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두 달 간 설득해 한국 귀화했지만…통역 없이 훈련하는 랍신

[사진 방송화면 캡처]

[사진 방송화면 캡처]

러시아에서 귀화한 바이애슬론 국가대표 티모페이 랍신(30·조인 커뮤니케이션)이 통역 없이 생활하고 있는 사연이 알려져 보는 이들을 안타깝게 했다.

 
이러한 사실은 랍신이 지난해 11월 방송된 2018 평창 겨울올림픽 특집 다큐멘터리 SBS 스포츠 '푸른 태극전사 외전’에 출연하면서 알려졌다.
 
랍신은 러시아에서 태어난 바이애슬론 선수로, 2015년 챔피언까지 등극했었다. 하지만 2016년 대표팀에 발탁되는 과정에서 석연치 않게 탈락했다. 러시아의 파벌 경쟁에서 밀려났다고 생각한 랍신은 귀화의 길을 택했다.  
 
그 무렵 랍신은 대한바이애슬론연맹의 귀화 제의를 받았다. 대한바이애슬론연맹은 국제 경쟁력 강화를 위해 러시아 출신 선수의 귀화를 추진하던 중 랍신을 두 달간 설득했다. 랍신은 “(귀화를 위해) 우크라이나와 협상이 마무리 단계까지 간 상태였다. 그때 러시아어가 유창한 김종민 연맹 부회장과 만났다. 올림픽을 앞둔 개최국의 열정이 느껴졌다. 무엇보다 (파벌 싸움 없이) 운동에만 집중할 수 있는 여건에 마음이 움직였다”고 말했다.  
 
러시아 인기 스포츠인 바이애슬론 최정상 선수였던 랍신은 실력이 아닌 이유로 대표팀에서 제외된 점, 자국의 국민 스타 자리를 내려놓고 올림픽 티켓을 위해 국적을 바꾼 점 등에서 한국의 안현수를 떠오르게 한다. 그는 “안현수가 소치에서 금메달 3개를 따내면서 쇼트트랙에 대한 관심을 끌어올렸듯 나도 바이애슬론의 매력을 한국에 전달하고 싶다”고 말했다.  
[사진 방송화면 캡처]

[사진 방송화면 캡처]

이날 취재진의 카메라에 비친 랍신의훈련 모습은 다소 어색해 보였다. 박철성 바이애슬론 국가대표 감독이 곁에 있었지만 대화는 없었고 어색한 침묵만이 흘렀다. 박 감독과 랍신은 말없이 자기 할 일만을 했다.
 
‘감독님이 잘 대해 주시냐’는 통역의 질문에 랍신은 "감독님이 좋다. 내가 부상을 입고 수술했을 때 이틀간 곁을 지켜주기도 했다. 정말 감사하게 생각한다"고 전했다.
 
그들의 문제는 언어였다. 두 사람의 대화를 이어줄 통역이 없었다. 랍신과 박 감독은 손짓과 서로의 표정을 읽어가며 소통했다.  
 
랍신은 재활 기간 중 한국어 읽고 쓰기도 배웠다. 전화로 한국어 과외도 받았지만 여전히 한국어로 소통하는데는 어려움이 있어 보였다.
 
그는 “발음이 이상해선지 주변에선 많이들 웃는다. 그래도 ‘안녕하세요’ ‘감사합니다’ 를 자주 쓰려고 노력한다”면서 “올림픽이 끝나면 본격적으로 한국어 공부를 하고, 한국 이름도 짓고 싶다”고 말했다.
[사진 방송화면 캡처]

[사진 방송화면 캡처]

선수촌에 혼자 남아 있는 랍신에게 힘든 점을 묻자 그는 “(여기서는)제 상태가 어떤지 설명을 못 해준다”라며 “언어 때문에 물어봐도 자세한 부분은 이해를 못 한다”고 하소연했다.
 
이에 대해 선수촌 의무실 담당자는 “언어 장벽도 있어서 세세한 것까지는 전달이 힘들어 시행착오가 있다”면서도 “본인(랍신)이 열심히 하는 선수라 크게 오버 트레이닝하지 않으면 충분히 회복할 것”이라고 설명했다.
 
랍신은 이날 촬영 차 선수촌을 찾은 통역에게 그동안 말하지 못했던 모든 질문을 적어 건넸다.  그는 “내가 궁금한 세세한 질문들을 할 수 있는 상황이 아니다”라며 “그래서 항상 물어보고 싶은 것을 적어냈다”고 말했다.
[사진 방송화면 캡처]

[사진 방송화면 캡처]

더욱 안타까운 것은 랍신의 치료비를 박 감독이 내고 있었던 것. ‘비용은 나라에서 나온 건가’는 질문에 박 감독은 "보험 청구를 할 것"이라며 "지금은 방법이 없어 내가 대신 계산하고 있다. 지금까지 600만원 정도 들어갔다"고 밝혔다.
 
올림픽에 앞서 겨울스포츠 단체장들은 간담회 등을 통해 귀화 선수 적극 지원 방안 등을 마련해 줄 것을 수차례 건의한 바 있다. 이에 대해 대한체육회는 “간담회 내용을 전문가그룹이나 미래기획위원회 등 자문기구에서 보완하고 더 심도 있게 논의하겠다”고 밝혔지만 귀화 선수들에 대한 처우는 여전히 열악한 실정이다. 새로운 조국에 메달을 안기겠다는 부푼 꿈을 안고 이번 올림픽에 나선 귀화 선수들에 더 많은 관심이 필요한 때다,
11일 오후 강원도 평창군 알펜시아 올림픽파크 내 바이애슬론 센터에서 열린 남자 10㎞ 스프린트 경기에서 한국의 티모페이 랍신이 역주하고 있다. [평창=연합뉴스]

11일 오후 강원도 평창군 알펜시아 올림픽파크 내 바이애슬론 센터에서 열린 남자 10㎞ 스프린트 경기에서 한국의 티모페이 랍신이 역주하고 있다. [평창=연합뉴스]

한편 랍신은 이번 평창 무대에 한국 선수로서 홀로 바이애슬론 종목에 출전해 스프린트 16위 등 한국 사상 최고의 기록을 세웠다. 올림픽 직전 부상을 겪은 데다 통역도 없이 힘들게 훈련해온 랍신. 그의 빛나는 투혼 덕에 한국 설상에 희망의 발자취를 남겼다.
 
배재성 기자 hongodya@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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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북한의 급변사태와 안정화 전략’을 주제로 북한학 박사를 받았다. 국방연구원 안보전략연구센터ㆍ군사기획연구센터와 고려대학교 아세아문제연구소 북한연구센터에서 군사ㆍ안보ㆍ북한을 연구했다. 2016년부터는 중앙일보에서 군사ㆍ안보 분야 취재를 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