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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물건 찾는데 두시간"…공항 이용객 발목잡는 면세품인도장

인천공항 면세품 인도장이 물건을 찾으려는 중국 관광객 등으로 크게 붐비고 있다. [중앙포토]

인천공항 면세품 인도장이 물건을 찾으려는 중국 관광객 등으로 크게 붐비고 있다. [중앙포토]

“면세품이 뭐라고 그걸 찾기 위해 두 시간이나 기다린다는 게 말이나 됩니까. 아이들은 옆에서 보채는데 앉아 있을 의자도 없고. 모처럼의 가족여행을 부부싸움으로 시작했습니다.”최근 일본 후쿠오카로 가족여행을 다녀온 김상조씨(40)씨는 인천공항 면세품 인도장에서 겪었던 일을 얘기하며 목소리를 높였다.
 
김씨는 “대기자가 170명 있다는 번호표에 당황했고, 앞에 있던 중국인 한 명이 20분 이상 소비하며 수십 개의 물건을 찾아가는 데 또 당황했다”며 “왜 인터넷 면세점에서 화장품을 사서 이 고생을 하느냐고 애먼 와이프한테만 화를 냈다”고 말했다.  
 
인천공항 면세품 인도장이 공항 이용객들의 발목을 잡고 있다. 가장 큰 피해자는 시내 면세점이나 인터넷 면세점에서 면세품을 산 경우다. 국내 관세법상 소비자가 이들 면세점에서 사전에 산 물건은 인천공항 면세품 인도장에서 비행기 탑승 전에 찾아야 한다. 그런데 인도장 인프라가 급증하는 이용자를 감당하지 못한다. 인터넷 면세점이 활성화되고 관세청이 시내 면세점 허가를 늘리면서 지난해 면세품 인도 건수는 3208만건으로 2014년(873만건)에 비해 4배가량 증가했다. 하지만 인도장 면적은 같은 기간 약 2.5배 증가하는 데 그쳤다.
 
면세점 인도장은 좁은 공간에 조성된데다 대기자들을 위한 의자도 없어 서서 기다라는 이용객들로 북적인다. [사진 독자제공]

면세점 인도장은 좁은 공간에 조성된데다 대기자들을 위한 의자도 없어 서서 기다라는 이용객들로 북적인다. [사진 독자제공]

특히 1인당 수십 개에서 수백 개의 물건을 찾아가는 중국 보따리상이 늘면서 면세품을 찾는 데 걸리는 시간도 증가하고 있다. 최근 롯데면세점과 신세계면세점은 인도장 혼잡 때문에 물건을 찾는데 시간이 오래 걸린다며 출국 3시간 전에 인도장에 도착해달라는 고객 안내문을 홈페이지에 올렸다. 한시간을 기다리다 결국 면세품을 포기하고 비행기를 탔다는 한동우(37)씨는 “인천공항 입출국이 첨단 시설 덕에 빨라졌다는 기사를 읽은 적이 있는데 이런 식이라면 첨단 시설이 무색한 것 같다”고 지적했다. 인천공항공사에 따르면 연초 이후 지금까지 일평균 면세품 인도 건수는 10만 건이고, 출국자의 15%가량이 면세품 인도장을 이용한다.  
 
주요 면세점들은 출국 두세시간 전에 인도장에 도착해달라는 안내문을 홈페이지에 올려놨다. [각사 홈페이지]

주요 면세점들은 출국 두세시간 전에 인도장에 도착해달라는 안내문을 홈페이지에 올려놨다. [각사 홈페이지]

인도장 혼잡은 인도장을 이용하지 않는 공항 이용객에도 피해를 준다. 보따리상이 공항 곳곳에 자리를 잡고 인도장에서 받은 물건을 재포장하는 경우가 많아서다. 여행 관련 인터넷카페 등에는 “인천공항이 도떼기시장인 것도 같고 난민 수용소인 것도 같다”는 글이 자주 올라온다.
중국인 보따리상인으로 보이는 탑승예정객들이 공항 한견에서 면세점 인도장에서 찾은 물건을 재포장하고 있다. [사진 독자제공]

중국인 보따리상인으로 보이는 탑승예정객들이 공항 한견에서 면세점 인도장에서 찾은 물건을 재포장하고 있다. [사진 독자제공]


인도장 혼잡이 비행기 출발을 지연시키는 경우까지 있다. 이달 4일 오전 8시20분 중국 베이징으로 출발 예정이던 아시아나 비행기는 승객 50명이 탑승하지 않아 예정시각보다 2시간가량 늦게 이륙했고, 같은 날 오전 10시50분 중국 상하이로 출발 예정이던 아시아나 비행기도 18명이 탑승하지 않아 정오가 넘어 이륙했다. 아시아나항공 관계자는 “비행기 화물칸에 실어 보낼 짐을 미리 부친 승객 중 일부가 면세품 인도장에서 물건을 찾는 데 시간이 오래 걸려 정해진 탑승시간에 나타나지 않았다”고 설명했다.
 
화물칸에 짐을 부친 승객이 비행기에 타지 않을 경우 항공 보안법상 비행기에 실린 해당 승객의 짐을 모두 내린 후 비행기를 출발시켜야 한다. 주인이 타지 않은 짐에 폭발물 등 위험 물질이 있을 가능성이 있어서다. 비행기 화물칸에서 미탑승 승객의 짐을 골라내는 작업은 최소 30분 이상이 소요된다.  
 
물건 재포장 작업을 하는 공항 이용객이 늘면서 일부 이용객은 에스컬레이트 입구에까지 짐을 펼쳐놨다. [사진 독자제공]

물건 재포장 작업을 하는 공항 이용객이 늘면서 일부 이용객은 에스컬레이트 입구에까지 짐을 펼쳐놨다. [사진 독자제공]

이렇게 인도장 혼잡이 인천공항 이용객에게 불편을 끼치고 있는데도 문제를 해결해야 할 당사자인 관세청·인천공항공사·한국면세점협회는 서로 ‘네 탓’공방에만 열을 올리고 있다는 지적이 많다. 면세품 인도장을 운영하는 한국면세점협회의 김도열 이사장은 ”인천공항공사에서 제공하는 인도장 공간이 협소해 인도장 혼잡 문제가 발생하는 것“이라고 주장했다.
 
일각에서는 인천공항공사가 공사의 주 수입원인 공항 입점 면세점을 위해 면세품 인도장의 혼잡을 방치하고 있는 것이란 얘기까지 나온다. 지난해 공사는 약 1조2000억원의 영업수익을 올렸는데 공사의 가장 큰 수입원은 면세점 임대료다. 인천공항 제1여객터미널 면세점의 절반가량을 사용하고 있는 롯데면세점이 지난해 인천공항에 낸 임대료만도 5720억원이다.    
 
이에 대해 인천공항공사 측은 면세점협회가 인도장에 필요한 인력을 충분히 늘리지 않는 등 운영을 제대로 못하기 때문에 혼잡이 가중된 것이라고 반박했다. 협회가 2016년 43명이던 미화 인력을 지난해 50명으로 7명 늘렸는데, 현장 상황상 훨씬 더 많이 늘려야 한고 이용객이 몰릴 때 집중적으로 인력을 투입하는 등 협회 측에서 운영의 묘를 살려야 한다는 게 공사 측 주장이다.
 
관세청에 대해서는 시내면세점만 늘려놓고 면세품 인도장 늘리기에는 소극적이라는 지적이 나온다. 관세청과 면세점협회는 지난해 2월 ‘통합인도장 태스크포스팀’을 만들어 인도장 환경을 개선하겠다고 밝혔지만 아직 가시적인 대책은 나오지 않았다. 하지만 관세청과 인천공항공사는 나름 최선을 다해 개선책을 마련중이라고 강조했다. 하변길 관세청 대변인은 “시내면세점 현장에서 바로 물건을 인도받는 방식 등을 도입해 인천공항 인도장 물량을 줄이는 방안을 고려 중"이라고 말했다. 이희정 인천공항공사 홍보실장도  "인천공항공사 수입과 면세점 인도장 문제는 완전 별개"라며 "공사는 수익과 상관없이 인도장 면적을 늘려왔고 터미널에 분산돼 있는 인도장을 한 곳으로 통합하고 인도장 면적을 대폭 확충하는 방안도 검토 중"이라고 말했다 
 
함종선 기자 jsham@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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