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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월간중앙] ‘흑우’ 되기 싫다고요? 이것만은 알아두세요

기성세대와 분리되려는 일탈 욕구에다 신기술에 대한 희망 더해
은밀한 언어와 신조어에 2030만의 문화코드 담긴 새로운 생태계
 
"가상화폐는 부정확한 표현이다. ‘가상증표(假想證票)’로 쓰는 게 맞다고 생각한다."
 
지난 1월 11일 정부과천청사에서 열린 신년 기자간담회에서 박상기 법무부 장관이 한 말이다. 이날 거래소 폐지를 시사한 박 장관의 발언으로 암호화폐 시장이 크게 출렁였다. 투자자들의 반발이 커지자 청와대는 “폐지는 확정된 게 아니다”라고 서둘러 진화에 나서야 했다. 청와대는 박 장관과 달리 ‘암호화폐’라는 단어를 썼다.
 
정부나 언론 등은 가상화폐, 가상통화, 가상증표, 암호화폐라는 명칭을 사용해왔다. 국가별로도 다르고, 사용자마다 부르는 용어도 다르다. 암호화폐에 대한 인식에 따라 제각각인 것이다.
 
유럽중앙은행(ECB)의 경우 2012년에 발표한 보고서에서 암호화폐를 “중앙정부의 통제 없이 가상 커뮤니티에서 받아들여지는 전자화폐”로 규정했다. 실체적 존재를 인정하는 듯한 정의다. 반면 이듬해 미국 재무부 산하 금융범죄단속반(FinCEN)은 “실제 돈의 반대말로, 법적 통화로서 어떠한 가치도 없는 것”이라고 평가절하했다.
 
외국에서는 ‘크립토 커런시(crypto currency)’란 영어 명칭이 통용되고 있다. 블록체인 기술의 핵심 성격인 암호학(cryptology)이나 암호화(encryption)와 통화(currency)가결합된 용어다. 한국블록체인협회 준비위원회 대표를 지낸 김진화 코빗 대표는 “암호화폐는 여러 가상화폐 가운데 특정 성격을 가진 화폐만을 의미한다”고 말했다. 2008년 10월나카모토 사토시가 발표한 논문을 통해 제시된 분산 컴퓨터 암호학을 적용해 위·변조가 불가능한 블록체인 기술에 기반을 둔 개인 간(peer to peer) 화폐 통용 시스템을 말한다는 것이다. 비트코인은 이렇게 만들어진 최초의 암호화폐다.
 
가상화폐는 암호화폐보다 넓은 개념으로, 비트코인이 발명되기 전부터 사용돼 왔다. 항공사가 발행하는 마일리지, 싸이월드의 도토리 등 발행 주체가 있고, 인터넷 서버상에서관리가 이뤄지는 특정한 용도의 가상 코인을 모두 통칭하는 개념이다. 국제결제은행(BIS)의 경우에도 중앙은행들이 발행하는 블록체인 기반 통화를 ‘암호통화’로 부른다.
 
암호화폐가 대중화된 건 불과 몇 년 전부터다. 프로그래머들의 장난감처럼 여겼던 게 이제는 투자자가 아니어도 누구나 한 번쯤은 들어봤을 정도로 널리 알려졌다. 그럼에도 암호화폐 분야의 용어들은 투자자에게도 생소하다. 대부분 기술적 영어인데다 은어가 뒤섞여 기성세대에게는 용어를 이해하는 것부터 진입장벽으로 여겨진다. 한 암호화폐 전문가는 “급식체를 모르면 청소년들의 정서를 이해할 수 없듯이, 암호화폐 세계의 용어를 모르면 암호화폐에 젊은 세대들이 열광하는 이유를 이해할 수 없다. 암호화폐는 단순한 투기적 장난감이 아니라 일종의 문화적 코드로 자리 잡고 있기 때문이다”고 말했다.
 
문화코드로 자리 잡는 암호화폐…용어조차 진입장벽
블록체인의 증명 작업에는 고도의 연산 기능을 가진 컴퓨터(채굴기)가 필요하다. 전력 소모량이 많고 소음이 커서 전문 위탁 관리업체(채굴장·사진)가 성업 중이다.

블록체인의 증명 작업에는 고도의 연산 기능을 가진 컴퓨터(채굴기)가 필요하다. 전력 소모량이 많고 소음이 커서 전문 위탁 관리업체(채굴장·사진)가 성업 중이다.

 
암호화폐의 세계를 알기 위해선 블록체인에 대한 이해부터 필요하다. 실체가 없으니 단번에 이해하기가 쉬운 일이 아니다. 그럼에도 블록체인 기술이 각광받는 이유는 완벽에 가까운 보안성과 탈중앙화란 성격 때문이다. 예를 들자면 이렇다. 모든 거래와 계약에는 반드시 이를 보증해줄 제3의 보증인이 필요하다. 보증인은 개인이 될 수도 있고, 사회적 합의에 따라 자격을 갖춘 기관, 업체가 될 수도 있다. 은행의 경우가 대표적이다.
 
은행은 두 사람이 주고받는 금전거래의 보증인으로 개입하고, 수고비(수수료)를 받는다. 은행에 돈을 맡기면 안전할 것이란 믿음은 오랫동안 구축돼 온 금융시스템에 대한신뢰 때문이다. 또 국가가 법적으로 보장해준다는 사회적 합의가 깔려 있기에 가능하다.
 
그러나 이런 신뢰가 언제나 옳은 것은 아니다. 보증인(기관)이 갖고 있는 계약서나 거래증명서는 언제나 도난(해킹)위험에 노출돼 있다. 보안기술을 개선해 해킹 위험을 줄이려는 노력은 계속되겠지만 그에 맞춰 해킹 수법도 고도화하기 때문에 도난 가능성을 아예 차단하는 건 거의 불가능하다.
 
이런 시스템의 한계를 역발상으로 극복해낸 것이 블록체인 기술이다. 이론적으로는 매우 간단하다. 보증인 한 사람이 갖고 있던 계약서를 증명작업에 참여하는 모든 불특정 다수(노드·node)에게 배포해버리는 것이다. 은행의 서버 한 곳만 탈취하면 모든 정보를 손에 넣어 위·변조가 가능했지만, 블록체인 시스템에선 똑같은 데이터를 공유하고 관여하는 모든서버(개인의 컴퓨터까지 포함된다)의 51% 이상을 동시에 점령해야만 위·변조를 할 수 있다. 영화 <터미네이터>에서처럼 세계의 모든 전산망을 완벽히 통제하는 수퍼지능 스카이넷(Skynet)이 출현하지 않는 한, 주소조차 특정되지 않는 수백만 대의 컴퓨터를 동시에 해킹한다는 건 불가능에 가깝다.
 
블록체인에서 거래 증명은 작업에 참여하는 노드들이 서로보유한 데이터를 상호 검증하는 방식으로 이뤄진다. 즉 A와B가 맺은 부동산 매매계약서를 가상의 파일로 변환해 블록체인에 올리면 수많은 보증인(노드)이 계약서를 복사해 나눠갖고 이를 서로 대조해본 뒤 블록이란 금고에 넣어 봉인한다. 이렇게 모인 블록들이 차례로 연결돼 하나의 체인을 이룬다.
 
이런 증명 작업에 참여한 이들에게는 보상이 뒤따른다. 고도로 암호화된 데이터를 검증하려면 노드마다 각자의 컴퓨터 자원을 제공해야 하기 때문이다. 일종의 수고비나 수수료정도로 볼 수 있다. 그렇게 증명 작업을 통해 자동으로 생성되는 보상이 바로 비트코인과 같은 암호화폐다. 하나의 증명 작업이 끝날 때마다 일정량의 암호화폐가 생성되는데, 작업에 참여한 이들이 이 코인을 나눠갖는 식이다. 작업 증명에 참여함으로써 코인을 보상받는 행위를 ‘채굴(mining)’이라고 한다. 비트코인이 처음 선보였을 때에는 블록의 수가적고, 경쟁적인 참여자가 적어 일반 개인용 컴퓨터로도 증명작업(채굴)이 가능했다. 하지만 참여자가 늘고 블록이 증가해 난이도가 높아지면서 처리속도가 더 빠른 고가의 채굴 전용 컴퓨터가 등장했다. 비트코인 채굴에 널리 쓰이는 장비(Antminer S9)의 경우 대당 400만원을 넘는다. 곡괭이를 쥔사람보다 불도저와 드릴을 가진 사람이 더 많은 금을 캐는것과 같은 이치다.
 
블록체인 기술은 창시자의 의도나 사용 목적에 따라 차이가 있다. 비트코인은 최초의 블록체인 개념의 발명품이란 상징성이 있다. 하지만 증명 작업 속도가 초당 7건에 불과해 금융거래 등 실생활에서 사용하기에 부적합하다는 평가가 많다. 그럼에도 비트코인의 상징성과 한정된 발행량(2100만 개)때문에 암호화폐 거래에서 일종의 기축통화 역할을 한다.
 
비트코인의 단점을 개선한 블록체인이 이더리움, 리플 등이다. 암호화폐 거래소에서 거래되는 코인들은 저마다 블록체인에서 발생하는 보상(코인)에 이름을 붙인 것들이다. 현재 전 세계에 발표된 코인의 종류는 1400종이 넘는다. 그중어느 정도 기술적 독자성을 인정받은 것들은 수십 개에 불과하다. 이전의 단점을 보완한 블록체인 기술과 코인은 지금도 새로 출현하고 있다. 비트코인 이외의 코인들을 통틀어 ‘알트코인(Alternative Coin)’이라고 부른다. 국내 암호화폐 투자자들 사이에 통용되는 ‘잡코인’이란 은어도 같은 의미다.
 
분화와 진화, 아이디어 사고파는 새로운 벤처 생태계
 
진화된 종이 출현하면 과거의 종은 생존경쟁에서 밀려나지 않으려고 분화를 택한다. 블록체인 생태계에서도 진화와 분화가 공존한다. 수많은 알트코인이 비트코인으로부터 진화한것이라면, ‘비트코인캐시’ ‘이더리움클래식’ 등과 같이 기존 코인의 이름을 바탕으로 새 이름을 받은 것은 분화의 소산이다.
 
특히 비트코인은 참여하는 개발자들의 의도에 따라 다양한 분화가 시도되고 있다. 블록체인 기술의 공개성과 확장성이 크기에 가능한 일들이다. 2017년 8월 비트코인의 거래량이 증가해 네트워크 과부하 문제가 일었다. 개발자와 다량의 지분을 보유한 채굴자들이 비트코인 블록체인의 개선을 논의했다. 기존 블록체인을 유지하되, 일부 거래를 외부에서 처리하는 방식(세그윗·Segregated Witness)이 대안으로 제시됐다. 즉 증인이 너무 많아져 일일이 대조하는 게 어려워졌으니 기존 블록과 새로 생성되는 블록의 증인을 분리하자는 것이다. 일부는 이 방식에 반대해 기존 블록체인에서 완전히 결별하는 업그레이드를 단행한다. 이렇게 해서 분화한게 ‘비트코인캐시(BCH)’란 암호화폐다. 기존의 비트코인 블록체인과 기술적으로는 다를 게 없지만 데이터 블록의 용량이 커졌고, 작업 속도가 빨라졌다. 비트코인골드, 비트코인다이아 등 분화된 코인들의 등장은 계속되고 있다.
 
암호화폐는 벤처기업인들의 자금 모집 수단으로도 각광받고 있다. 기업이 사업자금을 투자받는 전통 방식은 주식을 발행해 투자자를 모으는 것이다. 주식을 발행해 코스닥, 코스피 등의 거래소에 상장하는 것을 기업공개(IPO)라고 한다. 이런 방식의 투자자 모집이 암호화폐 세계에도 존재한다. 이를 코인공개(ICO)라고 한다.
 
ICO 방식은 IPO와 똑같다. 사업계획서에 해당하는 코인백서를 공개해 코인의 성격이나 발행 목적, 향후 사업 일정등을 투자자들에게 알린다. 투자자들은 사업성을 판단해 자금을 투자하고 그 대가로 코인을 지급받는다. 이렇게 얻은 코인이 주요 암호화폐 거래소에 상장될 경우 가치가 상승해 큰 시세차익을 기대할 수 있다.
 
기업 입장에선 각종 규제와 까다로운 심사를 거쳐야 하는IPO와 달리 ICO는 아무런 규제가 없기 때문에 빠르고 효과적으로 사업자금을 모을 수 있다. 훌륭한 사업 아이디어만으로 불특정 다수로부터 거금을 투자받을 수 있다는 매력 때문에 ICO를 준비하는 스타트업 기업들도 많다. 다만 국내에선 위험성 때문에 ICO를 금지하고 있고, 세계적으로도 ICO 규제를 강화하는 추세다.
 
IPO의 경우 금융당국과 증권거래소 등 공인된 기관의 엄격한 검증을 거치기 때문에 기업의 안정성과 사업성이 어느정도 보장되지만 법적인 관리를 받지 않는 암호화폐 ICO의 경우 한순간에 가치가 0원이 될 수도 있기 때문이다. 사업계획이 부실하거나 도중에 문을 닫아도 책임을 물을 수 없다. 거래소에 상장되지 않을 경우 팔고 싶어도 팔 수 없는 ‘좀비코인’으로 전락할 위험도 크다. 1400여 종의 암호화폐 중 국내 주요 거래소에서 거래 가능한 것은 10여 종류에 불과하다.
 
암호화폐 논쟁에서 늘 빠지지 않는 것 중 하나가 블록체인과 암호화폐를 뗄 수 있느냐다. 암호화폐 거래를 부정적으로 여기는 정부 입장은 ‘블록체인과 암호화폐는 별개’라는것이었다. 블록체인 기술은 적극 육성하되, 암호화폐는 규제하겠다는 정책 기조가 이런 인식을 바탕에 두고 있다.
 
블록체인을 형성하는 데 반드시 암호화폐가 필요할까. 결론부터 말하자면 꼭 그렇지 않다. 블록체인은 크게 공개형(public)과 폐쇄형(private)으로 나뉜다. 장비(컴퓨터)만 있다면 누구나 증명 작업에 참여할 수 있는 공개형은 비트코인이 대표적이다. 보상이 주어지지 않으면 굳이 자신의 장비와 전기요금과 같은 비용을 부담해 블록체인 형성에 참여하지 않을 것이기 때문에 코인이 반드시 필요하다.
 
반면 폐쇄형은 미리 허가된 특정 노드(개인·단체)만 참여할 수 있다. 예를 들어 의료정보를 블록체인화 하고자 한다면 의료정보의 생성·관리·활용에 관여하는 병원·보험사·약국·제약회사·의약당국 등 특정한 관계인만 참여할 것이다. 이 경우 코인으로 참여를 보상하는 것은 별 의미가 없다.
 
폐쇄형은 참여자의 익명성이 보장되지 않고, 특정 주체에의해 블록체인이 운영된다는 점 때문에 탈중앙화와 익명성,개방성을 내세운 블록체인의 본래 취지와 다르다는 주장도 있다. 폐쇄형 블록체인은 데이터를 여러 개의 컴퓨터(서버)에 나눠서 저장하고, 이를 동기화해 각각에 저장된 정보를 일치시키는 원리다. 이는 기존의 분산서버형 기술과 별 차이가 없다. 기술적으로 이해하기가 쉽고, 중앙 통제가 가능하다는 점 때문에 정부나 지방자치단체 등 공공 영역에서 활용방안에 관심을 갖고 있다.
 
당근을 주지 않고 말을 움직일 수 없다
암호화폐 열풍이 낳은 신조어들은 2030세대의 문화코드가 숨어 있다. 시세가 오르기를 기대하는 주문과 같은 ‘가즈아’는 ‘코이너(coiner)’들은 물론 사회 전반으로 유행하고 있다.

암호화폐 열풍이 낳은 신조어들은 2030세대의 문화코드가 숨어 있다. 시세가 오르기를 기대하는 주문과 같은 ‘가즈아’는 ‘코이너(coiner)’들은 물론 사회 전반으로 유행하고 있다.

 
암호화폐 거래소의 필요성은 개방형 블록체인 생태계 운영과 깊이 관련돼 있다. 다양한 형태로 등장하는 블록체인이유지되려면 개인들의 자발적 참여가 필요한데, 이들에게 주어지는 보상(암호화폐)에 현실적 가치가 매겨지지 않는다면 대중을 유인할 매력이 사라지기 때문이다. 개인끼리 다양한 암호화폐를 거래할 수 있도록 하려면 중개상이 필요하다. 빗썸, 업비트, 코인원 등의 암호화폐 거래소가 존재하는 이유다. 그래서 전문가들은 블록체인과 암호화폐 거래가 각각 민주주의와 시장주의에 가장 충실한 시스템으로 평가하기도 한다.
 
암호화폐 가격은 주식 시장과 마찬가지로 공급과 수요에 의해 정해진다. 투자자들은 암호화폐 거래시장을 주식보다 공정하다고 여긴다. 시장 규모가 커서 시세를 좌우하기가 쉽지 않고, 공매도와 같은 시세 조종 행위가 없다는 점 때문이다. 그러나 최근의 보고서들은 이런 투자자들의 인식에 경종을 울리고 있다.
 
지난 1월 미국 시카고옵션거래소(CBOE)와 시카고상품거래소(CME)가 비트코인 선물을출시한 뒤 시세 조종을 의심케 하는 정황이 있었기 때문이다. CME의 선물 만기일인 1월 19일을 앞두고 비트코인 시세는 연일 폭락을 거듭했다. 가격 하락에 베팅한 선물 투자자들이 의도적으로 시세를 끌어내렸다는 의심이 제기됐다. CME 1월물 선물이 만기된 뒤에야 매도세가 진정됐고, 만기후 비트코인은 하루 만에 10% 가까이 상승했다.
 
암호화폐 커뮤니티에는 의미를 알 수 없는 온갖 은어가 넘쳐난다. 입문자나 기성세대는 의미조차 이해하기 어렵다. 예를 들면 이런 식이다. ‘120층에 사람 있어요. 구조대 와주세요.’‘2천에 비트 올라탄 저, 흑우인가요?’‘이렇게 떡락할 줄이야… 어차피 이리 된 거 존버다. 가즈아!’
 
‘120층’이란 특정 코인의 구매 가격이다. 가격이 폭락했지만 팔지 못하고 묶여 있다는 뜻이다. 이들이 말하는 ‘구조대’는 일종의 세력이다. 주식에서처럼 암호화폐 시장에서도 몇몇 개인이 세력을 형성해 호재성 뉴스를 뿌려 가격을 띄운 뒤 시세차익을 얻고 빠져나가는 행위가 벌어지곤 한다. 이런 시세 조종 행위를 ‘펌핑(pumping)’이라고 하는데, 펌핑세력이 와서 시세를 한 번 올려달라는 부탁인 셈이다. ‘떡락’‘떡상’은 ‘폭락’ ‘폭등’을 뜻한다. ‘개-’ ‘떡-’을 붙여 의미를 강조하는 신조어는 청소년을 중심으로 많이 사용된다. ‘흑우’는 ‘어수룩해서 이용당하기 쉬운 사람’을 비유적으로 이르는 말인 ‘호구’에서 차음한 것인데, 직설적인 조롱보다 다소유머러스하게 순화한 표현쯤으로 볼 수 있다.
 
암호화폐에 숨은 2030 문화 코드
 
'존버’와 ‘가즈아’는 암호화폐 거래가 활황을 이루면서 생겨난 대표적인 은어다. 존버는 ‘끝까지 버틴다’는 뜻이다. 주식 등 고위험 투자 경험이 상대적으로 부족한 2030세대에게 하루 수십%, 며칠 만에 수백%씩 급·등락을 반복하는 암호화폐 시장의 널뛰기 장세 앞에서 의연함을 유지하는 건 보통 어려운 일이 아니다. 주식 시장에서도 ‘최후 승자는 장투(장기투자자)’란 말이 있듯이 암호화폐 시장에서도 단기 시세 변동에 일희일비하지 않고 의연하게 ‘존버’한 투자자들이 큰 수익을 본 경험담이 넘친다. 하지만 각국의 규제 강화 움직임과 거래소 보안의 취약성 등 불확실성이 확산되고 있어서 존버에 대한 의문이 제법 많아지고 있는 상황이다. 가즈아는 ‘가자(go)’를 늘려서 간절한 염원을 강조한 것이다. 이제는 온라인뿐만 아니라 방송 예능프로그램의 자막에도 등장할 만큼 제법 널리 유행했다.
 
암호화폐 시세는 나라별·거래소별로 다소 차이가 있다.특히 국가별 차이는 환율, 환금성(환전성) 등 화폐 제도에따라 차이가 크다. 해외 송금을 까다롭게 규제하는 국내 거래소의 경우 대체로 외국 거래소보다 10% 정도 프리미엄이형성돼 있다. 투자자들 사이에선 이를 ‘코리아 프리미엄’, ‘김치 프리미엄(김프)’이라고 부른다.
 
김프는 한때 50%에 육박한 적도 있었다. 외국에서 1600만원에 거래되는 비트코인이 국내에선 2300만원을 넘기도 했다. 외국에 나가 비트코인을 사서 국내에서 되파는 재정거래(일종의 환차익거래)를 위해 돈다발을 들고 동남아로 나갔다가 돌아오는 편법 행위가 기승을 부리기도 했다. 해외송금의 경우 일반적인 허용액이 연간 5만 달러이고 세무당국의 추적을 받기 때문에 재정거래가 쉽지 않지만, 여행 목적으로 소지하는 현금에는 제한이 없다는 점을 악용한 것이다. 그러나 박 법무장관의 거래소 폐쇄 발언과 국내 거래소의 신규 투자금 입금이 제한되면서 현재(2월 11일 기준) 김프는 약 5% 안팎에 형성돼 있다.
 
은어투성이 암호화폐 용어에는 주요 참여층인 2030 청년들이 기성세대와 분리되고 싶어 하는 욕구가 반영돼 있다. 청소년들이 자신들만의 은밀한 소통의 도구로 ‘급식체’를 사용하는 것과 같은 이치다.
 
암호화폐와 블록체인에 대한 정보 교류가 소셜네트워크서비스(SNS)나 온라인 커뮤니티를 중심으로 이뤄지는 점도 암호화폐가 젊은 세대의 문화코드로 자리 잡는 이유다. 젊은 세대를 열광시키는 새로운 기술과 문화가 등장할 때마다 반복됐던 현상이기도 하다. 인터넷이 대중화한 1990년대말에는 온라인 PC통신 커뮤니티를 중심으로 ‘했어염’ ‘방가’등의 인터넷 용어가 인기를 끌었다. 형태가 달라졌을 뿐 본질에 숨은 문화적 코드는 닷컴 열풍이 불었던 예나 지금이나 다르지 않은 것이다.
 
유길용 월간중앙 기자(yu.gilyong@joongna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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국방연구원 전력발전연구부ㆍ군비통제센터를 거쳐 1994년 중앙일보에 입사한 국내 첫 군사전문기자다. 국방부를 출입한 뒤 최장수 국방부 대변인(2010~2016년)으로 활동했다. 현재는 군사안보전문기자 겸 논설위원으로 한반도 군사와 안보문제를 깊게 파헤치는 글을 쓰고 있다.

박용한 연구위원 : park.yonghan@joongang.co.kr (02-751-5516)
‘북한의 급변사태와 안정화 전략’을 주제로 북한학 박사를 받았다. 국방연구원 안보전략연구센터ㆍ군사기획연구센터와 고려대학교 아세아문제연구소 북한연구센터에서 군사ㆍ안보ㆍ북한을 연구했다. 2016년부터는 중앙일보에서 군사ㆍ안보 분야 취재를 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