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동아시아 정세 꼬인 실타래, 해법은 이해관계 섬세 조정

[빠른 삶, 느린 생각] 이상과 현실 묶는 깊은 차원의 사고
일러스트 강일구 ilgook@hanmail.net

일러스트 강일구 ilgook@hanmail.net

큰일들이 끊임없이 일어나고 있는 것이 오늘의 세계이다. 평창에서 열린 겨울 올림픽으로 나날의 삶도 가볍게나마 그 축제적인 분위기에 들뜨고 있는 듯하였지만, 이제는 그동안 기다리고 있던 거대한 현실 문제들이 모습을 드러낸다. 앞으로 해결하여야 할 가장 큰 문제는 말할 것도 없이, 북핵이 가져온 남북 긴장이다. 평창 올림픽과 관련하여 남북 간에는 화기 있는 교류가 있는 듯하였다. 그로부터 출발하여 남북의 긴장 관계가 풀려나기 시작할 수 있다는 희망도 생겨났다고 할 수 있다. 물론 올림픽 동참이 핵 문제의 해결로 곧 연결될 수 있다는 것은 지극히 순진한 생각이라 할 것이다. 그렇기는 하나 그 둘 사이에 연계가 전혀 없다고 하는 것도 인간 현실을 지나치게 간단히 보는 것이다. 올림픽과 관계된 사자(使者)가 북한 통치자의 누이이고 여성이라는 점만도 사람의 일에 합리적인 매체만이 개입하는 것이 아니라는 것을 말하여 준다. 어떤 보도에서는 이에 맞서 트럼프 대통령의 딸 이방카를 상기한다.
 
어제오늘에 그처럼 큰 위협이 되는 것은 아니라고 하겠지만, 더 직접 문제가 되는 것은 미국과의 무역 관계에서 벌어지려고 하는 엄청난 손실의 위협이다. 한국에서 미국으로 수출되는 세탁기, 태양광 패널에 엄청난 관세를 부과하겠다는 미국 정부의 계획은 한국 경제에 커다란 손실을 안겨주게 될 것이다. GM이 군산 공장을 폐쇄한다는 계획도 한국 경제에 큰 부담이 될 사건이다. GM과 같은 문제는 조금 더 복잡한 경제적 계산에 기초한 대처로서 풀릴 수도 있고 안 풀릴 수도 있겠지만, 미국이 부과하겠다는 보복 관세에 정부는 “당당하고 결연하게 대응하겠다”고 한다. 
 
 
절대 선만 추구할 수 없는 게 인간 세상
말할 것도 없이 한미 무역 관계는 주고받는 이익이 서로 수긍할만한 것일 때에 보다 원만한 것이 될 것이다. 그런데 여기의 이익은 반드시 경제에 한정되는 것이 아닐 것이다. 여러 나라와의 무역 관계에서 미국이, 가령 일본의 경우와는 달리, 특히 한국을 제재의 대상으로 삼은 것은 다른 불협화가 있기 때문이 아닌가 하는 생각이 든다. 북핵에 대하여 강력한 제제를 계속하고자 하는 미국의 정책에 한국이 반드시 동조하는 것으로 보이지 않는 것도 여기에 관계될 수 있다. 트럼프 대통령은 그 모든 정책적 표현에서 극히 저돌적인 인물이라는 것을 느끼게 한다. 최근 보도된 휴스턴 대학의 전문가들을 상대로 한 조사에서 트럼프 대통령은 국정 운영 능력에 있어서 역대 대통령 중 최하위에 놓이는 것으로 평가되었다고 한다. 특히 주목되는 것은 그가 ‘제도적 규범’을 실현하면서 미달한 것이 많다는 평가이다. 그는 많은 문제에 있어서 힘을 내보이는 것, 속되게 말한다면 공갈 협박에 의존하는 일이 많다고 할 수 있다. 동조하지 않는 것으로 보이는 한국에 대하여서도 우선 보복의 위협을 시험한다고 할 수 있다.
 
그러면서 한국 정부의 정책들은 미국에 대한 동조 거부 이상의 것으로 보일 수 있다는 점도 생각하여야 한다. 그것은 유엔 안전보장이사회의 결의를 위반하는 것으로 보일 수도 있다는 말이다. 안전보장이사회의 제재 결정은 핵무기 확산을 억제하자는 조약, 즉 인류 전체의 안전을 도모하고자 하는 국제 협약에 기초한 것이다. 트럼프 대통령의 대 한국 무역 정책의 강경화 아래에는 이러한 이념에 대한 관심이 잠재해 있을지 모른다. 총체적인 핵무장 해제가 핵확산금지조약(NPT)의 궁극적인 목적이기는 하나, 이미 핵을 보유한 나라들은 규제에서 제외되고 있고 당초의 기존의 핵보유국 이외의 몇몇 나라에서 핵을 보유하게 된 것도 묵인되고 있다. 그리하여 그것은 위선적인 조약으로 보일 수 있다. 그러나 위선이 없는 절대 선을 기대할 수 없는 것이 인간 현실이다. 이러한 위선 또는 미실현의 이상은 북한의 핵에 대한 판단을 복잡한 것이 되게 한다.
 
이러한 핵확산 방지 이상의 관점에서 보면, 겨울 올림픽에서 보여준 한국의 북에 대한 유화적인 태도도 문제가 될 수 있다. 다른 한편으로, 평창에서의 남북의 우호적 접촉은 두 지역 간의 긴장 완화에 보탬이 될 수 있는 상황 진전이라고 할 수도 있다. 그것은 지난번의 칼럼에서 이야기한바 대결과 긴장을 넘어 남북 간에 민족적 동일성을 확인하는 일이고, 서로의 사람됨을 확인하는 일이라고 할 수 있다.
 
 
잔혹한 전쟁 중 성탄절 휴전의 역설
그런데 이렇게 말하고 보면, 이러한 평화적 해후(邂逅)는 보다 넓은 의미에서의 평화를 다짐하고자 하는 안전보장위원회 결의에 어떻게 맞아 들어갈 수 있는가 하는 질문을 유발할 수 있다. 그리고 두 평화의 이상 사이에는 모순이 있다고 할 수밖에 없다. 그러면서 둘 다 필요하다는 것도 인정하는 것이 마땅하다. 그러니만큼 필요한 것은 섬세한 조정이다. 둘 다 평화적 공존과 안전을 이상으로 한다. 단지 종합적 관점이 구성되기 위해서는 복잡한 현실 정책의 조정이 있어야 한다. 그러나 지금의 시점에서는 그것이 가능할 수도 있는 차원이 두 별도의 사고 속에 따로 존재한다. 이것을 인정하는 것도 문제의 궁극적인 해결에는 기여할 것이다.
 
엉뚱하면서 비슷한 사례를 들어 본다. 올해는 1차 세계대전이 끝난 지 100주년이 되는 해이다. 유럽에서는 지난해부터 100주년 기념행사 준비가 진행되고 있다. 그 준비를 전하는 뉴스에서 눈에 띈 것 하나는 영불 연합국과 독일군이 크리스마스를 기하여 전투를 중단하고 술을 나누어 마시는 장면을 보여주는 사진이었다. 병사들 사이의 임시 휴전을 보여준 것이었다. 물론, 전쟁은 다시 계속되었다. 여기에서 일시적 병사 간의 휴전과 전쟁은 전적으로 다른 차원의 사건이었다. 그러나 이러한 만남은 전쟁의 인간화에 기여하는 바가 없지 않았을 것이다. 유럽은 세계 어느 곳보다도 잔혹한 전쟁이 잦았던 곳이다. 동시에 인간이 저지르는 가장 비인간적인 행위인 전쟁에서도 인간적 규칙을 지키게 하려는 규칙을 만들어낸 것이 유럽이다. 포로, 부상자, 민간인에 대한 인도적 처리를 규정한 제네바 협약과 같은 것이 그것을 보여준다.
 
한반도의 남북 관계에서 두 가지의 다른 행동 방식, 사고방식을 조율하는 일이 쉬울 수는 없다. 특히 트럼프와 같은 저돌적인 지도자, 높은 윤리 규범에 집착하지 않는다는 지도자가 개입될 때 그것은 생각하기도 어려운 일이 된다. 또는 이 점은 어떤 정치 지도자의 경우에도 비슷하다고 하겠다. 정치 지도자의 특징의 하나는 강한 투지이기 때문이다. 그러나 인간 행동과 사고의 인간적 측면을 생각하는 정치 행위에는 깊은 차원에서 인간의 사람됨에 대한 고려가 없을 수 없다.
 
 
좌우 대립보다 내일을 향하는 정치
이것은 국내 정치에서도 마찬가지이다. 그것이 어떤 것이든 정책은 대체로 어떤 이념에서 나온다. 그 점에서 정치가 이데올로기를 피하기는 쉽지 않다. 그러나 정책이 참으로 인간적인 의미를 가지려면 그것은 하나의 계획이면서 주어진 현실에 의하여 검증될 수 있어야 하고, 다른 한편으로 인간의 사람됨에 대한 존중 그리고 더 보편적으로 생명 존중의 이상, 즉 윤리적 이상에서 그 동기를 얻는 것이라야 된다.
 
현 정부는 그러한 것을 느끼게 하는가? 우리나라의 정치 집단들은 흔히 좌우 또는 진보 보수로 나누어 이야기된다. 그러나 이러한 표현들이 어떤 구체적인 의미를 갖는지는 불분명하다. 이것은 공산 진영이 몰락한 이후의 세계적인 상황이라고 할 수도 있다. 그러나 우리나라의 경우 모호성은 더욱 강한 것으로 말할 수 있다. 현 정부는 진보적이라고 이야기된다. 즉 지향하는 바가 국내 정치에서는 사회적 균형을 확보 또는 확대하자는 것으로 생각된다. 이것은 고용 확대나 최저임금 인상, 고소득에 대한 증세 결정 등으로 나타난다. 그러나 정도의 차이는 있을망정, 지금의 시점에서 기본적인 사회 안정의 확보는 정권 유지의 기본 조건이다. 거기에 필요한 것이 여러 사회보장 장치이다. 여러 정권을 통해서 사회보장 정책은 계속 시행, 보강, 강화됐다고 할 수 있다. 물론 그것은 보다 적극적으로 강화될 필요가 있다. 이 강화의 임무를 맡았다고 생각하는 것이 문재인 정부일 것이다.
 
그러나 좌파 이념이 정부의 일에서 작용한다는 것을 느낄 수는 있지만, 그 이념은 현실적 연관 속에서 설명되지도 않고 또 인간 존재에 대한 보편적 존중을 느끼게 하는 윤리 의식에도 쉽게 이어지지 않는다고 할 수밖에 없다. 이 정부의 슬로건은 적폐청산이다. 그리고 청산의 노력은 과거사의 수정에까지 확장된다. 적폐의 청산이 불필요하다고 할 수는 없지만, 진정한 사회정책은 과거를 향하기보다는 미래를 향한다. 사람이 사는 시공간은 오늘과 내일이다. 과거는 오늘의 삶에 장애가 되는 한도에서만 오늘의 정치 과제이다. 오늘의 삶을 향하는 정치는 오늘의 구체적인 현실에서 의미를 가져야 하고 인간의 삶 일체를 존엄한 것으로 대하는 자세를 느끼게 하는 것이라야 한다.
 
물론 인간 현실의 모든 것이 이상의 인자(因子) 속에 편하게 풀려 들어갈 수는 없다. 남북의 긴장이나 대미 관계도 이상주의적 알고리즘에 완전히 수용될 수 없다. 현실 문제의 풀이는 현실에서 찾아야 한다. 그러나 그것은 궁극적으로 복합적 차원을 포괄하는 알고리즘에서 하나로 통합된다. 그러면서도 정치 프로그램에, 특히 국내 정치의 경우, 인간의 인간으로서의 가치에 대한 절실한 믿음이 작용하고 있다면, 그것은 지금에도 더 많은 사람을 움직이는 정치 계획이 될 것이다.
 
 
김우창 고려대 명예교수. 서울대에서 영문학을 공부한 뒤 미국 하버드대에서 미국문명사 박사학위를 받았다. 1977년 첫 저서 『궁핍한 시대의 시인』 이후 『지상의 척도』『심미적 이성의 탐구』『자유와 인간적인 삶』『기이한 생각의 바다에서』 등을 펴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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국방연구원 전력발전연구부ㆍ군비통제센터를 거쳐 1994년 중앙일보에 입사한 국내 첫 군사전문기자다. 국방부를 출입한 뒤 최장수 국방부 대변인(2010~2016년)으로 활동했다. 현재는 군사안보전문기자 겸 논설위원으로 한반도 군사와 안보문제를 깊게 파헤치는 글을 쓰고 있다.

박용한 연구위원 : park.yonghan@joongang.co.kr (02-751-5516)
‘북한의 급변사태와 안정화 전략’을 주제로 북한학 박사를 받았다. 국방연구원 안보전략연구센터ㆍ군사기획연구센터와 고려대학교 아세아문제연구소 북한연구센터에서 군사ㆍ안보ㆍ북한을 연구했다. 2016년부터는 중앙일보에서 군사ㆍ안보 분야 취재를 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