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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명장면’ 이상화·고다이라 포옹

Outlook
세계인의 스포츠제전인 평창 겨울올림픽이 성공적으로 끝나간다. 오는 3월에 있을 패럴림픽도 많은 감동 속에서 안전하고 성공적으로 이뤄지길 기원하면서 이 글을 쓴다. 평창의 축제에 참여한 한국과 세계 각국의 선수들, 자원봉사자들, 대회조직위 관계자들, 그리고 모든 대한민국 국민과 함께 이 올림픽이 주는 감동을 공유하고 싶다.
 
이번 평창올림픽이 우리 한국 사회에 던지는 화두는 무엇일까? 나는 두 가지를 꼽고 싶다. 그 하나는 ‘민족 담론’(民族談論)의 퇴화현상이다. 남북한이 하나임을 보여주는 개회식 공동입장과 같은 행사가 소위 ‘평화올림픽’을 선언하는 효과는 있었으나, 한국의 시민사회로부터 과거와 같은 열띤 호응을 받지는 못했다는 아쉬움을 느꼈다. 이것은 1991년 일본 치바 세계탁구선수권대회에서 남북한이 최초로 단일팀을 구성, 단체전에서 감격스러운 우승을 이룬 이래 몇 번 가졌던 유사한 남북공동의 스포츠 행사가 민족의식을 고양해 주긴 하였지만, 결과적으로 일과성(一過性) 의식(儀式)에 그치고 말았던 것을 보아 온 학습효과 때문이 아닐까 싶다.
 
두 번째는 우리 사회의 ‘공정성’을 바라는 시민사회의 열망이다. 지난 1월에 여자 아이스하키 남북단일팀 구성 방침이 발표되었을 때, 20·30세대로 표현되는 젊은이들의 광범위한 거부감 표출은 새로운 현상이었다고 할 수 있다. 북한을 포용하고 남북화합을 위한다는 명분이 충분함에도 불구하고, 젊은이들은 한국대표팀이 일정한 양보를 해야 하고, 북한팀에게는 참가의 특권을 주는 것을 공정치 않다고 본 것이다. 이러한 공정성 의식은 대한체육회 지도자가 어느 경기장 귀빈석을 차지하고 있을 때나, 모 국회의원이 윤성빈 선수의 금메달 수상 축하차 제한구역에 특혜성 입장을 했을 때도 거센 비난으로 표출된 바 있다.
 
올림픽에서는 경기의 룰에 따른 공정한 경쟁(페어플레이)이 무엇보다 중시된다. 룰을 위반할 경우에는 승리한 것으로 보일지라도 객관적이고 엄정한 심판 판정을 통해 실격 처리된다. 이번 올림픽에서 나에게 가장 인상 깊은 장면은 이상화 선수의 여자 500m 스피드 스케이팅 결승전이었다. 잦은 부상, 뒷말 등 갖은 악조건을 극복하고 달리고 달려 이 종목 올림픽 3연패에 도전, 은메달을 확정한 후 마음껏 펑펑 울던 이 선수의 모습은 감동 이상의 인간적인 울림을 안겨 주었다. 최대의 라이벌로써 금메달을 차지한 일본의 고다이라 나오 선수와 함께 각기 국기를 두르고 관중에게 일일이 인사하던 장면은 공정한 경쟁을 넘어서는 스포츠맨십을 보여 주어, 특히 한·일 양국 국민에게 잊을 수 없는 장면으로 각인 되었을 것으로 생각한다.
 
대한민국은 1988년 서울올림픽을 성공적으로 개최함으로써 한국전쟁의 폐허에서 벗어나 밝은 민주국가의 모습을 세계적으로 알릴 수 있었다. 이번에도 한국은 대회 운영과 선수들이 거둔 성적 양면에서 스포츠 선진국의 면모를 유감없이 보여주었다. 나는 특히 이번 올림픽에서 한국의 선수나 시민들이 자국의 경기 결과에만 연연하지 않고 이 스포츠 축제 자체를 즐기는 태도를 보여 준 것은 매우 긍정적인 의식의 변화라고 생각한다.
 
우리는 이러한 올림픽 유산을 잘 가꿔 나갈 필요가 있다. 우리 사회가 ‘페어플레이 정신’과 경쟁자나 이웃을 배려하는 ‘공동체 정신’을 크게 함양해 나갈 것을 바라 마지않는다. 이런 정신을 토양으로 할 때 우리 시민사회는 더욱 안전하고 행복한 일상생활을 영위하게 될 것이다.
 
올해 들어 한국 사회는 제천 화재 참사와 밀양 세종병원 화재 참사를 겪었다. 두 사건 모두 안전의 기본을 무시한 인재(人災)의 공통 요소가 있었다. 내가 사는 서울 용산구 아파트의 환경도 화재 대비가 기본적으로 엉성하다. 14층에 있는 내 집을 자주 걸어서 오르는데, 층마다 닫혀 있어야 할 방화문은 열려 있고, 비상계단에는 거의 예외 없이 자전거나 잡동사니 물건들이 놓여있다. ‘소방기본법’에 위배되는 일이라서 아파트 관리사무소 측에서 주민들을 계도하고 있지만, 고쳐지지 않는다고 한다. 이번 올림픽 유산의 하나인 공동체 정신을 기린다는 차원에서 주민들과 함께 화재 대피훈련을 같이 해 보는 꿈을 꿔 본다. 올림픽이 끝나면 본격적인 봄날이 찾아와 햇볕도 따뜻해질 테니까 가능한 일이 아닐까?
 
 
추규호
성균관대 국가전략대학원 교수·전 주영국대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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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북한의 급변사태와 안정화 전략’을 주제로 북한학 박사를 받았다. 국방연구원 안보전략연구센터ㆍ군사기획연구센터와 고려대학교 아세아문제연구소 북한연구센터에서 군사ㆍ안보ㆍ북한을 연구했다. 2016년부터는 중앙일보에서 군사ㆍ안보 분야 취재를 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