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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더,오래] 두 달 '제주살이' 해보니…600만원이면 충분

기자
김순근 사진 김순근
김순근의 간이역(18)
제주도 유채꽃 [사진 김석환·조현숙 부부]

제주도 유채꽃 [사진 김석환·조현숙 부부]

 
제주에서 짧게는 한 달, 길게는 1년 동안 살면서 제주를 탐방하는 ‘제주살이’가 유행이다. 특히 제주살이는 은퇴한 부부 사이에 새로운 트렌드로 자리 잡고 있으며 경관이 좋은 다른 지방 도시로 확대하는 추세다.
 
 
2달간의 제주살이를 성공적으로 마친 김석환(60)·조현숙(53) 부부 [사진 김석환·조현숙 부부]

2달간의 제주살이를 성공적으로 마친 김석환(60)·조현숙(53) 부부 [사진 김석환·조현숙 부부]

 
충남 서산에 사는 김석환(60)·조현숙(53) 부부는 공무원인 김 씨의 정년퇴직을 앞두고 작년 이맘때 제주로 떠나 두 달간 살다 왔다. 김석환·조현숙 부부의 성공적인 제주 두 달 살이를 들어봤다.
 
 
제주살이, 5년간 준비
충남 서산에 거주하는 김·조 부부는 제주살이를 5년 전부터 준비했다. 공무원인 김 씨와 중소기업에 다니는 조 씨는 매년 둘이 합쳐 300만원씩 저금했다. 이렇게 5년간 모으니 1500만원이 됐다. 디데이는 2017년 2월. 그해 6월 정년퇴직을 앞두고 김 씨의 공로휴가가 시작되고, 조 씨는 다니던 직장을 그만두기로 한 달이다.
 
처음엔 올레길 완전정복을 생각했다. 그런데 올레길은 너무 알려져 있고, 이전에 몇몇 코스는 걸어본 적이 있어 오름으로 결정했다. 무엇을 할 것인가가 결정되니 이제 어디서 살 것인가를 고민했다. 
 
“떠나기 석 달 전부터 인터넷을 통해 숙소와 탐방할 오름을 집중적으로 검색했어요.”
 
 
시흥리 숙소 [사진 김석환·조현숙 부부]

시흥리 숙소 [사진 김석환·조현숙 부부]

 
숙소는 서귀포 주변 바닷가에 있는 원룸으로 정했다. 보증금 30만원에 월세 75만원으로 다른 곳보다 다소 저렴했다. 시내나 인기 있는 바닷가 근처는 월세가 100만원을 넘었다. 자동차는 목포항에서 배에 싣고 가기로 했다. 그런데 탐방할 오름을 정하기가 녹록지 않았다.
 
 
제주의 오름은 300여개가 넘는다.이중 개인사유지도 있어 출입이 제한된 곳도 있다. [사진 김석환·조현숙 부부]

제주의 오름은 300여개가 넘는다.이중 개인사유지도 있어 출입이 제한된 곳도 있다. [사진 김석환·조현숙 부부]

 
“제주 관광사이트를 찾아보니 오름이 무려 300여개나 됐어요.”
 
두 달 동안 이 모두를 오른다는 것은 불가능했다. 그래서 자료 등을 통해 흥미가 가는 곳 100개를 선택했다.
 
이제 오름이 어디쯤 있는지 알아야 했다. 그래서 제주시에 요청하니 지도를 보내왔다. 그런데 지도에 오름이 표시되어 있지 않았다. 할 수 없이 보내온 지도를 출력해 체크한 100개 오름을 오려 붙이는 식으로 간략한 오름 지도를 완성했다.
 
 
두 달 만에 오름 52개 탐방 
대부분 오름은 완만한 경사의 산책로 코스여서 1시간30분 정도면 탐방이 가능하다. [사진 김석환·조현숙 부부]

대부분 오름은 완만한 경사의 산책로 코스여서 1시간30분 정도면 탐방이 가능하다. [사진 김석환·조현숙 부부]

 
오름은 인지도가 높은 곳부터 가기로 순서를 정했다. 대부분 오름이 한 시간 반 정도 코스여서 오전, 오후 각 2곳씩 하루 4곳을 탐방하기로 했다.
 
 
제주 오름주변에는 푸드트럭이 많다. [사진 김석환·조현숙 부부]

제주 오름주변에는 푸드트럭이 많다. [사진 김석환·조현숙 부부]

 
그런데 이 계획은 첫날 이후 바뀌었다. 첫날 오름 4곳을 계획대로 다녀온 뒤 김 씨의 무릎과 발목에 무리가 생긴 것이다. 이후 오름 탐방 다음 날은 드라이브와 유명 맛집 또는 청년 푸드트럭을 찾아 특색있는 음식을 맛보는 식으로 진행됐다. 오름도 당초 계획보다 1곳 줄여 하루 3곳으로 정했다.
 
오름 탐방은 처음엔 체크한 곳 중심으로 찾아갔으나 점차 요령이 생겼다. 오가는 길에 눈길을 끄는 오름이 발견되면 정보를 검색한 뒤 괜찮다 싶으면 찾아가는 식이었다. 이렇게 모두 12개 오름을 즉석 헌팅을 통해 탐방했다.
 
 
오름탐방용 점심 도시락 [사진 김석환·조현숙 부부]

오름탐방용 점심 도시락 [사진 김석환·조현숙 부부]

 
오름 가는 날은 아침에 도시락도 준비했다. 도시락은 김 자반에 싼 주먹밥과 간단한 국이 전부. 그래서 저녁은 맛집을 찾아가 제대로 먹었다.
 
두 달 동안 100개의 오름을 목표로 했으나 절반 정도인 52개만 올랐다. 오름은 비슷비슷해 보이지만 막상 가보면 특성이 다 달랐다. “계절이 바뀌면 또 달라 보이겠죠.”
 
 
무릎에 무리가간 김석환씨는 스틱에 의존해 오름탐방을 계속했다. [사진 김석환·조현숙 부부]

무릎에 무리가간 김석환씨는 스틱에 의존해 오름탐방을 계속했다. [사진 김석환·조현숙 부부]

 
인지도 높은 오름 위주로 찾아다닌 덕분에 잊을 수 없는 구경도 했다. “새별오름이 유명한 곳으로 되어있더라고요. 찾아갔더니 그날이 정월 대보름 등불축제 날이었어요. 오름을 뒤덮은 억새를 불태우는데, 정말 잊지 못할 장관이었어요.”
 

 
다랑쉬오름 분화구 [사진 김석환·조현숙 부부]

다랑쉬오름 분화구 [사진 김석환·조현숙 부부]

다랑쉬오름서 바라본 야끈다랑쉬오름 [사진 김석환·조현숙 부부]

다랑쉬오름서 바라본 야끈다랑쉬오름 [사진 김석환·조현숙 부부]

 
다랑쉬오름 앞 아끈(작은)다랑쉬오름도 기억에 남는 곳이다. ‘오름의 여왕’이라는 다랑쉬오름의 명성에 가려져 있고 규모도 작아 찾는 이가 많지 않다. 그런데 막상 가보니 자그마한 분화구 속을 어른 키보다 더 큰 억새들이 무성하게 뒤덮고 있었고 그 속으로 난 길을 따라 분화구를 한 바퀴 돌던 기억이 색다른 추억이 됐다고 한다.
 
 
다랑쉬오름 전망 [사진 김석환·조현숙 부부]

다랑쉬오름 전망 [사진 김석환·조현숙 부부]

 
알밤오름에서는 길을 잘못 든 탓에 생각지 못한 멋진 풍광을 본 경우다. 길이 여러 갈래여서 무심코 한 곳을 따라갔는데 엉뚱한 방향이었다. 그런데 길 주변에 천리향과 가시나무가 뒤덮인 장관이 펼쳐졌다.
 
 
노꼬메 오름길 [사진 김석환·조현숙 부부]

노꼬메 오름길 [사진 김석환·조현숙 부부]

 
노꼬메오름은 눈이 쌓여있는 풍경에 좋은 느낌을 받았다고 한다. 이처럼 52개 오름 모두가 저마다의 추억을 안겨주어 그날의 느낌이 기억에 새록새록 남아있다.
 
 
맛집, 인터넷 평가와 다른 곳 많아
즐겨먹은 뿔소라 [사진 김석환·조현숙 부부]

즐겨먹은 뿔소라 [사진 김석환·조현숙 부부]

 
맛집 탐방도 오름 못지않은 즐거움을 안겨줬다. 빵 맛있는 집, 국수 맛있는 집 등 테마를 정해 찾아갔다. 블로그나 카페 검색을 통해 정보를 얻었는데 막상 가보면 실망하는 경우도 적지 않았다.
 
“방송에 소개됐고 블로그마다 강력추천이라고 적어놓은 유명 고깃국수집을 갔는데, 설렁탕에 국수를 말은 느낌이더군요.”
 
그래서 인터넷 정보보다 발품팔아 찾아다니는 경우가 많아졌고 그런 과정에서 만족할만한 결과도 적지 않았다. 하루는 편의점에 물건을 사러 가다 길게 줄 서 있는 식당을 발견했다. 이곳도 방송 등에 소개된 고깃국수집이었는데 국물맛과 면이 전에 맛본 곳과는 비교가 안 될 정도로 맛이 있었다.  
 
이들 부부는 그 맛을 잊지 못해 제주를 떠나는 날 일부러 찾아가 30여분 줄을 서 사 먹었다고 한다.
 
두 달 살이 중 예상치 못한 부부간 문제도 표출됐다. 처음으로 24시간 함께 있다 보니 생긴 갈등이다. 낮에 숙소에 있을 때 서로 하고자 하는 것이 달랐다. 한 사람은 그냥 쉬자고 하고 다른 사람은 운동이나 산책을 하자고 하는 식이다.
 
“오름 탐방 갈 때면 즐겁고 기쁜데 막상 숙소에 오면 얼굴 붉히는 일이 종종 생기곤 했죠.”
 
조 씨는 “두달 통해 서로 조금씩 양보하며 맞춰간 덕에 지금은 그러한 갈등은 없다”고 말했다.
 
 
부부 간 갈등도 겪어 
숙소앞 성산일출봉 [사진 김석환·조현숙 부부]

숙소앞 성산일출봉 [사진 김석환·조현숙 부부]

 
제주살이가 현실에서 벗어나는 게 아니기 때문에 좀 더 멋진 풍경과 시간적 여유를 즐기려면 조금씩 양보하고 도와야 한다고 한다.
 
평소 등산을 즐기는 김 씨는 오름을 만만하게 보고 체력관리를 제대로 하지 않은 게 큰 아쉬움으로 남는다고 했다. 김 씨는 제주살이를 마치고 돌아온 뒤 무릎 인대에 이상이 생겨 오랫동안 치료를 받아야 했다.
 
 
아담한 정원같은 앞오름 [사진 김석환·조현숙 부부]

아담한 정원같은 앞오름 [사진 김석환·조현숙 부부]

 
“저희처럼 오름 탐방을 목적으로 한다면 사전에 체력을 단련하는 게 좋아요. 특히 점심을 사 먹으며 오름을 오전, 오후 둘러보기가 힘들기 때문에 꼭 챙겨 다녀야 하고요.”
 
이들 부부는 제주 두달 위해 모은 돈 1500만원 중 숙박비와 식비 등을 포함해 총 600만원을 지출했다.
 
 
제주 6일차 주상절리대 관광. 오름탐방이 없는 날은 드라이브나 관광지를 둘러봤다. [사진 김석환·조현숙 부부]

제주 6일차 주상절리대 관광. 오름탐방이 없는 날은 드라이브나 관광지를 둘러봤다. [사진 김석환·조현숙 부부]

 
“제주 물가가 생각보다 비싸요. 제주살이 계획한다면 자금을 여유 있게 준비하는 게 좋아요.”
 
5년간 준비한 제주살이를 성공리에 끝낸 김석환·조현숙 부부. 제주에 두 달 살다 보면 다신 안 가고 싶을 줄 알았는데 또 가고 싶단다.
 
“이번엔 다른 계절에 찾아 나머지 오름을 모두 오르고 싶어요.”
 
김순근 여행작가 sk4340s@hanmail.net
 
 

비트코인의 탄생과 정체를 파헤치는 세계 최초의 소설. 금~일 주말동안 매일 1회분 중앙일보 더,오래에서 연재합니다. 웹소설 비트코인 사이트 (http://news.joins.com/issueSeries/102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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