기가 있다.
“트럼프가 환태평양경제동반자협정(TPP)에서 발을 빼겠다고 하니 중국은 한결 적극적으로 RECP를 추진할 것이란 추론이다. 중국 경제정책 담당자들은 트럼프가 일시적으로 TPP 불참을 선언한 것으로 본다. 그는 얼마 지나지 않아 TPP에 적극적으로 나설 수 있다는 얘기다. 나는 RECP가 TPP의 대체제가 아닌 것 같다.”
 
한국에선 TPP는 사실상 끝난 것으로 보는 시각이 있다.
“TPP는 결코 죽지 않았다. 다시 말하지만 트럼프가 영원히 TPP에서 철수한 게 아니다.”
 
어쩌다 보니 트럼프 공세 앞에 한국과 중국이 비슷한 처지다.
“한·중은 경제적으로 상호 의존적이다. 북핵 사태가 빚은 정치적 갈등이 없었다면 훌륭한 파트너일 수 있었다.”
 
두 나라가 공동 대응할 수 있다는 말인가.
“충분히 한목소리를 낼 수 있다. 두 나라 경제정책 담당자들이 만나 대화하면 좋은 방법이 나올 수 있다.”
 
 

강남규 기자 dismal@joongang.co.kr 
 
장쥔(张军) 교수는
중국 상하이 푸단대 경제교수 겸 중국경제연구소장이다. 경제개혁 분야의 전문가다. 1963년에 태어나 푸단대 경제학과를 졸업하고 경제학 석사와 박사 학위를 받았다. 이후 영국의 런던정경대학(LSE)에서 연구를 하다 미국 하버드대와 일본 도쿄도립대에서 강의했다. 2004년 전남대에서 방문교수로 강의한 적이 있어 한국 경제도 잘 아는 중국 학자로 꼽힌다. 그는 서방 전문가들 사이에서 “중국 안팎의 경제 현상을 비교적 투명한 눈으로 볼 줄 아는 이코노미스트”로 통한다. 미국 CNN과 영국 BBC 등이 중국뿐 아니라 글로벌 경제 현안에 대해 그를 곧잘 인터뷰하는 까닭이다. 노벨 경제학상을 받은 조지프 스티글리츠 미 컬럼비아대 교수 등이 활동하는 ‘신디케이트 프로젝츠’의 핵심 필자 중 하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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