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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게 뭐라고…' 한 달을 기다려야 살 수 있는 빵

학수고대(鶴首苦待). 학의 목처럼 목을 길게 빼고 간절히 한 달을 기다려야만 맛볼 수 있는 빵이 있다. 서울 강남구 역삼동 빵집 ‘바게트k’의 빵이다. 
바게트k의 바게트와 바나나푸딩. 기자도 주문해 놓고 취소한 사람이 있어 겨우 살 수 있었다.

바게트k의 바게트와 바나나푸딩. 기자도 주문해 놓고 취소한 사람이 있어 겨우 살 수 있었다.

 

[인스타, 거기 어디?] 역삼동 빵집 '바게트k'
분당 백현동에서 이사온 '바게트 달인'의 집
매월 셋째 주 수요일부터 다음달 빵 예약
겉은 바삭 안은 폭신, 단백 고소한 맛에 인기

‘역삼동성당’ 뒤편에 자리 잡은 이곳의 대표선수는 이름에 나와 있듯 바게트다.(※이름의 k는 오너 베이커인 김종우 대표의 이름에서 땄다.) 바게트 자체로야 다른 베이커리에서 흔히 판매하는 식사빵이라지만, 이곳의 바게트는 유독 맛있기로 유명하다. 종류는 끝을 뾰족하게 만든 프랑스 전통방식 빵인 몽쥐 바게트(4500원)와 길이가 긴 말제르브 바게트(5500원)의 두 가지다. 
판매 방식도 독특하다. 바게트의 경우, 한 달 전에 예약해야만 빵을 살 수 있다. 예약을 할 수 있는 날도 정해져 있다. 매달 셋째 주 수요일에 다음 달 바게트 예약을 받는데, 보통 예약을 받기 시작한 지 2~3일이면 이마저도 마감된다. 예약 가능한 시간도 영업시간인 오전 10시~오후 3시까지만, 게다가 월·화요일은 휴무다.  
예약 방법은 매장을 직접 방문하거나 전화, 카카오톡(플러스친구)으로 하면 된다. 물론 가장 확실한 방법은 매장 방문이다. 전화는 밀려드는 주문에 연결이 잘 안 되고, 카카오톡은 선착순으로 접수를 하니 실패할 위험이 있다. 매장에 직접 찾아와 준비된 예약 신청서를 작성하는 사람들 우선으로 빵 접수를 받는데, 이유는 애써 매장을 찾아오는 고객에게 더 잘해주고 싶은 마음 때문이란다.  
인스타그램에 #바게트k란 해시태그로 올라온 게시물 수는 1600여 개. 주문하고 한 달을 꼬박 기다려 빵을 손에 넣었으니 인증샷을 남기고 싶을 만하다. 게시물엔 사진과 함께 ‘한 달을 기다린 감격스러운 순간’ ‘지난달 예약한 바게트 드디어 수령’ ‘인생 바게트’ ‘맛이 어마어마’ 등의 댓글이 달려있다.
역삼동 바게트k의 외관. 역삼동성당 바로 뒷골목에 있다.

역삼동 바게트k의 외관. 역삼동성당 바로 뒷골목에 있다.

입구에는 영업일(수~일요일)과 영업시간(오전 10시~오후 3시), 주문을 위한 전화번호가 쓰여 있다.

입구에는 영업일(수~일요일)과 영업시간(오전 10시~오후 3시), 주문을 위한 전화번호가 쓰여 있다.

 
바게트k는 원래 분당 백현동에 있었다. 미국에서 7년간 베이커로 일하고 2015년 한국에 돌아온 김 대표 부부가 부모님 집에서 가깝고 또 예쁘게 조성된 거리가 마음에 들어 정한 장소다. 가게는 문을 열자마자 담백하고 고소한 빵맛으로 동네에 입소문이 났다. 
당시 오전 8시30분에 문을 열었는데, 새벽 5시부터 빵집 앞에 빵을 사려는 사람들이 줄을 섰다. 대기자들은 오전 7시가 되면 번호표를 받았고 오픈 시간에 빵집이 문을 열면 그때서야 차례대로 들어가 빵을 샀다. 심지어는 제주도에서 이 집 빵을 먹어보겠다고 올라와 새벽 3시부터 기다렸을 정도라고 하니 그 인기를 짐작할 만하다. 
지난해 말에는 각 분야의 달인을 찾아다니는 TV프로그램에 ‘바게트 달인’으로도 소개됐다. 줄을 서도 빵을 못 사는 사람들이 많이 생겨, 결국 판매 방식을 사전 예약제로 바꿨다. 지금 역삼동 자리는 지난 2017년 11월에 이사했다. 원래 자리가 외져서 직원 구하기가 너무 힘들어 다른 동네를 알아보다 결정한 곳이란다. 이곳에 와서도 인기는 여전하다. 
바게트k의 내부 모습. 오늘 예약자들이 찾아갈 바게트가 카운터 뒤에 꽂혀있다.

바게트k의 내부 모습. 오늘 예약자들이 찾아갈 바게트가 카운터 뒤에 꽂혀있다.

3월분 바게트는 2월 21일부터 예약을 받기 시작했다.

3월분 바게트는 2월 21일부터 예약을 받기 시작했다.

 
이쯤 되면 대체 어떤 사람이 이런 빵을 만들까 궁금해진다. 이곳의 모든 빵을 만드는 김종우 대표는 결혼 후 빵을 공부하기 위해 프랑스 파리로 갔다가 뉴욕으로 터전을 옮겨 꿈을 이룬 인물이다. 파리는 학비도 비싸거니와 언어도 힘들었다. 제빵 노하우도 프랑스인이 아니고서는 알려주려 하지 않았다. 
안 되겠다고 판단한 김 대표는 가족과 함께 뉴욕으로 이사해 빵 공부를 새롭게 시작했다. 당시 미국에 진출했던 프랑스 유명 베이커리 브랜드 ‘에릭 케제르’에 직원으로 들어갈 수 있었고, 그곳에서 능력을 인정받아 정식 베이커로 성장했다. 뉴욕으로 옮겨 간 게 신의 한 수였던 셈이다.   .
가운터 뒤에 꽂혀 있는 예약자 바게트.

가운터 뒤에 꽂혀 있는 예약자 바게트.

2월 21일 판매될 100여 개의 바게트가 바구니에 들어 있다. 한 번에 다 나오는 게 아니라 영업시간 내내 조금씩 구워낸다.

2월 21일 판매될 100여 개의 바게트가 바구니에 들어 있다. 한 번에 다 나오는 게 아니라 영업시간 내내 조금씩 구워낸다.

 
그는 한국에 돌아와서도 늘 만들던 바게트로 승부를 봐야겠다고 결심했다. 일반적인 빵집이 내놓는 식빵·단팥빵 대신 담백한 바게트를 만들고 가격도 싸게 책정했다. 초기엔 35cm 길이의 몽쥐 바게트(프랑스 전통 바게트)를 2500원에 팔았다. 
바게트에 발라 먹는 바나나 푸딩. 하얀 크림 속에 생 바나나 덩어리가 들어가 있다. 지난달 사전 예약 받은 분량 만큼만 그날 그날 내놓는다.

바게트에 발라 먹는 바나나 푸딩. 하얀 크림 속에 생 바나나 덩어리가 들어가 있다. 지난달 사전 예약 받은 분량 만큼만 그날 그날 내놓는다.

매장에 비치돼 있는 주문서. 3월에 찾아갈 수 있는 빵 갯수를 써 넣고, 찾아가길 원하는 날짜까지 작성하면 된다.

매장에 비치돼 있는 주문서. 3월에 찾아갈 수 있는 빵 갯수를 써 넣고, 찾아가길 원하는 날짜까지 작성하면 된다.

 
정리하자면, 이곳은 빵맛 하나로 성공했다. 한 달 전 주문이라는 '배짱장사'를 하는 데도 손님은 빵 받을 날만을 기다린다. 2월엔 21일부터 3월 주문을 받기 시작했다. 빵은 3월 1일 이후 자신이 원하는 날짜에 찾을 수 있다. 빵은 매장으로 직접 가지러 가야 한다. 바게트에 발라 먹으면 좋은 ‘바나나푸딩’(4000원)도 사전 예약해야만 살 수 있다.  
바게트 외 스콘·크루아상·카넬레 등 비숙성 빵은 매일 아침 매장에서 판다. 물론 양은 적다. 오전 10시부터 조금씩 나오는데 보통 오후 2시 전에 완판된다. 오전 11시30분쯤엔 인근 직장인을 위한 바게트 샌드위치가 나오는데, 이게 또 별미다. 크림치즈와 루콜라를 넣고, 훈제 연어나 햄을 얹는다.
그날 그날 매장에서 판매하는 빵들. 오후 2시 전까지 조금씩 나온다.

그날 그날 매장에서 판매하는 빵들. 오후 2시 전까지 조금씩 나온다.

단 을 좋아하는 손님들에게 인기 있는 카넬레.

단 을 좋아하는 손님들에게 인기 있는 카넬레.

  
글·사진=윤경희 기자 annie@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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