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혹시 여성에게 불쾌한 행동 안했나 … 남자들 ‘나 떨고 있니’

[봇물 터진 미투] 남성은 어떻게 보나
그래픽=박춘환 기자 park.choonhwan@joongang.co.kr

그래픽=박춘환 기자 park.choonhwan@joongang.co.kr

우리나라 ‘미투 운동’이 일파만파다. 우리 사회의 성폭력적 관행과 가부장적 남성문화에 대한 비난과 응징 여론도 높다. 한데 미투 운동 여론은 여성적 관점이 주도한다. 보통 남성의 관점은 별로 드러나지 않는다. 남성들은 ‘미투 운동’을 어떻게 바라보고 있는가. 이 문제를 놓고 학계의 남성 전문가들과 이야기를 나눴다. 그러나 이들의 상당수는 자신들의 발언이 알려지길 원치 않았다. “나도 어떤 대목에서 성추행과 같은 행동을 했을지 알 수 없다”는 것도 그 이유 중 하나였다. 결국 권혁범 대전대 정치외교학과 교수, 우성범(고려대 학생상담센터) 박사만이 실명을 밝혀도 좋다고 허락했고, 3명의 전문가는 익명을 원했다. 전문가 5명의 발언을 문답식으로 재구성했다. (권=권혁범 교수, 우=우성범 박사, A=심리학자, B=신경정신과 전문의, C=사회학자)
 
최근 미투 운동에 대해 일부 남성들이 ‘여혐’ 관점의 댓글을 올리고 있다. 남성의 관점에서 미투 운동이 지나치다고 생각하는가?
우=최근 폭로되는 성폭력 양상에 대한 분노는 남성과 여성이 다르지 않다고 생각한다. 그런 폭력 상황은 그 자체로 천인공노할 일이다.

B=과거 술자리에서 실수한 건 없는지, 내 행동에 여성 동료들이 불쾌하게 생각했던 대목은 없는지 되돌아보게 된다. 급진적이어서 괜히 불안하기도 하다.
 
성폭력 문제가 불거지면 가해 남성들은 안 하느니만 못한 사과를 해 피해자들의 분노를 증폭시키는 경우가 많다. 진정한 반성을 느낄 수 없다.
A=우리 사회의 ‘비동시성의 동시성’에 주목할 필요가 있다. 사회는 빠른 속도로 변하고 있는데, 이런 변화의 속도를 따라가지 못하고 전근대적 사고에 젖어 있는 사람들이 문제를 일으킨다. 권력으로 여성을 소유하고 도구화할 수 있다는 전근대적 사고에선 성 문제를 옳고 그름의 문제로 판단하지 못하는 경향이 있다.

우=실제 상담 현장에서도 남성의 잘못된 사과가 일을 더 크게 만드는 경향이 있다. 남성 문화에선 폭력의 행사가 자신이 더 강하다는 표현의 한 과정이기도 하다. 성폭력도 자신의 우월성을 과시하는 것으로 생각하며 사과도 ‘약자에 대한 배려’로 국한하고, 자신의 우월성을 포기하려 하지 않기 때문에 진정성을 담지 못하는 경우가 많다.
 
한국의 성폭력적 관행에 대해 남성의 본능을 이해해야 한다는 반응도 있다. 남성 본능이 제어되지 않는 것이라면 남성은 그 자체로 잠재적인 사회의 위협 요인이라는 얘기 아닌가?
B=남성과 여성의 본능은 다르다. 하지만 인간은 본능을 제어할 능력이 있고, 사회적 비난을 피하려는 행동을 한다. 그러므로 성폭력을 단순히 남성의 본능으로 설명할 순 없다. 거친 남성성을 우월하게 보는 우리 사회문화적 요인에서 답을 찾아야 한다.

우=평범한 사람도 특정한 환경에 노출되면 가책 없이 악행을 저지른다는 ‘루시퍼 이팩트’의 관점에서 성폭력적 문화를 생각할 수 있다. 우리는 성폭행 사건에서 오히려 남성을 이해하고, 여성을 비난하는 문화가 있다. 특히 우리 사회는 힘 있고 성공한 사람들이 일을 저지르면 “뭔가 이유가 있겠지” 하며 이해하려는 정서가 강하다. 가정에서도 부모들은 잘못을 인정하지 않고, 아이들은 ‘이유가 있을 거야’라며 강요당한 이해를 한다. 이런 맹목적 ‘어른 공경 문화’가 우리 문화를 왜곡한다. 실제로 문제를 일으키는 남성은 대부분 위계질서상 위에 있다. 높은 남성에게 무조건 복종하는 우리 환경은 군대에서 선임의 구타에도 동료들조차 침묵해 희생자를 억울하게 만드는 등 남성 사회에서도 병리적 현상들을 만든다. 강자가 약자를 괴롭히는 걸 묵인하는 우리의 왜곡된 문화 자체가 문제다.
 
폭력적 가부장제를 극복하고 성평등을 이뤄야 한다는 주장은 급진적으로 나온 게 아니다. 그런데 남성들은 여전히 ‘성평등=급진적’이라고 생각하는 것 같다.
C=기득권자에겐 변화의 요구 자체가 급진적인 것이다. 여성들은 가부장제를 비난하지만, 남성은 그 수혜자다. 여성계에서 주장하는 성평등의 내용은 남성에게 기득권을 포기하고 투항하라는 것과 다르지 않다. 이익을 포기하려면 그만한 동기가 필요한데, 여성계의 양성평등은 남성에겐 어떤 동기도 부여하지 못한다.

권=과연 한국적 상황에서 진정한 남녀평등이 이루어질 수 있을까에 대해선 여전히 의문이다. 예를 들어 남성우월주의가 약했던 남학생들도 군대에 다녀오면 달라진다. 복학생들을 대상으로 설문조사해 보면 “여성은 약자이므로 지켜줘야 한다”는 대답이 확 늘어난다. 성평등 문제를 강의하다 보면 복학생들은 묘한 논리로 남성우월성을 강조해 수업을 힘들게 하는 경우도 많다. 남성 징병 제도가 젊은이들에게 남성 우월주의를 강화하는 사회적 환경이 되고 있는 건 아닌지 우려되는 대목이다.

우=남성성은 사회적으로 ‘남성은 이래야 한다’는 성역할 기준에 순응하려는 태도라고 할 수 있다. 남성 규범에 순응하려는 정도가 더 높은 남성들이 흔히 ‘남성답다’는 평가를 받기 위해 더 폭력적이고 권위적인 행동을 한다. 그런데 심리를 분석해보면 남성성이 강한 사람일수록 심리적 고통과 불안감이 더 높다. 남성성 순응도가 낮은 사람은 심리적 고통을 표현하는 방법을 찾는 데 비해 남성성이 높은 사람은 술을 마시는 등 역기능적 대처 방식을 찾는다. 남성다운 남성이 행복하지 않다는 말이다.
 
사회적 남성성 때문에 남성도 불행하다면, 남성 해방의 관점에서 남성 문제에 접근할 필요가 있지 않을까. 남성들도 여성학을 공부해야 한다는 주장이 있다.
권=남성도 페미니즘을 공부해야 한다는 주장에 저항감을 느끼는 남성들이 많다. 여성들도 남성이 말하는 여성성에 대해 반감을 느끼듯이 여성학에서 보는 남성의 문제에 대해 남성들도 공감하지 못한다. 그렇다고 ‘남성학’도 방법이 아니다. 주류집단이었던 남성의 문제는 여성보다 더 복잡하다. 오히려 남성학이라는 이름으로 극단적인 남성성을 강화하려는 역기능도 있을 수 있다. 성별이 아니라 남녀 모두 인권이라는 가치하에서 인간을 이해하는 인권교육이 필요하다.

우=건강한 남성성의 모델이 없다는 게 이 시대 남성의 가장 큰 불행이다. 가부장적 남성, 아버지는 롤 모델이 될 수 없다. 지금은 남성성의 부정적 측면을 드러내며 비판하지만, 이는 남성에게 분노와 갈등을 일으킬 우려가 많다. 건강한 남성성 찾기 운동이 먼저다. 심리학에서도 긍정적 남성성 찾기와 같은 연구가 시작되고 있다. 우리도 건전한 남성성 모델에 대한 연구를 격려하는 등 남성에 대한 긍정적 시그널을 통해 갈등을 해결하는 방법을 찾아야 한다.
 
 
양선희 선임기자 sunny@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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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북한의 급변사태와 안정화 전략’을 주제로 북한학 박사를 받았다. 국방연구원 안보전략연구센터ㆍ군사기획연구센터와 고려대학교 아세아문제연구소 북한연구센터에서 군사ㆍ안보ㆍ북한을 연구했다. 2016년부터는 중앙일보에서 군사ㆍ안보 분야 취재를 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