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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월 계획된 펜스-김여정 회동, 2시간 전 취소까지 무슨 일이

9일 평창 겨울 올림픽 개막식에서 앞뒷줄에 나란히 앉은 마이크 펜스 미 부통령과 김여정 북한 노동당 중앙위 제1부부장. [연합뉴스]

9일 평창 겨울 올림픽 개막식에서 앞뒷줄에 나란히 앉은 마이크 펜스 미 부통령과 김여정 북한 노동당 중앙위 제1부부장. [연합뉴스]

 평창 겨울 올림픽을 계기로 한 북·미 간 고위급 접촉이 10일 이른 오후로 예정됐다 2시간 전에 북한 측의 취소로 무산됐다고 미 워싱턴포스트(WP)가 20일(현지시간) 보도했다. 불발되긴 했지만 마이크 펜스 미 부통령과 김여정 북한 노동당 중앙위원회 제1부부장 간 만남을 위해 한국은 막후에서 적극적으로 움직였다.
 
 김여정이 평창 올림픽 참석을 위한 북한 고위급 대표단에 포함된다는 사실을 통일부가 공식 발표한 것은 7일 오후 3시 57분이었다. 하지만 사실 정부는 이미 1월부터 김여정 방한 가능성까지 염두에 두고 북·미 접촉 판짜기 구상에 착수했다. WP 보도와 정부 소식통들의 전언을 바탕으로 철저한 보안 속에 진행된 전말을 재구성해봤다.
 
 WP는 다수의 백악관 관료들을 인용해 미국이 북·미 회동에 대한 최종 결정을 내린 시점을 2월 2일, 비밀 회동이 결정되기까지 걸린 시간은 2주라고 설명했다. 남·북·미 간에 1월 중순경부터 논의를 시작했음을 시사한다.
 
 WP는 북·미 접촉 관련 논의가 구체화하기 시작한 것은 미 중앙정보국(CIA)이 “북한이 펜스 부통령의 방한 도중 만나기를 바란다”는 이야기를 입수하면서라고 보도했다. 처음 북·미 접촉에 대한 계획은 한국이 제안한 것이었다고도 했다. 이 과정에서 서훈 원장이 이끄는 국정원과 미 중앙정보국(CIA) 간 채널이 주요한 역할을 한 것으로 보인다.  
 
 문재인 대통령과 도널드 트럼프 대통령 간 전화 통화에서도 조짐은 포착됐다. 트럼프 대통령은 평창을 계기로 한 북·미 간 고위급 접촉에 대한 긍정적 신호를 보낸다. 두 정상은 1~2월 사이 세 차례 통화했다. 1월 4일 통화에서 트럼프 대통령은 “남북 대화 과정에서 우리 도움이 필요하면 언제든 알려달라”고 했다. 10일 통화에선 “적절한 시점과 상황 하에서 북한이 원할 경우 북·미 대화에 열려 있다”고 보다 진전된 반응을 보였다. 트럼프 대통령은 이 통화 이후 북·미 회동에 대한 CIA 보고를 받은 것으로 보인다. 
 
 이를 계기로 북·미 양측을 설득하기 위한 정부의 노력에도 속도가 붙었지만, 겉으로는 전혀 티를 내지 않았다. 1월19일 외교안보 부처 업무보고에서 외교부는 “남북 대화와 북·미 대화 간 선순환을 이루도록 노력하겠다”고 원론적인 입장만 반복했다. 문 대통령은 1월22일 청와대 수석보좌관회의를 주재하며 “지금의 대화 분위기가 언제까지 지속될지 아무도 낙관할 수 없다”고 말했다.
 
 트럼프 대통령의 최종 승인이 이뤄진 2일 상황은 긴박했다. WP는 트럼프 대통령이 이날 백악관 회의에서 결정을 내렸다고 설명했다. 회의에는 트럼프 대통령과 펜스 부통령, 허버트 맥매스터 국가안보보좌관 등이 참석했고, 전화로 마이크 폼페오 CIA 국장도 연결됐다. 이밖에 렉스 틸러슨 국무장관, 제임스 매티스 국방장관도 참여했다.
 트럼프 대통령은 이날 오전 아베 신조(安倍晋三) 일본 총리, 문 대통령과 연이어 통화했다. 문 대통령과의 통화가 먼저였는지, 북·미 회동에 대한 최종 승인이 먼저였는지는 확실치 않다. 다만 오전 11시(현지시간)가 트럼프 대통령이 CIA로부터 일간 정보 동향 보고를 받는 시간이었고, 백악관이 한·미 정상 간 통화 관련 보도자료를 낸 시점이 오전 11시11분이었던 점을 감안하면 통화 이후 최종 결정이 이뤄진 것으로 짐작된다. 
 

 트럼프 대통령의 승인이 이뤄지자 미 관료들의 반응도 서서히 달라지기 시작했다. 금요일인 2일 결정이 내려졌고, 주말과 휴일인 3~4일을 지나 5일 틸러슨 미 국무장관이 먼저 입을 열었다. 중남미 순방중 기자회견에서 “북한과 어떤 형태로든 만날 기회가 있을지 지켜보자”고 말했다.
 같은날 아시아 순방길에 오른 펜스 부통령도 항공기 급유를 위해 경유한 알래스카의 엘먼도프-리처드슨 합동기지에서 북한과의 만남 가능성에 대해 “트럼프 대통령은 항상 대화를 믿는다고 밝혀 왔다는 점을 말씀드리고 싶다”고 말했다.   
 북·미 비밀 회동이 성사됐어도 실제 펜스 부통령이 8일 밤 한국에 도착할 때까지도 구체적인 사항들이 확정되지 않았다고 한다. 9일 오후에야 청와대에서 10일 오후에 만나는 게 결정됐다고 WP는 설명했다.  
 
문재인 대통령이 10일 오전 청와대에서 북한 김영남 최고인민회의 상임위원장(오른쪽)과 김정은 북한 노동당 위원장의 여동생 김여정 노동당 중앙위 제1부부장과 접견에 앞서 기념촬영을 하고 있다. [청와대사진기자단]

문재인 대통령이 10일 오전 청와대에서 북한 김영남 최고인민회의 상임위원장(오른쪽)과 김정은 북한 노동당 위원장의 여동생 김여정 노동당 중앙위 제1부부장과 접견에 앞서 기념촬영을 하고 있다. [청와대사진기자단]

 10일 오전 김여정 일행은 청와대에서 문 대통령과 2시간 46분 동안 접견과 오찬 회동을 이어갔다. 청와대 관계자는 당시 김여정 일행의 이후 일정에 대해 “확인해줄 수 없다”고 밝혔다. 예정대로라면 남북 오찬과 북·미 회동이 연이어 진행됐을 것으로 보인다. 하지만 청와대 고위 관계자는 이날 오찬 뒤 기자들을 만나서도 “문 대통령이 조속한 북·미 대화 필요성을 말했다”고만 밝혔다. 
 
 WP는 북·미 접촉이 10일 오전까지도 유효했다고 설명했다. 이로 미뤄 북측의 취소 통보는 김여정이 문 대통령과 만난 직후 이뤄진 것 아니냐는 추론도 나온다. 북한의 갑작스런 취소 배경은 확실치 않다. 문 대통령은 김여정 일행에게 북·미 대화를 당부했다고 청와대는 밝혔다. 반면 김여정 일행은 핵 문제에 대한 태도 변화 없이는 미국의 강경한 압박도 계속될 것이란 점을 인식, 지금 만나는 것이 이로울 것이 없다는 판단을 했을 가능성이 있다.
 펜스 부통령실 관계자는 “북한이 취소를 통보하면서 펜스 부통령이 탈북자를 만나고 새로운 대북 제재를 가하겠다고 발표한 데 불만을 표시했다”고 전했다. WP는 “펜스 부통령과 북한의 접촉 목적은 협상이 아니라 강경한 입장 전달에 있었다”고 전했다. 
 
 정부의 ‘보안 유지’는 계속되고 있다. 정부가 남북 관계의 최고 이벤트인 북·미 회동을 주선했지만 국민들은 미국 언론 보도를 보고서야 이를 접하는 상황이 됐다. 당국자들은 21일 WP 보도가 나온 뒤에도 “확인할 것이 없다”는 공식 입장으로 일관했다. 
유지혜·강태화·박유미 기자 wisepen@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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