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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08년 GM사태 때 오바마는 월가·구조조정 전문가 모아 TF 꾸렸다

[전문가 좌담] 한국GM 사태로 본 구조조정 문제점
지난 22일 기업 구조조정 좌담회에 참석한 전문가들은 ’국책은행에 의존하는 재무적 구조조정을 민간 전문가에게도 개방해야 한다“고 입을 모았다. 왼쪽부터 이청룡 딜로이트 컨설팅 부사장, 박상인 서울대 교수, 박용린 자본시장연구원 연구위원. 신인섭 기자

지난 22일 기업 구조조정 좌담회에 참석한 전문가들은 ’국책은행에 의존하는 재무적 구조조정을 민간 전문가에게도 개방해야 한다“고 입을 모았다. 왼쪽부터 이청룡 딜로이트 컨설팅 부사장, 박상인 서울대 교수, 박용린 자본시장연구원 연구위원. 신인섭 기자

미국 제너럴모터스(GM)가 이달 23일 한국GM 부평공장에서 열린 한국GM 이사회에서 이달 말 만기가 돌아오는 약 7000억원의 채권 회수를 보류했다. 만기 연장을 위해 부평 공장을 담보로 잡을 수 있도록 2대 주주인 KDB산업은행이 동의해 달라는 요구도 철회했다. 현재 GM 본사와 한국 정부는 한국GM의 경영정상화를 두고 치열한 기싸움을 하고 있다. GM은 이달 13일 군산공장을 폐쇄한데 이어 ‘한국 철수’ 카드로 한국 정부를 압박하며 자금·세제 지원을 요구하고 있다. 김동연 경제부총리 겸 기획재정부 장관은 ‘대주주의 책임있는 역할, 이해관계자의 고통분담, 장기적으로 지속가능한 경영정상화 방안 마련’이란 3대 원칙에 따라 대응하겠다고 밝혔다. 중앙SUNDAY는 구조조정 전문가 이청룡 딜로이트 컨설팅 부사장, 기업 구조조정 제도를 연구한 박상인 서울대 행정대학원 교수, 경제전문가 박용린 자본시장연구원 연구위원과 함께 GM사태로 본 국내기업의 구조조정 문제점과 대응 방안을 모색하는 자리를 마련했다. 좌담회는 22일 오후 서울 중앙일보 본사에서 진행됐다.


그래픽=박춘환 기자 park.choonhwan@joongang.co.kr

그래픽=박춘환 기자 park.choonhwan@joongang.co.kr

 
한국GM 사태의 원인은.
▶이청룡 딜로이트 컨설팅 부사장(이하 이청룡)=2대 주주인 산업은행의 사후관리가 부실했다. 한국GM 사외이사 10명 중 3명은 산업은행이 뽑았지만 본사의 경영전략에 민첩하게 대응하지 못했다. GM본사가 미래 먹거리로 삼은 자율주행차나 전기차로 사업 전략을 바꿔야 했다. 하지만 한국은 수출 물량이 줄어든 소형차·경차 생산 공장으로 머물러 있다.

▶박상인 서울대 행정대학원 교수(이하 박상인)=사실 한국GM의 위기는 인건비 부담보다 GM본사의 사업구조 재편 영향이 더 크다. 한국GM의 인건비는 부품이나 하청업체 비정규직 인력까지 고려하면 비싸다고 할 수 없다. 한국보다 임금이 낮은 인도나 인도네시아 시장에선 철수했다. 과거와 달리 ‘선택과 집중’으로 글로벌 사업을 구조조정하고 있다는 얘기다. 현재 한국 정부와 협상 중인 GM본사의 의도부터 정확히 파악해야 한다.

▶이청룡=GM이 한국시장 철수를 카드로 내놓는 협상안을 제대로 봐야 한다. 예를 들어 한국GM이 협상 초기에 GM본사에 빌린 약 3조원의 대출금을 주식 형태로 출자전환하는 대신 2대주주인 산업은행의 5000억원 상당의 추가 출자를 요구했다. 현재 자본잠식 상태에 빠진 기업에게 출자전환은 큰 의미가 없다. 산업은행 자금만 새롭게 투입되는 것이다.

▶박상인=맞는 얘기다. 자본금이 부족한 회사에선 출자전환이나 담보대출 보다 신규자금 투자가 필요하다. GM이 신규 투자에 나선다면 한국 정부는 협상해볼 여지가 있다. 계약할 땐 2대 주주로서 확실한 안전장치를 마련해야 한다. 이사 선임권은 물론 지난해 10월 상실한 자산처분 거부권(비토권)을 기간에 상관없이 요구해야 한다.

▶박용린 자본시장연구원 연구위원(이하 박용린)=두 가지가 중요하다. 경제적 부실 문제를 정치 논리로 해결해선 안 된다. 조선·해운 등 국내 구조조정이 지진부진한 원인 중 하나다. 또 17% 지분을 가진 산업은행은 2대 주주로서 당당한 권리를 주장해야 한다. 해외에선 중요한 경영 사항에 2대 주주가 참여한다. 하지만 산업은행은 한국GM의 군산공장 폐쇄 결정조차 공식 발표 전날에야 알았다.
 
 
최근 기업 구조조정이 는 까닭은.
▶박상인=산업의 고부가가치화가 이뤄지지 않았기 때문이다. 그동안 한국은 낮은 임금의 숙련노동자를 경쟁력으로 빠르게 성장했다. 하지만 중국 기업들이 빠르게 쫓아오면서 한국의 가격 경쟁력은 떨어지고 있다. 더욱이 최근 10년 이상 꾸준하게 성장한 기업은 네이버·카카오 등 정보기술(IT) 관련 기업들이다. 한국 산업을 지탱해온 조선·해운 등 중후장대 산업이 동시에 흔들리면서 구조조정을 겪는 기업이 눈에 띄게 늘었다.

▶박용린=지나친 설비투자도 원인이다. 중국처럼 후발주자가 추격해오면 1·2위 기업을 제외하곤 실적부진을 겪을 수 밖에 없다. 2015년 말 자본시장연구원 자료에 따르면 외부감사 대상 기업 3만여곳 중 한계기업 비중은 14.7%로 5년 전보다 3.3%포인트 늘었다. 성장 속도가 둔화되면 경기도 꺾이고 현금흐름도 나빠진다. 특히 방만한 경영을 해온 기업은 바뀐 환경에 적응하지 못하고 줄줄이 무너진다.

▶이청룡=시가총액 기준 30대 그룹이 10년 마다 바뀌고 있다. 순위에서 탈락한 기업은 기술과 환경 변화에 적응하는 경영 전략에서 실패한 것이다. 한계기업 문제를 20년째 주채권은행 주도의 재무적 구조조정으로 풀고 있다는 게 더 큰 문제다. 기업을 구조조정 할 때는 재무적 회계 실사 뿐 아니라 사업재편 같은 사업적 구조조정도 필요하다. 외환위기 이후 대기업은 법정관리나 자율협약보다 채권은행이 주도하는 워크아웃으로 구조조정을 하고 있다. 보통 채권단은 계속기업가치(존속가치)가 청산가치보다 크면 워크아웃에 나선다. 하지만 존속가치는 기업이 지닌 기술력·영업력·경영개선 가능성·산업 환경 등을 종합적으로 판단해야 한다. 예측이 빗나가면 구조조정이 실패할 수도 있다.

▶박용린=외환위기 때는 일시적 유동성 부족으로 알짜기업들이 줄줄이 무너졌다. 정부가 나서서 신규자금을 투자하는 등 재무적인 구조조정으로 해결하는 게 맞았다. 하지만 지금까지도 정부와 채권은행 중심의 구조조정 방식을 가져가는 건 한계가 있다. 구조조정은 망한 기업을 살리는 게 아니다. 성장성이 낮은 사업은 축소·폐지하고 국내외 유망기업과 손잡고 새로운 기술을 개발하는 등 사업구조를 재편하는 작업이다.

▶박상인=2006년 9월 이후 8년 동안 구조조정에 나선 상장기업을 조사했다. 채권단이 주도해 기업을 정상화시키는 워크아웃 성공률(종결율)은 47%로 법정관리(83%)보다 36%포인트 낮았다. 워크아웃 중에서도 산업은행·수출입은행 등 국책은행이 주채권은행을 맡을 경우 졸업률은 17%로 일반은행(82%)보다 현저하게 떨어졌다.
 
 
구조조정 실패를 되풀이 하지 않으려면.
▶박상인=시장 중심의 구조조정으로 바뀌어야 한다. 기업 존속가치를 매길 때도 산업은행 등 국책은행보다 사모펀드(PEF)처럼 자기 돈이 걸린 플레이어가 제대로 매긴다. PEF는 투자자가 사모방식으로 중장기 자금을 조달해 구조조정이 필요한 기업, 부실채권 등에 투자해 수익을 내기 때문이다. 더욱이 대우건설·대우조선해양처럼 산업은행이 채권자인 동시에 최대주주인 경우 비효율적이고 기업관리가 느슨하다. STX조선해양 역시 회사 정상화를 위해 4조5000억원을 투입했지만 38개월 구조조정을 거친 후 결국 법정관리에 들어갔다.

▶이청룡=구조조정 제도의 변화가 필요하다. 국책은행은 아무래도 워크아웃을 거쳐 기업가치를 끌어올린 뒤 시장에 내놓으려고 한다. 원칙은 맞지만 현실은 공적자금만 들어간다. 이보다 산업은행은 재무적 구조조정을 실행한 뒤 신속히 인수합병(M&A) 등을 추진해 소유와 경영을 분리해야 했다. 앞으로 산업은행은 1차 재무적 구조조정이 끝난 기업을 사후 관리하는 방향으로 역할이 축소될 것으로 보인다.
 
 
기업구조조정촉진법 6월 말 일몰 되는데.
▶박상인=지금처럼 산업은행이 공적자금 지원 역할을 한다면 정부 주도의 구조조정은 지속될 수 밖에 없다. 기업 구조조정을 자본시장으로 끌고 오려면 기촉법은 일몰되는 게 맞다. 그러면 법정관리를 더 효율적으로 활용할 수 있는 프리패키지 플랜(P플랜)이나 자율협약을 쓸 수 있다. P플랜은 신규자금지원계획을 포함한 사전계획안을 제출하고 법원이 이를 인가하면 채권단 주도로 자율협약을 하는 것이다.

▶이청룡=기존 기촉법은 채권단의 75% 찬성을 받아야 워크아웃을 할 수 있다. 채권단 수가 적은 중소·중견기업이 이용하기엔 편리하다. 기촉법을 중소·중견기업 위주로 전환하고 대기업은 P플랜을 활용하는 방안을 고려해볼 수 있다. 2009년 쌍용차가 채권금융기관과 법원이 협력해 회생한 P플랜 유사 사례다.

▶박용린=기촉법을 일몰하기엔 부담이 있다. 과거 외환위기 수준의 시스템 리스크가 발생했을 때 정부가 나서서 신속하게 해결해주는 안전판은 있어야 한다. 이보다 구조조정 전문 인력이 부족하다. 미국은 구조조정에 특화된 PEF 중심으로 정부의 개입 없이 구조조정이 이뤄진다.
 
 
선진국 구조조정 방식에서 배울 점은.
▶이청룡=2008년 말 파산보호 신청을 한 GM을 꼽을 수 있다. 세계적인 금융위기 당시 버락 오바마 정부는 월가 출신 재무전문가 스티브 래트너, 구조조정 전문가 존 블룸 등 각 분야 전문가를 모아 태스크포스(TF)를 꾸렸다. 또 법원의 협조를 얻어 미국 연방 파산법 11조(Chapter 11)를 활용해 신속하게 불필요한 자산을 매각할 수 있도록 했다. 이후 14개 공장 폐쇄 등 과감한 구조조정을 거친 GM은 39일 만에 파산보호에서 벗어났다.

▶박상인=GM 사례는 매우 예외적이다. 선진국에서 제조업체 도산을 막기 위해 공적자금을 투입한 경우는 거의 없다. 핀란드도 국민 기업 노키아가 몰락할 때 단 한푼의 공적자금도 지급하지 않았다. 대신 실직자들의 재취업·실직수당 등 실직자 구제프로그램과 새로운 벤처 육성을 통해 산업구조 개편을 꾀했다.

▶박용린=블랙스톤·칼라일그룹 등 미국은 자금과 M&A 전문성을 갖춘 PEF가 많다. 텍사스퍼시픽그룹(TPG)은 주로 항공사를 인수했다. 쓰러지기 직전의 회사를 매수한 뒤 혹독한 구조조정을 거쳐 되파는 방식이다. 이런 과정을 거쳐 컨티넨털, 아메리카웨스트 등을 인수해 턴어라운드에 성공했다.
 
 
염지현 기자 yjh@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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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북한의 급변사태와 안정화 전략’을 주제로 북한학 박사를 받았다. 국방연구원 안보전략연구센터ㆍ군사기획연구센터와 고려대학교 아세아문제연구소 북한연구센터에서 군사ㆍ안보ㆍ북한을 연구했다. 2016년부터는 중앙일보에서 군사ㆍ안보 분야 취재를 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