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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더,오래] 다이아몬드보다 비싸진 예술가의 똥 통조림

기자
허유림 사진 허유림
허유림의 미술로 가즈아(2)
미술사, 미술 투자를 강의하는 아트 컨설턴트. 작품 보는 안목을 길러 스스로 작품을 구매해 보고 싶은 사람을 미술의 세계로 안내한다. 이해하지 못할 사회 현상과 가치 변동, 경제 상황을 미술을 통해 들여다보자. 알고 느끼고 고민하는 만큼 작품에 숨겨진 의미를 곱씹게 된다. 훗날 자산 가치가 오를 황금알을 찾아보자. <편집자>
 
1000원이면 수십 개들이 한 통을 살 수 있는 철제 클립을 단 한 개에 20만원씩 판다면 살 사람이 있을까? 그러나 만약 명품 로고가 들어간다면 이야기는 달라질 것이다.
 
지난해 6월 이탈리아 명품 브랜드 프라다가 길이 6.25cm, 폭 2.25cm 크기 클립을 185달러에 시장에 내놓았다. 한정판으로 제작된 클립엔 영어로 ‘PRADA’가 새겨졌다. 프라다는 머니클립으로 사용하면 된다고 설명했으나 언론과 소셜미디어는 뜨겁게 달아올랐다. CNN은 185달러면 문구점에서 클립 1만3300개를 살 수 있다고 꼬집었다. 누리꾼들은 “클립에 1달러를 끼우면 186달러를 들고 다니는 격이다. 클립을 사면 끼울 돈이 없겠다”고 비아냥댔다.
 
 
이탈리아 명품 브랜드 프라다가 지난해 6월 한정판으로 제작한 클립. 비싼 가격으로 논란이 되었다. [사진 프라다]

이탈리아 명품 브랜드 프라다가 지난해 6월 한정판으로 제작한 클립. 비싼 가격으로 논란이 되었다. [사진 프라다]

 
프라다만 이런 논란에 휩싸인 게 아니다. 이미 여러 브랜드의 제품이 문제가 됐다. 스페인 브랜드 발렌시아가는 이케아의 99센트 쇼핑백을 재질만 가죽으로 교체해 2150달러에 팔았다. 스트릿브랜드 슈프림은 가죽으로 감싼 돌멩이를 85달러에 팔아 완판을 기록했다. 어떤 사람은 명품 제조회사가 소비자를 우롱했다고 한다. 
 
정말 그런 걸까? 클립에 프라다 로고 대신 피카소의 사인이 있었다면? 마르셀 뒤샹이 변기 대신 돌덩이를 작품으로 전시했다면? 실제 벽돌을 예술작품으로 판단하고 구매한 갤러리가 있다.
 
1972년 영국의 공공 갤러리 테이트(TATE)는 조각가 칼 앙드레 (Carl Andre, 1935~)의 작품 ‘이퀴벌런트(Equivalent) VIII’를 산다. 작품을 구성한 120개 벽돌은 공사장 어디에서나 볼 수 있는 흔한 것이었다. 칼 안드레는 단지 그것을 두 겹으로 쌓았다. 테이트가 당시 지불한 금액은 2297 파운드(한화 약 360만원). BBC를 비롯한 언론은 “테이트가 국민 세금을 벽돌 구매에 소비했다. 한장에 3만원이나 하는 고급 벽돌”이라고 조롱했다.
 
 
Equivalent VIII 1966 Carl Andre born 1935 Purchased 1972 http://www.tate.org.uk/art/work/T01534

Equivalent VIII 1966 Carl Andre born 1935 Purchased 1972 http://www.tate.org.uk/art/work/T01534

 
50여 년 가까이 세월이 흐른 지금은 어떨까? 테이트 모던을 찾는 연평균 600만명의 관람객은 칼 앙드레의 미니멀리즘을 눈으로 확인하고 그 의미에 빠져든다. 그리고 한장에 3만원이라고 조롱받았던 벽돌 120개는 현재 6억원, 한장에 5백만원으로 가격이 160배 이상 상승했다.  

 
 
칼 앙드레의 벽돌 한장에 500만원
이뿐만이 아니다. 이탈리아 예술가 피에로 만조니(Piero Manzoni)는 1961년 자신의 대변을 통조림에 담아 ‘예술가의 똥 (Artist’s Shit)’이라는 작품을 만들었다. 90개가 제작된 작품의 표면에는 1~90까지의 번호와 ‘정량 30g, 신선하게 보존됨, 1961년 5월 제작’이라는 문구가 적혀있다.
 
 
피에로 만조니의 1961년 작품 '예술가의 똥'. 이 안에 든 것은 만조니의 대변이다. 자신의 똥을 90개의 작은 깡통에 밀봉하여 출품했는데, 만조니가 제작했다는 서명과 함께 시리얼넘버를 매겼다. [사진출처 나무위키]

피에로 만조니의 1961년 작품 '예술가의 똥'. 이 안에 든 것은 만조니의 대변이다. 자신의 똥을 90개의 작은 깡통에 밀봉하여 출품했는데, 만조니가 제작했다는 서명과 함께 시리얼넘버를 매겼다. [사진출처 나무위키]

 
만조니는 당시 이 작품을 30g의 금 시세와 같은 가격인 37달러, 약 4만원에 팔았다. 그 후 2007년 16만8000 달러로 4540배 올랐다. 다시 7년 후인 2015년도는 47%가 오른 24만7000 달러, 다시 1년 만에 50%가 상승해 2016년 8월 밀라노 미술 경매에서는 37만2000 달러를 기록한다. 1961년 금 시세로 거래된 똥통조림은 50년 뒤 다이아몬드보다 높은 가격을 기록했다.
 
이런 탈구조주의적 경제현상은 기존 경제학 현대이론을 무참히 파괴하고  더는 경제학자들이 전망과 예측을 불가능하게 한다. 그 원인은 20세기 후반에 들어서 갑작스럽게 확대된 대중문화산업과 창조산업에서 찾을 수 있다. 음악, 영상, 미디어, 패션, 디자인, 스포츠 산업 등은 기존 1, 2, 3차 산업구조로 형성된 시장경제와 금융경제구조에서 전혀 이해할 수 없는 것들이다. 프라다의 클립 가격은 애덤 스미스의 논리로 설명할 수 없음은 물론 현대 경제학 이론으로도 예측할 수 없다.
 
대부분의 상품은 시간이 갈수록 가격이 내려간다. 그러나 미술품 가격은 내려가기는커녕 시간이 흐를수록 예측 불가능한 폭으로 가격이 수직으로 상승한다. 지난 100여년간 미술 시장이 보여준 실물경제의 구체적 사례가 이를 뒷받침해주고 있다. 필자는 미술 투자가 급부상하는 새로운 투자 방법이라고 이야기하려는 것이 아니다. 오히려 지난 50년 동안 그림 시장이 보여준 수많은 성공 사례는 주식, 부동산보다 더 안전하고 높은 수익을 안겨주는 투자처가 될 수 있음을 증명해 왔다.


 
부동산보다 안전한 고수익 투자처 
전 영국은행 총재 머빈 킹(Mervyn King). [중앙포토]

전 영국은행 총재 머빈 킹(Mervyn King). [중앙포토]

 
전 영국은행 총재 머빈 킹(Mervyn King)은 “올해는 2008년 이후 처음으로 세계 경제가 동시에 성장하는 큰 진전이 있겠지만, 여전히 위기”라고 진단한다. 그는 2008년 글로벌 금융위기 당시 벤 버냉키 전 연방준비제도이사회(FRB) 의장과 함께 위기 수습을 맡았던 총책임자였다. 
 
영국 은행들은 세계 금융을 이끌며 가장 안전한 정책을 펼치고 있다고 평가받는다. 그런 영국 은행들도 2008년 세계 금융위기 때 정부의 도움으로 가까스로 파산위기를 극복했다. 이때 은행들은 기존 투자로 더는 수익을 올릴 수 없다고 판단했다. 새로운 투자처인 미술품 투자에 본격 손을 대기 시작한 이유다. 
 
이를 반영하듯 2017년 9월 골드만삭스의 파트너 발렌티노 칼로티(Valentino Carlotti)가 세계 최대 미술품 경매 회사 소더비의 글로벌 사업개발 부문장으로 영입됐다. 덩달아 일반인들도 미술 시장을 기웃거리기 시작했다.
 
경제 최전선의 투자 귀재부터 일반인까지 미술시장에 참여하는 이유는 무엇일까? 미술품은 단순한 사치재가 아니라 부(副)를 ‘만들어내는’ 훌륭한 투자 자산 역할을 하기 때문이다. 미술품은 감가상각의 영향에서 비교적 자유로우며 시간이 지날수록 작품의 희소성과 역사가 더해져 가치가 더 오르는 경향이 있다. 특히 ‘시대적 가치’를 지닌 작품이 이를 정확히 실천한다. 한정된 수량으로 대체재 부재라는 현상을 초래한다. 즉 시간이 지날수록 한정성과 희소성 때문에 미술품은 가격이 올라가는 것이다.
 
작품은 사회적·미학적 가치를 반영하며 시대를 보여주고, 관람객은 작품을 통해 시대가 요구하는 핵심을 엿본다. 우리가 미술 시장에서 눈여겨봐야 할 지점은 가격 상승 뒤에 숨겨진 시대 인식, 시대 가치다. 만조니의 <예술가의 똥>이 다이아몬든 값보다 더 많이 올랐다는 사실보다 왜 그 작품의 가격이 올라갈 수밖에 없는지에 주목해야 한다.


 
리플렛도 효자 투자상품 될 수도
미술품의 가격이 급격하게 상승하는 지점은 사회적·시대적 가치의 깨달음이 교묘하게 교차하는 선이다. 현대미술은 이제 단순한 아름다움을 묘사한 것이 아니라 장식성을 넘어 이성과 감성이 결합한 하나의 장으로 기능한다. 이곳에 역사와 철학뿐만 아니라 시대를 반영한 작가 거유의 미학이 시각적으로 녹아 들어있기 때문이다.  
 
그렇다면 미술 투자는 꼭 돈이 많아야 가능할까? 그렇지 않다. 미술 투자는 서민뿐만 아니라 중산층에게도 쉽지 않지만 오히려 흔한 전시회 리플렛, 포스터, 기타 기념상품이 생각지도 못한 수익률을 가져오며 효자상품으로 자리매김하고 있다. 외국의 전시 사례뿐 아니라 국내에서도 국립 중앙박물관이 내놓은 여러 전시 관련 상품과 도록이 완판을 기록하기도 한다. 다음 회에선 일반인은 어떻게 미술을 즐기며 투자에 접근할 수 있는지 실질적인 사례를 통해 살펴보려고 한다. 
 
허유림 RP' INSTITUTE. SEOUL 대표 & 아트 컨설턴트 heryu122982@gmail.com
 
 

비트코인의 탄생과 정체를 파헤치는 세계 최초의 소설. 금~일 주말동안 매일 1회분 중앙일보 더,오래에서 연재합니다. 웹소설 비트코인 사이트 (http://news.joins.com/issueSeries/102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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