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컬링 열기, 봄까지 갈까요 … 그 전에 대중화 기반 갖춰야죠

‘팀 킴’ 스승 김경두 원장이 말하는 ‘올림픽 이후’
21일 한국과 덴마크의 예선 마지막 경기를 관중석에서 보고 있는 김경두 원장. 강릉=정영재 기자

21일 한국과 덴마크의 예선 마지막 경기를 관중석에서 보고 있는 김경두 원장. 강릉=정영재 기자

“컬링이 이렇게 재미있는 줄 몰랐다. 해 보고 싶다”는 사람들이 많다. 대한민국 국민이 ‘컬링 앓이’에 빠졌다. 그러나 한국 컬링의 대부(代父) 김경두(62) 경북컬링훈련원장은 ‘미래’를 걱정하고 있었다. “컬링에 보내 주신 큰 관심에 감사하지만, 이 열기가 얼음이 녹는 봄까지 이어질까요. 국민적인 관심이 식기 전에 컬링 대중화의 기반을 갖춰야 합니다.”
 
레슬링 선수 출신인 김 원장은 국내에 컬링을 도입하고 체계를 세운 인물이다. 1990년대 해외에서 컬링을 접한 뒤 규칙을 익히고 장비를 도입해 가족·친지와 함께 컬링을 시작했다. ‘요강단지를 빗자루로 쓰는 요상한 게임’이라는 비아냥 속에, 밤늦은 스케이트장에 페인트로 하우스를 그려 가며 컬링을 익혔다. 2003년 아오모리 겨울아시안게임 남자 우승, 여자 준우승이라는 기적을 썼고, 2006년 고향인 경북 의성에 국내 최초 컬링 전용경기장을 만들었다.
 
예선 마지막 경기가 열린 지난 21일, 강릉컬링센터 관중석 꼭대기에서 김 원장과 함께 한국-덴마크 경기를 지켜봤다. 지난해 대한컬링경기연맹 회장 직무대행을 했던 김 원장은 현재 컬링연맹에 아무런 공식 직함이 없다. 올림픽 AD 카드도 못 받아 표를 사서 들어왔다. 김 원장으로부터 세계를 깜짝 놀라게 한 ‘팀 킴(여자 컬링대표팀)’ 결성 과정과 한국 컬링의 발자취를 들었다.
 
캐나다 챔프가 ‘휴대폰 보관’ 꿀팁 줘
‘팀 킴’은 어떻게 만들어졌나.
“체육 교사인 동생(김경석)이 2006년 의성여고에 부임하면서 방과후활동으로 컬링부를 모집했다. 김영미와 김은정이 그때 시작했고, 뒤에 김경애와 김선영이 합류했다. 그 흔한 육상부조차 해본 사람이 없을 정도로 운동에 젬병인 아이들이었다. 생긴 것 봐라. 운동 잘 하게 생겼나(웃음). 대한민국 높은 산이라는 산은 다 올랐고, 수상인명구조 자격증도 따게 하면서 힘과 깡을 키워줬다.”
 
선수들이 힘든 훈련을 잘 견뎌낸 것 같다.
“시골서 자란 아이들이라 순박하게 날 따라준 게 고맙다. 선영이는 부모님 고추 농사를 거들어 줄 정도로 착하다. 영미와 경애 자매는 우애가 남다르다. 세 살 위인 영미가 언니라기보다는 이모처럼 경애를 돌봐준다. 은정이는 엄마처럼 동생들을 잘 챙긴다. 그런 성격을 파악하고 스킵(주장)을 맡겼다.”
 
2006년에 본인 땅을 내놔 컬링장을 지었는데.
“지인과 경북도, 의성군 도움을 받았다. 아이스 질 만큼은 세계 정상급으로 만들었다. 세계적인 컬링장 설계자가 ‘어떤 용도를 원하느냐’고 물어 ‘올림픽 금메달을 위한 훈련 목적’이라고 했다. 스톤의 컬(좌우로 휘어짐)이 많은 최상급 컬링장이 완성된 그 때부터 올림픽을 준비하고 있었다.”
 
올림픽 기간에 선수들이 휴대전화를 맡기도록 한 것도 본인 아이디어였나.
“올해 초 대표팀이 캐나다에 가서 올림픽 챔피언 라이언 프라이(2014 소치 금)·케빈 마틴(2010 밴쿠버 금)에게서 원 포인트 레슨을 받았다. 이들은 ‘너희 실력은 세계 최고다. 스스로를 믿어라’며 금메달을 만져보고 목에 걸어보게도 했다. 또 ‘대회 기간 선수단 관리가 정말 중요하다. 가장 친한 사람이 표 좀 구해달라는 전화를 반드시 할 거다’고 했다. 그래서 핸드폰을 맡아 놓기로 했다.”
 
선수들이 엄청난 인기를 아직 실감하지 못하는 것 같은데.
“2003 아오모리 아시안게임 우승·준우승 팀이 3년 만에 망가졌다. 주위에서 그냥 두지 않았다. 지금 아이들도 올림픽 끝나면 달라진 위상을 느낄 거다. 벌써 광고 제안을 몇 군데 받았고, 영화를 만들자는 곳도 있다. 컬링 홍보를 위해 적극적으로 활동하는 것도 좋지만 10년 이상 최고 선수로 뛰기 위해 절제도 필요할 것 같다.”
 
스톤 1개 100만원, 반영구적 사용
김민정 감독이 속상한 게 많았나 보다. 경기 후 인터뷰에서 세 번이나 울었는데.
“컬링연맹이 대한체육회 관리단체다 보니 필요한 지원을 제때 받기가 어려웠다. 올림픽 세 종목(남·녀 단체, 믹스더블) 선발전에서 모두 경북체육회 팀이 우승하는 바람에 견제와 질시를 받은 부분도 있지 않나 싶다. 김민정 감독은 작년 선발전 때 심판한테 항의했다는 이유로 퇴장 명령을 받았다. 올림픽 끝나고 징계 절차를 밟는다고 한다.”
 
김 원장 본인도 징계 대상이라던데.
“지난해 컬링연맹 회장 직무대행을 하면서 ‘60일 안에 회장 선거를 치르라’는 대한체육회 지시를 어겼다는 게 징계 사유다. 전임 회장 집행부가 불투명한 예산 집행 등 문제가 많아서 탄핵당했다. 나는 ‘조직을 쇄신하고 새 회장을 뽑는 과정이 복잡하니 우선 올림픽에 올인하자’고 주장했는데 대한체육회는 듣지 않았다. 올림픽 직전 강릉에서 관중 모시고 대회를 해서 실전 감각을 익히자는 제안도 거부당했다.”
 
컬링 인기가 폭발적인데, 대중화로 이어질 수 있을까.
“일반인이 쓸 수 있는 컬링장은 의성 빼고는 거의 없다. 강릉컬링센터도 올림픽 끝나면 얼음판 없애고 체육관으로 바꾼다고 한다. 설계 단계에서 컬링장과 체육관 겸용으로 지을 수 있었을 텐데 아쉽다. 컬링장(4면 기준)은 지자체에서 땅만 제공하면 40~50억원선에서 지을 수 있다. 컬링 스톤은 1개 100만원 정도(경기용 한 세트는 16개)인데 반영구적으로 쓴다. 스톤은 컬링장에 보관하고 브룸만 갖고 다니면 된다. 신발도 운동화에 덧신만 끼우면 된다.”
 
복지 차원에서 컬링 활성화를 고민하고 있다고 했는데.
“컬링 선진국 선수들은 대부분 직업을 갖고 있다. 우리 컬링 선수들도 국내외 명문 대학에 진학하고 전문직을 갖는 사람이 많다. 컬링은 몸과 머리를 함께 쓰고, 남녀노소 어울려 즐길 수 있는 종목이다. 어르신·장애인 등 복지 차원에서 컬링이 널리 보급되도록 정부에서 신경을 써 줬으면 좋겠다.”
 
김 원장은 “지난해 문체부 특별감사를 받으며 탈탈 털렸다. 딸(김민정 여자팀 감독), 아들(김민찬 남자팀 선수), 사위(장반석 믹스더블팀 감독), 동생(김경석 국제심판) 등 일가족이 다 해먹는다며 온갖 소리를 들었다”고 했다. 그는 “그 동안 없는 길을 만들었다면 앞으로는 큰 길을 열어가야 한다. 컬링을 ‘동계 양궁’으로 키울 수 있도록 컬링인들이 지혜를 모았으면 좋겠다”고 말했다.
 
 
강릉=정영재 스포츠선임기자
jerry@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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