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트럼프 거친 엄포 “이번 제재 효과 없으면 매우 거친 제2단계로 간다”

올림픽 와중에 최대 규모 대북제재
김정숙 여사(가운데), 이방카 트럼프 백악관 보좌관(왼쪽), 강경화 외교부 장관(오른쪽)이 24일 오전 강원도 평창 스키점프센터에서 스노보드 남자 빅에어 결선 경기를 관람하고 있다. [연합뉴스]

김정숙 여사(가운데), 이방카 트럼프 백악관 보좌관(왼쪽), 강경화 외교부 장관(오른쪽)이 24일 오전 강원도 평창 스키점프센터에서 스노보드 남자 빅에어 결선 경기를 관람하고 있다. [연합뉴스]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의 대북 발언이 나올 때마다 태평양 건너 한국은 물론 미국까지도 해석이 분분하다. ‘화염과 분노(fire and fury)’ ‘폭풍 전 고요(calm before the storm)’ 등 곧 선제타격에 나설 것 같은 강경 레토릭(수사)이 나왔다가 갑자기 협상 의지를 밝히거나 심지어 협상 조건을 대폭 낮춘 발언이 나오기도 한다.
 
문재인 대통령이 평창 겨울올림픽을 계기로 남북대화를 북·미 비핵화 대화로 연결하기 위해 물밑 중재노력을 기울인 2월도 마찬가지였다. 지난 23일(현지시간) 미 재무부는 특정 국가를 상대로 한 역대 최대 규모의 제재를 발표했다. 트럼프 대통령은 이날 백악관에서 맬컴 턴불 호주 총리와의 정상회담 직후 공동 기자회견에서 “이번 대북제재가 효과가 없으면 우리는 제2단계(Phase Two)로 가야 할 것”이라며 “제2단계는 매우 거친 것(a very rough thing)이 될 수도 있고 전 세계에 매우, 매우 불행할 수도 있다”고 말했다. ‘매우 거친 제2단계’는 대북 군사옵션 사용 가능성을 내비친 트럼프의 최신 버전이다.
 
하지만 불과 보름도 안 된 지난 10일 평창올림픽 개막식 참석차 방한한 마이크 펜스 부통령은 트럼프 대통령의 승인을 받아 김여정 노동당 중앙위 제1부부장을 만나기로 했다. 북한의 갑작스러운 취소로 만남이 무산됐지만 11일 펜스 부통령은 귀국편 전용기에서 “북한이 비핵화를 향한 분명한 조처를 하기 전까지 압박을 계속하되 북한과 ‘대화를 위한 대화’도 수용하기로 했다”고 밝혔다. ‘대화를 위한 대화’는 트럼프 대통령이 과거 미국 행정부가 북한을 잘못 다뤘다고 비판할 때마다 들었던 대표적인 사례였다.
 
‘협상’과 ‘전쟁’이라는 극과 극을 오가는 메시지를 내보내는 트럼프의 진짜 의도는 무엇일까. 문정인 대통령 통일외교안보특보는 최근 중앙SUNDAY에 “전형적인 강압 외교”라며 “하지만 북한은 강압에 굴복하지 않을 것”이라고 주장했다. ‘강압 외교(coercive diplomacy)’는 제재와 압박을 통해 상대방의 의도를 강제로 바꾼 뒤 협상에 나서겠다는 전형적인 강대국 외교다. 트럼프식 강압 외교엔 “군사 옵션으로 외교를 뒷받침한다”는 제임스 매티스 국방장관의 반복되는 경고가 가미돼 있다.
 
강압 외교의 목표는 김정은 위원장의 핵 보유 의지를 꺾겠다는 것이다. 강압 외교의 핵심 수단인 압박을 약화시키는 움직임에 알레르기 반응을 보이는 것도 이 때문이다. 북한 김영철 통일전선부장의 방남 결정에 대해 미 국무부 헤더 노어트 대변인이 지난 22일 브리핑에서 “김영철은 (천안함) 기념관을 볼 기회를 갖기 바란다”는 이례적인 정치적 코멘트를 한 것이 최근 사례다. 문 대통령이 “최근 남북대화는 대북 압박의 효과”라는 발언을 하는 것도 이런 미국의 기본 입장을 의식한 것이다. 한 외교 소식통은 미국의 김여정과의 면담 수용과 관련, “지난 수개월간 진행된 대북 압박의 효과를 직접 확인해보자는 것”이라며 “북한이 면담을 취소하자 여전히 비핵화 의지가 없다고 보고 곧바로 대북 추가 제재에 나선 것”이라고 설명했다.
 
그렇다면 북한이 핵 보유를 인정받을 때까지 제재를 감수하는 ‘파키스탄식’ 접근을 고수할 경우 한반도 전쟁위기는 현실화될까. 트럼프의 의도대로 전망은 엇갈린다. 직접 미 행정부 인사들을 접촉하는 정부 측 인사는 대체로 과거 어느 때보다 높은 위기의식을 공유하고 있다. 한 정부 고위 당국자는 “미국은 대북 군사적 행동을 위한 다양한 옵션 검토 작업을 끝냈다”며 “(군사 옵션 사용에 따라) 지금 10만 명의 피해와 미래 100만 명의 피해, 지금 한국 일부의 피해와 미래 미국을 포함한 피해라는 관점에서 검토가 이뤄졌다”고 전했다.
 
이방카 미국 대표단장을 수행해 방한한 제임스 리시(공화당) 상원의원도 지난 18일 뭔헨안보회의(MSC)에서 “트럼프 대통령은 ‘코피 작전(bloody nose·북한에 대한 제한적 선제타격)’은 없다. 이런 일(무력 사용)이 시작된다면 이는 문명사상 가장 재앙적인 사건 중 하나가 될 것이지만 굉장히 짧게 끝날 것이고 그 결과 대규모 사상자가 발생할 것이라고 말했다”고 소개했다.
 
민간 외교안보 전문가들도 매우 조심스러운 입장이다. “도널드 레이건 대통령 이후 가장 전쟁을 할 가능성이 낮은 미국 대통령”(김동석 재미 한인시민참여센터 상임이사), “전쟁보다 대중국 무역 압박을 통한 북핵 해결이 훨씬 비용이 적게 든다”(천영우 전 청와대 외교안보수석) 등의 발언이 그 예다. 하지만 미국의 초강경 대북제재 추가 발표→한국의 북한 인권문제 거론(강경화 외교장관의 26일 유엔 인권이사회 기조연설 예정)→올림픽 이후 한·미 연합군사훈련 실시→북한의 핵·미사일 도발 수순으로 이어질 경우 또 한 번 격랑에 휩싸일 수 있다.
 
 
차세현 기자 cha.sehyeon@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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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북한의 급변사태와 안정화 전략’을 주제로 북한학 박사를 받았다. 국방연구원 안보전략연구센터ㆍ군사기획연구센터와 고려대학교 아세아문제연구소 북한연구센터에서 군사ㆍ안보ㆍ북한을 연구했다. 2016년부터는 중앙일보에서 군사ㆍ안보 분야 취재를 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