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갈릭 걸즈, 환상호흡 비결은 ‘아이고 메터’ 훈련

올림픽 사상 첫 4강 진출을 이뤄낸 여자 컬링대표팀. 이들은 지난해 8월 컬링 남자대표팀, 믹스더블 컬링대표팀과 함께 충주 탄금호 국제조정경기장에서 조정 훈련을 하며 호흡을 맞췄다. 실내 훈련 기구인 ‘에르고 메터’ 훈련을 하며 근력을 키우는 선수들. [프리랜서 김성태]

올림픽 사상 첫 4강 진출을 이뤄낸 여자 컬링대표팀. 이들은 지난해 8월 컬링 남자대표팀, 믹스더블 컬링대표팀과 함께 충주 탄금호 국제조정경기장에서 조정 훈련을 하며 호흡을 맞췄다. 실내 훈련 기구인 ‘에르고 메터’ 훈련을 하며 근력을 키우는 선수들. [프리랜서 김성태]

“영미~~ 영미! 영미!”
 
평창올림픽 신데렐라는 한국여자컬링대표팀, 최고 유행어는 스킵(주장) 김은정(28)이 목이 터지라 외치는 ‘영미’다. 영미는 리드 김영미(27)의 이름이다.
 
김은정은 스위핑하는 김영미를 향해 “영미~ 헐~(더 빨리 닦으라는 hurry의 줄임말)”, “영미! 영미! 가야돼”, “영미~~ 기다려”라고 외친다. 김은정이 “영미”를 외치는 목소리 크기와 속도에 따라 스위핑 속도와 강도가 변한다.
 
20일 오후 강원 강릉컬링센터에서 열린 2018평창동계올림픽 여자 컬링 예선 대한민국과 미국의 경기. 한국 대표팀 김은정이 스톤의 방향을 지시하고 있다. [강릉=연합뉴스]

20일 오후 강원 강릉컬링센터에서 열린 2018평창동계올림픽 여자 컬링 예선 대한민국과 미국의 경기. 한국 대표팀 김은정이 스톤의 방향을 지시하고 있다. [강릉=연합뉴스]

 
네티즌들은 “영미가 작전명인 줄 알았다”, “자려고 침대에 누웠는데 ‘영미~~’란 환청이 들린다”, “영미, 승리를 부르는 이름” 등 재미있는 댓글 놀이를 하고 있다.
 
컬링은 스톤을 던져 브룸으로 빙면을 얼마나 어떻게 닦는가에 따라 활주 거리와 속도가 달라지는 만큼, 팀원들끼리 약속한 축약된 용어가 필요하다.
20일 오후 강원 강릉컬링센터에서 열린 2018평창동계올림픽 여자 컬링 예선 대한민국과 미국의 경기. 한국 대표팀이 득점 후 하이파이브를 하고 있다. [강릉=연합뉴스]

20일 오후 강원 강릉컬링센터에서 열린 2018평창동계올림픽 여자 컬링 예선 대한민국과 미국의 경기. 한국 대표팀이 득점 후 하이파이브를 하고 있다. [강릉=연합뉴스]

 
한국(세계 8위)은 20일 강릉컬링센터에서 열린 평창올림픽 예선 7차전에서 미국(세계 7위)을 9-6으로 꺾고 6승1패를 기록, 단독선두로 올라섰다. 여자컬링은 풀리그를 치러 10팀 중 4위까지 주어지는 4강 플레이오프 진출을 조기 확정했다.  
 
김영미와 김영미의 의성여고 동창 김은정, 김영미의 친동생 김경애(24), 김경애의 친구인 김선영(25)은 2007년부터 경북 의성에서 취미로 컬링을 시작했다. 의성 특산물 마늘에 빗대 ‘갈릭 걸즈’라 불리는 이들은 하루아침에 환상호흡을 이뤄낸게 아니다.
왼쪽 위부터 시계방향으로 성세현·김초희·김민정 감독과 오은수·김민찬·이기복·김경애·장혜지·김창민·김경애·김은정·이기정·김선영. [프리랜서 김성태]

왼쪽 위부터 시계방향으로 성세현·김초희·김민정 감독과 오은수·김민찬·이기복·김경애·장혜지·김창민·김경애·김은정·이기정·김선영. [프리랜서 김성태]

 
 
경북체육회 소속인 여자컬링대표팀은 지난해 8월 충주 탄금호 국제조정경기장에서 얼음 대신 물에서 이색훈련을 했다. 선수들은 빗자루 같은 브룸 대신 노를 잡았다. 당시 국내 신문 중 중앙일보만 취재를 갔다. 이들은 조정에서 네 명이 보트에 타는 ‘쿼드러플 스컬’을 했다. 스킵 김은정이 배의 방향을 지시하는 콕스를 맡았고, 김은정의 구호에 맞춰 선수들이 힘차게 물살을 갈랐다.
 
선수들은 당시 4명이 함께 보트에 타는 ‘쿼드러플 스컬’을 했다. [프리랜서 김성태]

선수들은 당시 4명이 함께 보트에 타는 ‘쿼드러플 스컬’을 했다. [프리랜서 김성태]

농구는 르브론 제임스(34·클리블랜드) 한 명이 펄펄 날면 약팀도 플레이오프에 나갈 수 있지만, 조정은 한 명의 기량이 제아무리 뛰어나도 이길 수 없다. 컬링 역시 조정처럼 모든 선수가 힘을 합해야만 이긴다. 컬링선수들은 조정 특별훈련을 통해 팀워크를 다졌고, 스톤을 던질 때 필요한 몸의 균형감각도 끌어올렸다.
 
기자는 “컬링은 두뇌 싸움이라 체력은 중요하지 않다고 오해하지 않는가”라고 물었다. 그러자 김영미가 “브룸질 한 번 해보실래요”라고 반문한 뒤 “컬링은 엔드마다 최대 여섯 차례 브룸질을 한다. 한 번에 약 45m를 닦는데 총 10엔드니까 약 2.7㎞를 닦는 셈”이라고 말했다.
 
올림픽 사상 첫 4강 진출을 이뤄낸 여자 컬링대표팀. 이들은 지난해 8월 컬링 남자대표팀, 믹스더블 컬링대표팀과 함께 충주 탄금호 국제조정경기장에서 조정 훈련을 하며 호흡을 맞췄다. 실내 훈련 기구인 ‘에르고 메터’ 훈련을 하며 근력을 키우는 선수들. [프리랜서 김성태]

올림픽 사상 첫 4강 진출을 이뤄낸 여자 컬링대표팀. 이들은 지난해 8월 컬링 남자대표팀, 믹스더블 컬링대표팀과 함께 충주 탄금호 국제조정경기장에서 조정 훈련을 하며 호흡을 맞췄다. 실내 훈련 기구인 ‘에르고 메터’ 훈련을 하며 근력을 키우는 선수들. [프리랜서 김성태]

컬링은 한 게임에 2시간 30분 이상 소요되고, 예선이 풀리그라 한 팀이 9경기 이상을 치러야 한다. 이진숙 조정체험아카데미 팀장은 “조정은 쉴 새 없이 노를 젓는 경기다 보니 대회를 마치면 몸무게가 1~2㎏씩 빠질 만큼 체력 소모가 심하다. 컬링 선수들에게 조정 훈련이 큰 도움이 된다”고 말했다. 컬링대표팀 선수들은 실내조정훈련 기구 ‘에르고 메터’ 훈련을 했는데, 너무 힘들어 ‘아이고 메터’라 불릴 만큼 체력이 많이 소모됐다.
 
여자컬링대표팀이 지난해 8월 충주 탄금호에서 조정 훈련을 했다. [프리랜서 김성태]

여자컬링대표팀이 지난해 8월 충주 탄금호에서 조정 훈련을 했다. [프리랜서 김성태]

 
‘원팀’으로 뭉친 또 다른 비결은 수상인명구조요원 자격증이다. 김초희를 제외한 김은정·김영미·김경애·김선영·김민정(37) 감독이 자격증을 보유했다.
 
팔벌려 뛰기를 하는 선수들. [프리랜서 김성태]

팔벌려 뛰기를 하는 선수들. [프리랜서 김성태]

 
수상인명구조원은 수영장이나 해수욕장에서 물에 빠진 사람을 구조하는 방법을 배우는 교육이다. 보통 자격증을 따려면 10일간 48시간 교육을 받아야 한다. 장반석 한국 믹스더블 감독은 “여자팀 선수 중 한 명이 물에 빠진 사람 역할을 하고, 서로 몸을 맞대고 함께 옮기며 신뢰를 쌓았다”고 귀띔했다.
컬링 여자대표팀은 전원 김씨로 구성돼 ‘팀 킴(Team Kim)’이라 불린다. 가운데 김민정 감독을 중심으로 윗줄 왼쪽부터 시계방향으로 김영미·선영·은정·경애·초희. 영미와 경애는 자매고 영미-은정, 경애-선영은 의성여고 동기동창이다. [중앙포토]

컬링 여자대표팀은 전원 김씨로 구성돼 ‘팀 킴(Team Kim)’이라 불린다. 가운데 김민정 감독을 중심으로 윗줄 왼쪽부터 시계방향으로 김영미·선영·은정·경애·초희. 영미와 경애는 자매고 영미-은정, 경애-선영은 의성여고 동기동창이다. [중앙포토]

 
여자대표팀은 그림 심리치료까지 받았다. 김민정 감독은 “일반 가정에서도 자매끼리 싸울 수 있다. 그림 심리치료 선생님을 찾아가 각자 그림을 그려 결과를 공유했다. 예를 들면 한 가지 이미지를 떠올리고 그림을 그리는 식”이라고 전했다.
 
김은정은 “영미는 하트처럼 밝고, 선영이는 독특하고, 경애는 강렬하고, 난 차분한 그림을 그렸다. 감독님은 컬링에서 라인 맞추듯 선과 대칭이 완벽하게 맞았다”고 말했다.
20일 오후 강원 강릉컬링센터에서 열린 2018평창동계올림픽 여자 컬링 예선 대한민국과 미국의 경기. 한국 대표팀 김은정의 안경에 컬링 하우스가 반영되고 있다. [강릉=연합뉴스]

20일 오후 강원 강릉컬링센터에서 열린 2018평창동계올림픽 여자 컬링 예선 대한민국과 미국의 경기. 한국 대표팀 김은정의 안경에 컬링 하우스가 반영되고 있다. [강릉=연합뉴스]

 
스킵 김은정은 경기 내내 엄격하고 근엄하며 진지한 표정을 유지해 ‘엄·근·진’이라 불린다. 한 네티즌은 ‘김은정은 경기 중 체력보충을 위해 바나나를 먹을 때도 근엄하다’는 댓글을 달 정도다.
한 네티즌이 컬링 경기 중 표정변화가 없는 김은정을 재치있게 표현했다. [인터넷 커뮤니티 캡처]

한 네티즌이 컬링 경기 중 표정변화가 없는 김은정을 재치있게 표현했다. [인터넷 커뮤니티 캡처]

 
하지만 포커페이스 뒤에 아픔이 있다. 2014년 소치올림픽 대표선발전에서 자신의 실수로 팀이 탈락한 뒤 펑펑 울었다. 김은정은 “당시엔 컬링을 그만둘까도 생각했었다. 사흘간 감독님 집에 틀어박혀 건담과 레고를 조립하며 마음을 다잡았다”고 말한 적이 있다. 당시 김영미·김경애·김선영도 김은정 옆에서 건담과 레고 조립을 함께했다.
 
이들은 10년 넘게 같은 아파트에서 이층침대를 나눠쓰며 동고동락하고 있다. 드라마를 함께 보고 서로 연애사까지 속속들이 안다.
 
환상호흡 자랑하는 ‘갈릭 걸스’의 비결은
① 충주 탄금호 국제조정경기장에서 조정훈련
4인용 보트 ‘쿼드러플 스컬’ 타고 훈련.
함께 노 저으며 팀워크 다져
 
②인명구조요원 자격증 취득
팀원 5명 중 4명이 수상인명구조 자격증 취득.
물속에서 서로 옮겨주며 신뢰 쌓아
 
③그림 심리치료
각자 그림 그려 심리치료 결과 나눠봐.
차분한 김은정처럼 서로의 성격 이해
 
강릉=박린 기자 rpark7@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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국방연구원 전력발전연구부ㆍ군비통제센터를 거쳐 1994년 중앙일보에 입사한 국내 첫 군사전문기자다. 국방부를 출입한 뒤 최장수 국방부 대변인(2010~2016년)으로 활동했다. 현재는 군사안보전문기자 겸 논설위원으로 한반도 군사와 안보문제를 깊게 파헤치는 글을 쓰고 있다.

박용한 연구위원 : park.yonghan@joongang.co.kr (02-751-5516)
‘북한의 급변사태와 안정화 전략’을 주제로 북한학 박사를 받았다. 국방연구원 안보전략연구센터ㆍ군사기획연구센터와 고려대학교 아세아문제연구소 북한연구센터에서 군사ㆍ안보ㆍ북한을 연구했다. 2016년부터는 중앙일보에서 군사ㆍ안보 분야 취재를 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