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북, 남 지원 성에 안 차면 한·미훈련 빌미로 도발할 수도

[전문가 대담] 평창 이후 한반도
22일 중앙SUNDAY에서 정승조 전 합참의장(오른쪽)과 모리모토 사토시(森本敏) 전 일본 방위상이 한반도 정세에 대해 의견을 나누고 있다. 김경빈 기자

22일 중앙SUNDAY에서 정승조 전 합참의장(오른쪽)과 모리모토 사토시(森本敏) 전 일본 방위상이 한반도 정세에 대해 의견을 나누고 있다. 김경빈 기자

평창올림픽 기간 북·미 고위급 대화가 무산됐다. 남북 대화를 북·미 비핵화 교섭으로 이으려는 문재인 정부의 구상은 일단 헝클어졌다. 트럼프 미국 행정부는 최대한의 대북 압박 기조를 재확인하면서 오히려 북한 인권 문제를 둘러싼 공세를 강화하고 있다. 북한의 대미 비난도 거칠어졌다. 북한은 2010년 천안함 폭침을 주도한 김영철 노동당 부위원장(대남 비서)을 올림픽 폐막식에 보내 유엔·남한의 대북 제재를 무력화하고 남·남 갈등을 유도하겠다는 의도도 드러냈다. 남북 대화의 모멘텀은 살아 있지만, 정세는 여전히 안갯속이다. 다음 달 18일 패럴림픽이 끝나면 한·미 연합 군사훈련이 재개된다. 북한이 알레르기 반응을 보여온 훈련이다. 평창올림픽 이후 한반도 정세는 어떻게 될 것인가. 올림픽 기간의 긴장 완화는 이어질 것인가, 아니면 살얼음판 정세로 갈 것인가. 정승조 전 합참의장과 모리모토 사토시(森本敏) 전 일본 방위상의 대담을 통해 향후 정세를 진단하고 대책을 들어보았다. 대담은 22일 중앙SUNDAY 7층 회의실에서 진창수 세종연구소 소장 사회로 이뤄졌다.

 
 
진창수 세종연구소 소장

진창수 세종연구소 소장

▶진창수(이하 진)=“북한 정세를 놓고 여러 얘기가 교차하고 있다. 패럴림픽 이후 북한이 도발에 나선다는 4월 위기설도 있고, 9월 9일 정권수립일까지 평화 공세를 펼칠 것이란 얘기도 있다.”
 
▶정승조(이하 정)=“문재인 대통령은 ‘기적 같이 찾아온 기회’라며 대화를 통한 북핵 해법을 강조했다. 북한이 국제사회로 돌아오고 북·미 대화로 연결되는 선순환 구조라면 좋겠다. 김정은의 신년사를 보면 오는 9월 정권수립일까지 대화 국면으로 끌고 갈 가능성도 있다. 북한은 남북 관계 개선을 통해 국제사회의 제재 압박에서 탈출하는 한편, 남·남 갈등을 일으키며 한·미 동맹을 와해하려 한다.”
 
북, 남·남 갈등과 한·미 동맹 와해 노려
▶모리모토=“북한이 3~4개월 동안 대화로 시간을 벌고, 그 사이에 핵·미사일 개발 다음 단계로 나갈 수 있다. 경제 제재로 압박을 지속하는 게 중요하다. 대화를 시작하면 북핵을 단념시키기 어려워진다. 한·미 연합훈련이 예정대로 시작되면 북한이 긴장 국면으로 끌고 갈 수 있다.”
 
▶정=“훈련 재개가 북한 도발로 바로 연결된다고 보기 어렵다. 군대가 훈련하는 것은 당연하다. 정상회담의 대가로 거래할 수 있는 것도 아니다. 지난 1·2차 남북 정상회담과 국방부 장관 회담에서도 훈련 중단을 결정한 바 없다. 다만, 북한은 한국의 지원이 기대에 미치지 않고 그들의 의도대로 되지 않는다면 한·미 연합 훈련의 재개 등을 빌미로 다시 도발할 수도 있다. 따라서 이에 대한 대비가 필요하다. 앞으로 전개될 상황에서 북한이 가장 큰 열쇠를 갖고 있다. 럭비공 같은 김정은 행동 때문에 예측이 어렵다.”
 
▶진=“한국이 먼저 나서 운신의 폭을 만들 수 있지 않나. 한국의 역할을 어떻게 보는가.”
 
▶정=“북한 비핵화의 성과를 보기 전까지 압박을 지속해야 한다. 그 과정에서 북한을 변화시키려는 노력도 병행해야 한다. 전쟁 중에도 대화하지 않는가. 한국은 대화를 위한 대화가 아니라 비핵화를 위한 대화를 원한다.”
 
▶모리모토=“남북 대화를 통해 무엇을 기대할 수 있나.”
 
▶진=“한반도 평화를 위한 긴장 완화 측면에서 군사 회담이 필요하다. 현 단계에서는 어렵지만, 정상회담도 마찬가지다. 북한이 미사일 시험 발사를 중단하고 더 나아가 개발을 동결할 생각이 있다면 비핵화를 위한 북·미 대화도 가능할 수 있다고 본다. 대북 제재는 너무 단순한 전략이라 비핵화가 어렵다는 지적도 나온다. 일본 정부는 어떤 방안을 갖고 있는가.”
 
▶모리모토=“대북 경제 제재는 효과가 있다. 탈북자가 증가해 경제가 어렵다는 증거를 봤다. 대북 제재의 근본적 목적은 김정은 통치 체제를 약화하고 핵 개발을 단념하도록 하는 데 있다. 그런데 한국 정부가 북한에 식량을 지원하면 그런 목적과 맞지 않는다. 일본은 제재를 줄일 생각이 없다. 대화로 비핵화가 가능하다는 몽상(夢想)을 갖고 있지 않다. 핵·미사일 개발에 필요한 자금을 차단해 (개발이) 불가능한 수준으로 만들어야 한다. 대북 식량 지원이나 개성공단 재개, 한·미 군사훈련 중단 등에는 신중한 대처가 필요하다.”
 
▶정=“제재 효과에 상당 부분 동의한다. 북한이 이번에 유화적으로 나온 게 그 증거다. (하지만) 현재의 대화 논의를 곧바로 북한 지원과 개성공단 재개, 훈련 중단으로 연결하기엔 적절하지 않다.”
 
▶모리모토=“비핵화를 위한 대화라면 환영할 수 있다. 그러나 북한은 미국 어디라도 공격할 수 있는 핵무기 능력을 갖춰 김정은 체제의 생존이 가능할 때 대화가 가능하다는 생각이다. 북한이 그 목적을 달성하기 전까지 꺼내는 대화는 시간을 벌어주는 대화일 뿐이다. 지난 수십 년간 북한을 보지 않았나. 북한에 이용당할 뿐이다.”
 
▶진=“미국에서는 최근 제한적으로 북한을 공격하는 ‘코피 작전’도 거론되고 있다. 그럴 경우 전면전으로 비화할 가능성도 있고, 일본에도 피해가 생길 수 있다. 이에 대한 일본의 입장은 무엇인가.”
 
▶모리모토=“일본은 군사 옵션에 신중한 입장이다. 첫째, 국제법적 근거 때문이다. 핵 개발 이유만으로 미국이 북한을 공격하기 어렵다. 둘째, 중국이 어떤 태도를 보일지 불투명하다. 사전 양해도 곤란한 상황이다. 미국이 공격하면 중국이 나설 수 있다. 마지막으로 한·일 양국이 효과적으로 대응하기 어렵다. 이런 점의 해결 없는 군사적 옵션은 신중해야 하다. 비군사적 제재로 (비핵화) 목적을 달성해야 한다.”
 
▶정=“군사 작전은 거론만 해도 상당한 효과를 본다. 최근 김정은 동선(動線)을 보면 조심성이 보인다. 미국이 군사 옵션을 경우에 따라 실행할 수 있을 것이다. 자위권적 조치는 상대방의 적대행위가 임박했다고 판단하면 시행할 수 있다. 실제 공격이 이뤄지면 아무래도 한국이 가장 심각한 피해를 볼 수 있다.”
 
▶모리모토=“군사 옵션을 무조건 반대하지는 않는다. 제임스 매티스 미국 국방부 장관이 ‘테이블에 모든 옵션이 있다’고 말한 상황을 충분히 인식하고 있다. 미국이 북한을 공격하면 일본의 피해도 크다. 공격 수단의 종류가 다를 뿐이다. 만약 북한이 반격한다면 한국에는 재래식 전력으로, 일본에는 핵이나 화학탄을 탑재한 노동미사일로 대응할 수 있다.”
 
북핵 완전한 제거 현실적으로 어려워
▶정=“군사적 옵션을 무조건 선호하는 것은 아니다. 미국 입장에서도 상당한 고민이 있을 듯하다. 미국이 군사적 조치를 하면 북한도 반드시 군사적 대응을 해올 것인데 이것이 핵 대응이 되도록 해서는 안 된다. 미국의 군사적 조치는 북한의 핵 대응이 필요 없는 수준의 약한 것이거나, 아니면 북한이 대응하지 못하도록 핵 능력을 완전히 제거해야 하는 것이어야 한다. 하지만 약한 조치는 북한의 보복이 있으면 의미가 없고, 완전한 핵 제거는 현실적으로 어려움이 있다. 코피 작전은 미국의 확고한 핵우산 제공 의지를 보여줘 북한이 핵 대응을 하지 못하도록 한 뒤 해야 한다. 북한이 비핵화에 응하지 않을 경우 2, 3차 후속 군사 조치가 있을 것이라는 메시지가 전달된 가운데 표적을 잘 선정하면 효과가 있을 것이다.”
 
▶진=“군사·외교 분야에서 한·일 양국이 어떤 협력을 추진할 수 있는가.”
 
▶정=“북한 핵 위협 대응과 인식은 한·일이 비슷하다. 한·미·일 협력이 대단히 중요하다. 3국 간 군사협력이 잘 진행되지 못하는 것을 안타깝게 생각한다. 군사 문제가 아닌 국민 정서의 문제가 돼서 그렇다. 그나마 2016년 한·일 군사정보보호협정 체결로 정보 교류가 가능해져 다행이다. 한·일 간 군사 협력이 정치가 아닌 군사 문제로 돌아오도록 일본의 대승적 차원의 노력이 필요하다. 과거사 문제에 대한 한국민의 우려를 일본은 이해해야 한다.”
 
한·일 대화 다방면서 확대해야
▶모리모토=“아태 지역에서 한·일은 미국의 동맹국이라는 공통점이 있다. 한·일 관계 발전은 중요하다. 일본은 미국과 군사협력 분야를 확대했지만, 여전히 한계가 있다. 한·일 군사협력이 대량살상무기 확산방지구상(PSI) 등 한정적인 분야에서만 이뤄져 아쉽다. 한반도에 혼란이 발생하면 일본도 피할 수 없는 사태인 만큼 한·미·일 협력이 필요하다. 모든 수준에서 한·일 대화를 확대해야 한다.”
 
▶진=“한반도 유사시 일본의 역할은 무엇인가.”
 
▶모리모토=“일본 자위대는 수송과 보급 등 미군의 후방지원에 나설 수 있다. 단, 비전투 지역에서만 가능하다. 한반도 유사시 자국민 보호 작전도 자위대법에 나와 있지만 한국과 정치적으로 구체적인 논의가 어렵다.”
 
▶정=“만일 한국에서 전쟁이 나면 일본에 있는 유엔사는 전력(戰力) 제공 역할을 한다. 한반도에 파병될 미군의 지원기지 역할을 하고, 많은 전시물자도 비축하고 있다. 한반도 유사시 일본의 협력도 필요하다. 일본은 미군을 위한 발진·대기·지원기지 역할을 한다. 다만, 일본의 군사적 활동은 한계를 설정하고 그 범위에서 이뤄지도록 해야 한다.”
 
▶진=“한국은 일본의 군사적 의미와 역할을 평가해야 하고, 일본도 한국의 긴장 완화를 위한 대화 노력을 평가해줘야 한다고 본다.”
 
 
정리=박용한 군사안보연구소 연구위원
park.yonghan@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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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988년 중앙일보 입사 이래 북한 문제와 양자 외교 관계를 비롯한 외교안보 현안을 오래 다뤘다. 편집국 외교안보부장ㆍ국제부장과 논설위원ㆍ도쿄총국장을 거쳤고 하버드대 국제문제연구소(WCFIA) 펠로우를 지냈다. 부소장 겸 논설위원으로 외교안보 이슈를 추적하고 있다.

박용한 연구위원 : park.yonghan@joongang.co.kr (02-751-5516)
‘북한의 급변사태와 안정화 전략’을 주제로 북한학 박사를 받았다. 국방연구원 안보전략연구센터ㆍ군사기획연구센터와 고려대학교 아세아문제연구소 북한연구센터에서 군사ㆍ안보ㆍ북한을 연구했다. 2016년부터는 중앙일보에서 군사ㆍ안보 분야 취재를 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