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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중앙시평] 민주공화국을 위한 개헌

박명림 연세대 교수·정치학

박명림 연세대 교수·정치학

개헌 논의가 한창이다. 핵심은 민주공화국을 튼실하게 정초할 정부 형태로 모인다. 무엇보다 헌법 자체가 국가·정체·정부와 같은 뜻이다.
 
대한민국은 민주공화국이다. 따라서 민주공화국의 뜻을 바로 알지 못하면 바른 개헌은 불가능하다. 인류사에 처음 민주공화국을 수립할 때 이후 민주는 작은 단위의 주체·자치·자율·참여를, 공화는 나라 차원의 연합·연립·연대·협치를 의미했다.
 
이때 민주와 공화의 목표는 같았다. (내) 삶과 나라의 안정과 평화였다. 개인·마을·지방 단위에서는 자치와 자율이 안정과 평화를 가져오는 기축이라면, 나라·국가·공화국 단위에서는 연합·연립·협치가 대립과 갈등을 줄이고 안정과 평화를 낳는 요체였다. 즉 민주와 공화가 만나면 다른 체제에 비해 훨씬 더 안정되고 훨씬 더 평화로웠다.
 
그리하여 선현들은 나라 단위에서는 어떻게 하면 당파가 덜 갈등할, 즉 타협과 연합이 가능한 체제를 만들까를 고뇌했다. 자율적·민주적 주체 사이의 경쟁과 갈등을 타협과 합의로 이끄는 근본 뼈대가 민주공화국이기 때문이었다. 그것이 혼합 정체와 권력 분립이라는, 민주공화국의 서로 다른 두 근본 원리가 절묘하게 만난 의회 민주주의였다.
 
혼합정체는 지도자·의회·국민-민주공화국 이전에는 군주·원로원·평민-의 의견들을 결집해 조화와 통합의 완전 국가를 추구한다. 반면 권력 분립은 인치를 넘어 국민대표가 입법과 법치를 통해 지배하는 견제와 균형의 원리다. 즉 민주공화국은 원칙적으로 입법부 우위의 국가를 말한다.
 
일인 통치는 모두 ‘절대권력’ ‘국가 안의 국가’(imperium in imperio), ‘절대 부패’ ‘정치적 괴물’로 전락했기 때문이다. 그리하여 대통령 등 일인에게 권력이 집중되는 정부는 ‘자멸적 제도’ ‘자해적 정부’로 불렸다. 오늘날 선진 민주국가들이 거의 모두 의회제 정부인 데는 이유가 있다. 대통령제 국가 중 선진 민주 복지국가로 진입한 사례는 찾기 어렵다. 갈등 해소 정도, 즉 타협의 현저한 차이 때문이다. 미국 역시 건국 당시는 물론 오랫동안 ‘의회제 미국’(congressional America)으로 불렸다.
 
박명림칼럼

박명림칼럼

법률안제출권, 인사권, 예산권, 감사권, 정책결정권을 모두 갖는 한국식 대통령제는 선진 민주공화국에서는 유례가 없다. 제왕적 대통령제, 초(超·super)대통령제, 초과(超過·hyper)대통령제로 불려온 이유다. 당연히 축소되어야 한다. 실제 1987년 이후 대통령의 평균 득표율은 43.8%, 집권당의 평균 득표율은 37.6%에 불과했다. 각각 56.2%와 62.4%의 반대가 존재했다. 즉 승자 독식은 원천적으로 불가능해 협치·연합·연립이 필수인 민의였다.
 
문재인 대통령은 민주공화국 헌법을 향한 개헌 의지가 강하다. 그는 “제왕적 대통령의 절대적 권한을 조정하고 국회 및 사법부와 균형 있는 협치의 추구, 책임총리제 및 책임장관제의 실시와 총리의 국무위원 제청권, 해임건의권의 실질적 행사를 통한 대통령 권한 분산, 모든 장관 임명에 대한 국회 동의”를 제안한다.
 
연합과 협치가 가능한 민주공화국을 위해 하나만 덧붙인다. 총리의 의회 추천제다. 이것이 보장되면 심각한 여야, 대통령-국회, 여여(대통령-대통령 후보) 갈등은 현저히 완화될 것이다. 총리의 의회 ‘선출’은 대통령 인사권을 제약하기 때문에 불가능하다. 그러나 의회의 ‘추천’은 협치와 타협을 위해 긴요하다. 기존의 ‘임명’ 총리는 헌법상 권한인 인사 제청권과 부서권을 실질적으로 행사하지 못한다.
 
한국에서 모든 대통령은 제왕에서 식물로, 식물에서 제물로 급변한다. 권력 집중과 최고 갈등의 불가피한 산물이다. 임기 초반 제왕은 임기 후반 식물로 전락하며, 퇴임 이후에는 제물이 된다. 제물은 계속 재현된다. 제왕(적 대통령)을 폐지하지 않는 한 식물(대통령)과 제물(대통령)은 필연이다. 자신이 아니면 재임 중 형제·자녀가 제물이 된다. 예외는 없었다. 민주공화국은 제왕들의 끝없는 제물화의 비극을 본 선조들의 나라와 지도자에 대한 사랑과 두려움이 낳은 지혜였다.
 
특히 한국에서 핵심 정책, 국가 인재, 지식은 대통령의 교체와 함께 일거에 사장된다. 많은 것들은 전면 부정된다. 민주공화국은 타협을 통해 세대 지속 의제를 해결하기 위한, 그리하여 인간 공동체를 영원히 지속하기 위한 고안물이었다. 5년마다 모든 국정 방향, 핵심 정책, 국가 엘리트들이 부정된다면 출산·교육·복지·안보를 포함한 공통 인간의제는 해결할 방도가 없다. 오늘날 한국의 출산 절벽, 인간 절벽은 기실 자멸적 제도의 처참한 자기 산물이다. 좋은 제도가 우선이다.
 
박명림 연세대 교수·정치학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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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북한의 급변사태와 안정화 전략’을 주제로 북한학 박사를 받았다. 국방연구원 안보전략연구센터ㆍ군사기획연구센터와 고려대학교 아세아문제연구소 북한연구센터에서 군사ㆍ안보ㆍ북한을 연구했다. 2016년부터는 중앙일보에서 군사ㆍ안보 분야 취재를 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