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끝내주는 색을 찾아라, 본능까지 동원한 자동차 2년 전쟁

[CAR] 컬러 마케팅의 세계
소비자의 눈을 사로잡기 위해 자동차업체들은 치열한 컬러 마케팅을 벌인다. 올해에는 고운 펄을 넣은 흰색이 유행할 전망이다.

소비자의 눈을 사로잡기 위해 자동차업체들은 치열한 컬러 마케팅을 벌인다. 올해에는 고운 펄을 넣은 흰색이 유행할 전망이다.

“당신은 원하는 어떤 색이든 가질 수 있어요. 그게 검정이라면.”
 
헨리 포드가 남긴 말이다. 포드 모델T는 자동차 대량생산의 물꼬를 튼 주역인데, 검정색 한 가지로만 생산했다. 공정이 간단하고 건조가 빨라서다. 반면 오늘날 자동차는 다양한 색으로 단장한다.
 
글로벌 자동차 페인트 기업엑솔타(AXALTA)의 ‘세계 자동차 컬러 선호도’ 조사에 따르면, 지난해 1위는 39%를 차지한 흰색이었다. 세계 최대의 단일 자동차 시장인 중국은 무려 62%의 소비자가 ‘흰색을 선호한다’고 답했다. 다음으로 인기를 끈 컬러는 15%를 차지한 검정이었다. 각각 11%씩인 회색과 은색이 그 뒤를 이었다. 국내 소비자의 선호도 또한 비슷하다. 최고의 인기 컬러는 흰색(32%)이었고 그다음은 회색(21%), 검정색(14%), 은색(11%) 등 무채색 계열이 휩쓸었다. 유채색 중에서는 2013년 4%였던 파랑의 선호도가 두 배로 늘었다. 현대자동차 코나는 색상별로 세라믹블루의 판매량이 21%로 초코화이트(28%)에 이어 2위를 차지했다.
 
자동차가 색상에 눈을 뜨게 된 계기는 모터스포츠였다. 1923년 프랑스에서 막을 올린 르망 24시간 내구 레이스가 좋은 예다. 컬러는 경주차 국적을 구분할 수단이었다. 프랑스의 부가티는 파랑, 이탈리아의 알파로메오는 빨강, 영국의 벤틀리는 초록으로 칠했다. 독일의 벤츠는 빠듯한 무게 규정을 맞추기 위해 도장을 모두 벗겨내 ‘실버 애로우’란 애칭이 붙었다.
 
이후 1950년대엔 미국을 중심으로 밝고 원색적인 컬러가 인기였다. 머슬카와 포니카가 나오기 시작한 1960년대엔 빨강과 골드 메탈릭 컬러가 관심을 끌었다. 엑솔타는 해마다 컬러 디자이너와 제품 전문가를 동원해 ‘올해의 자동차 색상’도 선정한다. 2015년엔 ‘레디언트레드’, 2016엔 ‘브릴리언트 블루’, 2017년엔 ‘갈란트 그레이’가 이름을 올렸다. 올해 유행할 색상으로 흰색에 고운 펄을 넣은 ‘스타라이트’를 선정했다.
 
신차 컬러를 개발하는 과정은 복잡하고 수많은 요구 조건이 뒤따른다. 물론 자동차 제조사의 컬러 디자인 팀에겐 이 같은 도전이 곧 일상이다. 컬러 디자이너들은 신차 개발에 맞춰 컬러를 고르기 시작한다. 실물이 없으니 알루미늄 패널에 페인트를 칠해 컬러 샘플을 만든다. 그리고 실내와 실외, 자연광과 인공광, 그늘 등 다양한 조건에서 각각의 샘플을 살핀다.
 
나아가 하루 중에서도 다른 시간대, 때론 일 년 중 다른 계절마다 같은 작업을 반복해 차이를 확인한다. 때때로 패널을 구부려 가며 차체 표면에 칠했을 때의 느낌을 연상한다. 그럼에도 여전히 한 개의 컬러를 결정하는 작업은 어렵다. 눈부신 여름 아침과 조명 드리운 실내, 짙은 그늘 아래에서의 색감이 제각각인 까닭이다. 따라서 최소 2년이 걸린다. 렉서스의 컬러 디자이너 스즈키 메구미는 “계절이나 몸의 컨디션, 심리 상태에 따라 컬러가 주는 느낌이 달라질 수 있다”고 말했다. 이처럼 색을 받아들이는 과정엔 이성으로 좌우하기 힘든 본능도 개입한다. 게다가 속칭 ‘끝내주는 컬러’에 대한 사전적 정의 또한 없다.
 
각 제조사는 신차를 선보일 때 대표 컬러를 앞세운다. 렉서스 NX의 경우 ‘소닉 쿼츠’였다. 햇볕 아래 반짝이고 그늘에선 숨죽이는 눈의 흰색을 표현하기 위해 일반 자동차 도장보다 두 겹 많은 5겹으로 칠했다. 맨 위의 가장 얇은 도장은 화강암을 이룬 광물 중 하나인 ‘돌비늘’을 품었다. 그다음 층엔 미세한 진주 조각을 넣었다. 그리고 맨 밑에 바탕을 이룰 흰색을 두껍게 칠한다. 그 결과 흰색을 기반으로, 2개 층의 미세한 입자가 화려하게 빛을 반사한다.
 
특수 컬러가 아니어도, 자동차는 기본적으로 페인트를 여러 번 나눠 칠한다. 시작은 전처리. 차체에 색을 입히기 전 표면의 불순물을 제거하고 인산 아연 피막을 입히는 공정이다. 차체를 특수용액에 담갔다 물로 씻어내면서 진행한다. 이 과정을 마친 차체는 전착 도장에 나선다. 차체를 도료 용액 속에 풍덩 담근 뒤 전기를 흘리면 도료 입자가 표면에 고르게 달라붙는다.
 
그다음엔 금속 패널끼리 맞닿은 부위를 ‘실런트’로 마감한다. 보통 중고차 살 때 수리 흔적을 파악하기 위해 살피는 부위다. 주행 중 돌이 튀어 손상 입기 쉬운 차체 아래쪽도 꼼꼼하게 코팅한다. 이제 차체에 전처리 페인트를 칠한다. 원래 입힐 페인트가 잘 달라붙게 해주고 부식도 막기 위한 초벌칠이다. 따라서 여기까지 과정에선 컬러를 구별할 수 없다.
 
마지막은 우리가 흔히 떠올리는 도장 공정이다. 양쪽에 늘어선 로봇 여러 대가 주문받은 컬러로 차체를 칠한다. 간혹 일반인이 도장 공정을 견학하는 경우 대개 이 장면을 보게 된다. 로봇이 문을 여닫아 가며 관절을 꺾고 팔목을 180도 돌려 페인트칠하는 모습은 한 편의 공연을 연상시킬 만큼 현란하다. 이렇게 색을 입힌 뒤엔 광택용 투명페인트를 한 번 더 칠한다. 보통 승용차 한 대를 칠할 때 20L의 페인트를 쓰는데, 이 중 12L만 차체 표면에 남는다.
 
이와는 조금 다른 경우도 있다. 가령 버스는 컬러를 띄는 베이스와 투명한 광택용 도료를 하나로 섞어 칠한다. 작업 편의를 위해서다. 또 소량생산 자동차는 도장에 로봇을 쓰지 않기도 한다. 람보르기니가 좋은 예로, 장인 두 명이 달라붙어 6시간 이상 스프레이 건으로 칠한다.
 
 
김기범 객원기자
로드테스트 편집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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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북한의 급변사태와 안정화 전략’을 주제로 북한학 박사를 받았다. 국방연구원 안보전략연구센터ㆍ군사기획연구센터와 고려대학교 아세아문제연구소 북한연구센터에서 군사ㆍ안보ㆍ북한을 연구했다. 2016년부터는 중앙일보에서 군사ㆍ안보 분야 취재를 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