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전화 반납해 스타된 줄 모르는 ‘영미팀’, 숙소에서 mp3 들으며 보드게임

일본과의 준결승전을 이기고 환호하는 김은정·김영미·김경애·김선영(왼쪽부터). [강릉=연합뉴스]

일본과의 준결승전을 이기고 환호하는 김은정·김영미·김경애·김선영(왼쪽부터). [강릉=연합뉴스]

지난 23일 밤. 한국 여자 컬링대표팀은 강릉컬링센터에서 열린 평창올림픽 4강에서 일본을 연장 끝에 8-7로 꺾었다. 김은정의 마지막 드로우샷이 하우스 버튼에 안착하자 온 국민이 열광의 도가니에 빠졌다. 미국 타임은 “린지 본(미국 스키선수)과 애덤 리폰(미국 피겨선수)은 잊어라. 평창올림픽 진짜 락스타는 ‘갈릭 걸스’”라고 보도했다. 한국 선수 5명 중 4명이 경북 의성 출신인데, ‘갈릭 걸스’는 의성 특산물 마늘에 빗댄 표현이다.
 
그날 밤 강릉선수촌으로 돌아간 선수들의 일상은 평소와 똑같았다. 24일 강릉컬링센터에서 훈련을 마친 김민정 감독은 “선수들은 일본을 이겼다고 들뜨지 않았다. 평소처럼 숙소에서 간식을 먹고 잤다”고 말했다. 숙적 일본을 꺾은 날 밤에도 ‘엄·근·진’이었다. ‘엄·근·진’은 네티즌들이 스킵 김은정(28)에게 붙여준 별명이다. 2시간30분 넘는 경기 내내 엄격·근엄·진지한 표정을 유지한다는 의미다.
 
‘평창 올림픽 신데렐라’로 떠올랐지만 선수들은 정작 이 상황을 전혀 모른다. 악성 댓글에 상처받을까 봐 대회를 앞두고 휴대전화를 자진 반납했기 때문이다. 영화 ‘트루먼 쇼’처럼 자신들의 삶이 생중계되고 유명해진 걸 본인들만 모르고 있다. “김은정이 목이 터져라 외치는 ‘영미~’가 유행어가 됐다”는 말에 김영미는 어리둥절한 표정으로 무슨 말인지 모르겠다고 했다.
 
선수들은 숙소에서 인터넷과 담을 쌓고 있다. mp3를 듣고 보드게임을 하며 시간을 보낸다. ‘안경 선배’ 김은정이 팀을 잘 이끌고 있다. 김 감독은 “은정이가 경기 중 무표정하지만 마음이 굉장히 여린 친구다. 본인의 마음을 숨기기 위해 표현을 안 하는 것 같다”고 말했다.
 
한국(세계 8위)은 폐막일인 25일 오전 9시5분 세계 5위 스웨덴과 결승전을 치른다. 경기 후 휴대폰 전원을 켜면 자신들이 수퍼 스타가 됐다는 사실에 깜짝 놀랄 거다.
 
 
강릉=박린 기자 rpark7@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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