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거장 떠받드는 권위주의 버리고 민주적 시스템으로 바꿔야

문화계 성폭력 고리 끊으려면
문화계 전체로 번지고 있는 미투 운동을 들여다보면 피해자들은 한결같이 “그는 내가 속한 세계의 왕이었다”고 고백한다. 이 권력 메커니즘의 기저에는 ‘거장’을 떠받드는 권위주의가 있다. 연극평론가 김미혜 한양대 명예교수는 “전통·관습·정서적으로 뿌리 깊었던 문제”라며 “배우와 스태프의 의견을 존중하지 않는 연출가들의 경우 갑을 관계가 발생하기 쉽다. 이 사태를 계기로 연극계에 수평적 문화가 조성돼야 할 것”이라고 짚었다. 안호상 홍익대 공연예술대학원장도 ‘예술적 리더십’ 문제를 지적했다. “어느 예술집단이든 최정점 예술가의 창의적 아이디어를 따르게 되지만, 연희단은 ‘전지전능한 존재’ 이윤택의 정신을 가장 핵심적 가치로 삼기에 나머지 기능은 다 종속돼 버렸다. 다른 민간 극단도 펀드레이징부터 캐스팅, 무대 디자인까지 연출가가 다 관여하니 결국 인적 관계나 비전문적으로 이뤄진다. 직업적 전문성을 살린 역할분담이 독재 청산의 관건”이라고 했다.
 
연극계는 이번 사태를 계기로 빠르게 세대교체되는 분위기다. 기성세대들이 주축인 각종 연극협회가 대책 마련에 소극적인 반면, 젊은 연극인들은 20일 ‘성폭력반대연극인행동’을 결성하고 피해자 보호와 법적 대처에 나섰다. 이 모임의 김재엽 연출은 “지금껏 문화권력이 남성 위주로 돼 있기에 피해 사례들이 공론화되지 못하고 차단당해 왔다”고 지적하며 “그나마 연극계가 희망적인 것은 좌장인 오태석을 건드렸다는 점이다. 이제 다 할 수 있다는 얘기”라고 했다.
 
예술계가 권위주의를 벗어나려면 시스템 마련이 시급하다. 예일대 드라마스쿨에서 지역극단과 학교가 연계한 조직 운영과 인재 육성 방식을 연구한 어경준 TDS 공연기술연구소 대표는 ‘매니지먼트 전문가 부족’을 문제로 꼽았다. 그는 “사무·회계 등 경영면에서도 데이터가 아닌 감성에 의존해 결정하니 개인 권력 메커니즘이 작동한다. 선진국 극장에선 아티스트보다 시스템을 우선한다. 한국은 아티스트 기반이다 보니 균형을 이루기 어렵다”고 지적했다. 그는 “누구의 작품을 제작하느냐보다 ‘모두가 즐길 수 있는 극장을 만든다’는 수용자 중심의 가치 실현을 위해 시간과 예산, 전문인력을 투입해야 한다. 그런 민주적 운영 시스템이 구축돼야 예술이 공공성을 가질 수 있다”고 했다.
 
그러려면 예술교육과 지원정책의 과감한 방향성 전환이 필요하다. 어 대표는 “천재작가를 키우기보다 구성원들의 프로그램 운영 능력을 교육해야 새로운 시스템을 만들 능력이 확보된다. 유명 권력자만 찾고 그 추종자가 ‘괴물’을 키우는 자양분을 없애야 한다”고 했다.
 
 
유주현 객원기자 yjjoo@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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