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두 개의 조국, 두 개의 다큐

공감 共感
북핵문제로 전쟁위기마저 감돌던 한반도에서 열린 평창 올림픽은 평화의 훈풍을 가져다 주었다. 권력 간 게임인 전쟁을 중지시키는 올림픽의 취지가 제대로 발휘된 셈이다. 그런 올림픽의 개막과 성공을 기원하며 강릉아트센터에서 열렸던 ‘삼지연관현악단 특별공연’은 매우 인상적이었다.  
 
“동포 여러분, 형제 여러분, 이렇게 만나니 반갑습니다” 라고 흥겹게 노래하며 시작된 공연은 남한의 대중가요와 서양의 클래식을 넘나들며 문화소통의 장을 보여주었다. 그중에서도 인상 깊었던 부분은 ‘평화의 노래’가 나오는 대목이었다.  
 
“푸르른 하늘가에 희망의 나래 펴고/한없이 자유로와 춤추며 날으네/비둘기야 비둘기야 더 높이 날아라/…평화를 사랑하는 우리의 념원 안고/폭풍도 헤쳐 가며 미래로 날으네” 평화의 상징이기도 한 비둘기가 자유롭게 나는 모습을 애절하게 노래하는 그들에게 ‘자유’는 어떤 의미인지 궁금해지기도 한다. 그런 궁금증은 푸른 하늘에 날려보내는 염원이 담긴 두 편의 다큐멘터리를 다시 찾아 보게 만든다.
 
‘사람이 하늘이다’는 귀소본능이 있는 비둘기처럼 남북한을 오가는 김대실 감독의 고향 찾기 여행담에 우리를 초대한다. 노을빛 물든 구름에서 먹구름으로 변하는 다양한 하늘 풍광에서 영화는 시작된다. 미국에 귀화한 그는 사랑하는 남편을 먼저 하늘로 보낸 후 자신의 정체성 찾기로 고향방문 길에 나선다. 2014년 뉴욕을 떠나 남북을 오가는 여정은 일제 식민 시절과 해방, 우리 스스로 이루지 못한 해방이기에 당한 분단, 이어지는 한국전쟁…. 개인사와 공적 역사가 교차하는 가운데 그림도 곁들여지면서 감독 개인의 깊은 내면을 드러내 보여주기도 한다. 거리에서 만난 이들과 전쟁의 기억이나 통일에 관해 자연스런 대화로 풀어나가는 인터뷰 장면도 흥미롭다. 전후 세대이자 물질적 풍요를 누리며 사는 남한 젊은이는 통일문제에 별로 관심을 보이지 않는 경우도 있다.
 
북한에선 늘 동행하는 안내원의 통제에도 불구하고 감독은 누구에게나 서슴없이 다가가 인권유린 문제와 같은 논쟁적 이야기를 나누기도 한다. 나이든 여성이 누리는 자유로움과 다큐멘터리 작가로 단련된 그의 역량이 여유만만하게 발휘되는 순간이다. 기념비가 너무 많다는 푸념도 들린다. 그런 여정의 마지막 단계는 70여 년 만에 찾아가는 고향 신천길로 이어진다. 미군 폭격으로 신천 주민 4분의 1이 학살당했다고 전하는 고향은 이제 흔적도 없다. “그 때 그 밭과 논, 친구는 어디에 있는가?”라고 묻기도 한다. 그러나 고향은 장소가 아니라 사람의 기억 속에 존재하는 것을 발견한다. 모든 사람은 하늘이기에 평등하다는 동학의 인내천 사상은 “나의 살던 고향은 꽃피는 산골~” 노래의 메아리로 하늘 높이 퍼져 나간다.
 
마치 약속이나 한 듯 분단을 넘어 하늘로 날아가는 ‘하늘색 심포니’는 재일교포 학생들의 또 다른 형태의 북한 여행담이다. 요코하마 조선학교 출신인 박영이 감독은 2014년 이바라키 조선학교 3학년 학생 11명과 2주에 걸친 북한 수학여행에 동행하며 이 영화를 찍었다. 그들이 조선학교에 다니기에 일본에서 차별과 박해를 당하는 이유와 더불어 북한과 조총련, 재일동포의 관계를 서서히 이해하게 된다.
 
북한의 모습과 백두산과 금강산 등 자연풍광을 관광하는 프로그램으로 기획된 여정에서 학생들은 환대를 받고 고향의 따뜻함을 느낀다. 그러나 판문점 방문에서 보여주듯이 재일동포인 그들도 분단의 아픔에 직면할 수밖에 없다.
 
일본에서 해방을 맞은 조선인들에게 모국어와 역사를 가르쳐야 한다는 취지에서 설립된 조선학교는 민족 정체성 복원의 희망이기도 하다. 그러나 교육복지 혜택에서 제외된 조선학교는 한때 500곳이 넘었지만 현재 60여 곳으로 줄어들었고, 일본 우익의 테러와 공격을 받기도 한다. 재학생들은 일본에서 태어났고, 부모세대는 경상도 전라도, 제주도 등 주로 고향이 남한이다. 그런데도 북한이 학교에 재정적 지원을 해주었고 방문이 가능하기에 조국으로 작동하는 셈이다.  
 
부모 고향인 남한을 방문하고 싶어도 조선학교생이라는 이유로 입국조차 못하는 문제도 지적되고 있다. 이제는 남한에서도 조선학교를 돕는 모금활동이 벌어지면서 이들에겐 두 개의 조국이 있어도, ‘하늘색 심포니’처럼 하나로 통하기도 한다. 그런 미래의 희망 속에서 나누는 이타적인 기쁨을 가르치는 공동체 교육은 눈길을 끈다.
 
그런데 우리 것을 지킨다는 취지에서 조선학교에서 굳이 여학생만 개량한복을 입는 모습은  북한의 일상적 풍경이기도 하다. 이와 유사한 현상이 남한의 결혼식이나 장례식과 같은 의식에서도 흔히 발견된다. 그것은 우리가 해결해야 할 또 다른 젠더차별의 경계처럼 보이기도 한다. 이 두 편의 다큐멘터리는 ‘특별 초청 평화영화’로 3월 2일(금) 서울 역사 박물관 강당에서 상영될 예정이다.
 
 
유지나
동국대 교수 영화평론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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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북한의 급변사태와 안정화 전략’을 주제로 북한학 박사를 받았다. 국방연구원 안보전략연구센터ㆍ군사기획연구센터와 고려대학교 아세아문제연구소 북한연구센터에서 군사ㆍ안보ㆍ북한을 연구했다. 2016년부터는 중앙일보에서 군사ㆍ안보 분야 취재를 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