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WTO 제소 무용론에 … 청와대 “보복관세 열려 있다”

조명균 통일부 장관(왼쪽)과 김현종 통상교섭본부장이 20일 국무회의에 참석하고 있다. [연합뉴스]

조명균 통일부 장관(왼쪽)과 김현종 통상교섭본부장이 20일 국무회의에 참석하고 있다. [연합뉴스]

홍장표 청와대 경제수석은 20일 “세탁기와 태양광 패널에 대한 미국의 세이프가드(긴급수입제한)에 대한 양자협의가 진행 중”이라며 “협상이 결렬되면 WTO(세계무역기구) 제소를 추진하겠다”고 밝혔다. 청와대는 이날 철강 제품의 고율관세 부과 등 미국의 통상 압박 움직임에 정면 대응하겠다는 방침을 재차 확인했다.
 
홍 수석은 이날 기자간담회에서 철강·알루미늄 제품에 53%의 관세를 물리도록 하는 내용이 담긴 미국 상무부의 보고서에 대해선 “4월 트럼프 미국 대통령의 최종 결정이 나오기까지 미국의 우려에 대한 우리 측의 통계자료와 논리를 보강해 고위급 접촉을 하겠다”고 말했다. 그러면서 “(이와 별도로) 철강 제품 및 변압기에 대한 미국의 반덤핑·상계관세 조치에 대해서는 지난주 WTO 분쟁해결 절차를 개시했다”고 덧붙였다.
 
청와대는 WTO 제소 이후 상황도 고려하고 있다. 청와대 고위 관계자는 ‘WTO에서 승소해도 미국이 불이행하면 실익이 없다’는 지적에 대해 “적법한 후속 조치로 보복 관세를 취할 길이 열려 있다”며 “또 미국의 불이행은 향후 한·미 FTA(자유무역협정) 개정의 중요한 지렛대로 활용할 수도 있다”고 주장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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문재인 대통령은 전날(19일) “불합리한 (미국의) 보호무역 조치에 대해선 WTO 제소와 한·미 FTA 위반 여부 검토 등 당당하고 결연히 대응하라”고 지시했다. 내부 회의에선 “안보 논리는 안보대로 가고 통상 논리는 통상대로 가는 게 바람직하다”고 강조했다고 한다.
 
홍장표. [연합뉴스]

홍장표. [연합뉴스]

청와대 고위 관계자는 이러한 투트랙 전략의 배경에 대해 “북·미, 남북 대화 등 안보 문제는 확실하게 안정궤도에 들어섰다”며 “튼튼한 한·미 동맹을 바탕으로 그 부분에 대해서는 흔들림이 없다는 인식이 바탕에 있다”고 말했다. 그는 이어 “튼튼한 안보동맹의 발판 위에서 경제·통상 문제는 (한·미가) 국익 극대화의 관점으로 접근하는 것”이라며 “미국 측의 입장도 동일하다”고 주장했다.
 
하지만 장제원 자유한국당 수석대변인은 “대미 관계에서 외교·안보·통상 문제는 분리될 수 없는 하나의 패키지”라며 “(미국의 조치가) 통상압력인지 경제보복인지도 구분 못 하는 문 대통령의 인식이 너무 불안하다”고 지적했다. 그러면서 “왜 미국이 한국을 콕 찍어 경제보복을 시작했느냐”며 “중국에는 ‘사드(THAAD·고고도미사일방어) 3불’ 정책을 약속하고 미국과는 고비마다 엇박자를 내는 탈동맹적 외교 정책이 (미국의) 경제 동맹국에서 한국을 지우게 만들었다”고 주장했다.
 
실제로 미국 상무부 권고안에 담긴 53% 관세 적용 대상 12개국에는 대미 철강 수출 1위인 캐나다를 비롯해 미국의 핵심 동맹국 중 일본·독일·영국 등이 빠지고 한국과 중국은 포함됐다.
 
이에 대해 청와대 고위 관계자는 “윌버 로스 미 상무장관이 대미 (철강) 수출 증가율이 높은 나라와 중국에서 철강을 수입해 우회 수출이 많은 나라를 기준으로 선정했다고 밝혔다”며 “한국은 중국에서 철강 수입을 많이 하지만 일본 등은 수입량이 적은 것은 사실”이라고 설명했다.
 
이 관계자는 중국의 사드 보복에 대해서는 WTO 제소를 하지 않았다는 차별적 잣대 논란에 대해서도 “중국의 경우 (보복을 실행한) 구체적인 행위자나 근거를 찾기 어려운 점을 고려했다”고 해명했다.
 
통상 전문가들은 정부의 안보·통상 분리 전략에 대해 신중한 판단을 요구했다.
 
안덕근 서울대 국제대학원 교수는 “FTA 개정 협상과 한국GM 철수, 세탁기, 태양광 패널 세이프가드 등 여러 문제가 뒤섞여 전례 없는 통상 위기가 양국 간 정치적 갈등으로 번질 수 있는 소지가 매우 크다”고 전망했다.
 
통상교섭본부장을 지낸 김종훈 전 의원도 “WTO 제소나 보복관세로 미국이 여론의 압박을 받을 수는 있겠지만 기존 국제무역질서를 포기한 트럼프 행정부의 입장을 바꾸긴 어려울 것”이라고 주장했다. 
 
강태화·심새롬 기자 thkang@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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