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처음엔 서먹했던 단일팀 한 달 … BTS 노래·춤으로 녹였다

평창올림픽 남북 여자 아이스하키 단일팀

평창올림픽 남북 여자 아이스하키 단일팀

20일 관동하키센터에서 열린 남북 여자 아이스하키 단일팀과 스웨덴의 평창올림픽 여자 아이스하키 7-8위전. 경기 종료를 알리는 버저가 울리자 1988년 서울올림픽 주제곡 ‘손에 손잡고’가 울려 퍼졌다. 단일팀 선수들은 서로 얼싸안은 뒤 손을 꼭 잡고 눈물을 흘렸다.
 
경기는 1-6 패배로 끝났지만 선수들은 동그랗게 모여 팀 구호인 “하나, 둘, 셋 팀 코리아”를 외쳤다. 온몸을 던져 퍽을 막아 낸 골리 신소정(28)은 “마지막 구호를 외친 뒤 감정이 북받쳐 눈물이 났다”고 했다. “원래 잘 울지 않는다”던 세라 머리(30·캐나다) 단일팀 감독도 눈물을 흘렸다. 옆에서 울고 있는 박철호(49) 북한 감독과 진한 포옹을 했다.
20일 강원도 강릉시 관동하키센터에서 열린 2018 평창동계올림픽 여자 아이스하키 7~8위 순위 결정전 스웨덴과 경기에서 패한 단일팀 새러 머리 총감독이 눈물을 닦고 있다. [강릉=연합뉴스]

20일 강원도 강릉시 관동하키센터에서 열린 2018 평창동계올림픽 여자 아이스하키 7~8위 순위 결정전 스웨덴과 경기에서 패한 단일팀 새러 머리 총감독이 눈물을 닦고 있다. [강릉=연합뉴스]

 
머리 감독은 “남북 선수들 모두 한 팀으로 후회 없는 경기를 펼쳐 자랑스럽다”며 “우리 선수들은 스포츠를 통해 남과 북의 장벽을 뛰어넘었다”고 말했다. 단일팀은 계속 함께 훈련을 한 뒤 25일 폐회식을 끝으로 해산한다. 머리 감독은 “정말 슬프다. 북한 선수들이 돌아가면 언제 다시 볼지 모른다. 북한 선수들을 계속 돕고 싶다”고 말했다.
 
20일 강원도 강릉시 관동하키센터에서 열린 2018 평창동계올림픽 여자 아이스하키 7~8위 순위 결정전 남북 단일팀 대 스웨덴 경기. 남측 신소정(오른쪽), 북측 김향미(왼쪽), 북측 황충금(가운데)이 서로를 격려하고 있다. [강릉=연합뉴스]

20일 강원도 강릉시 관동하키센터에서 열린 2018 평창동계올림픽 여자 아이스하키 7~8위 순위 결정전 남북 단일팀 대 스웨덴 경기. 남측 신소정(오른쪽), 북측 김향미(왼쪽), 북측 황충금(가운데)이 서로를 격려하고 있다. [강릉=연합뉴스]

지난달 25일 단일팀이 급조돼 남한과 북한의 선수들이 처음 모였을 때만 해도 북한 선수들은 경계심을 풀지 않았다. 무슨 말만 꺼내면 “일 없습네다”고 퉁명스럽게 대답할 뿐이었다.
 
그러나 한국 선수들은 북한 진옥(28)의 생일을 맞아 깜짝 파티를 열어 줬다. ‘패스’를 ‘연락’이라고 부르는 등 남북의 하키 용어가 다르지만 한국어와 북한식 표기가 인쇄된 메모를 공유하며 서로를 알아갔다.
 
정부가 우리 선수들과 사전 교감 없이 단일팀을 급조한 데 따라 우려가 있었던 것도 사실이다. 한국 선수 23명 중 4명은 무장도 하지 못한 채 관중석에서 경기를 지켜봐야 했다.
20일 강원도 강릉시 관동하키센터에서 열린 2018 평창동계올림픽 여자 아이스하키 7~8위 순위 결정전 남북 단일팀 대 스웨덴 경기가 끝난 뒤 북측 김향미(가운데 26번)가 남측 선수들과 한데 어울려 밝게 웃고 있다. [강릉=연합뉴스]

20일 강원도 강릉시 관동하키센터에서 열린 2018 평창동계올림픽 여자 아이스하키 7~8위 순위 결정전 남북 단일팀 대 스웨덴 경기가 끝난 뒤 북측 김향미(가운데 26번)가 남측 선수들과 한데 어울려 밝게 웃고 있다. [강릉=연합뉴스]

 
최종전 끝난 뒤 감독·선수 얼싸안아
 
그러나 이런 가운데서도 남북 선수들은 빙판 위에서 빠르게 녹아들었다. 한국 선수들은 ‘북한’ 대신 ‘북측’이란 용어를 쓰면서 북에서 온 선수들을 배려했다. 머리 감독은 “라커룸에서 한국 선수들이 북한 선수들에게 K팝 댄스를 가르쳐 준다”고 말했다. 단일팀 라커룸에서는 방탄소년단의 노래가 흘러나온다. 훈련 중 북한의 한 선수는 걸그룹 레드벨벳의 ‘아이스크림 케이크’란 노래를 흥얼거렸다.
 
미국 입양아 출신 박윤정(26)과 재미동포 이진규(18)는 북한의 김은향(26)과 다정하게 셀카를 찍었다. 또 다른 북한 선수는 한국의 김도윤 코치와 스스럼없이 어깨동무를 했다. 남북 선수들은 강릉선수촌에서 아이스크림을 함께 사 먹기도 했다.
20일 강원도 강릉시 관동하키센터에서 열린 2018 평창동계올림픽 여자 아이스하키 7~8위 순위 결정전 남북 단일팀 대 스웨덴 경기. 남측 최지연(왼쪽)과 북측 황충금이 경기 종료 후 포옹하며 서로를 격려하고 있다.[강릉=연합뉴스]

20일 강원도 강릉시 관동하키센터에서 열린 2018 평창동계올림픽 여자 아이스하키 7~8위 순위 결정전 남북 단일팀 대 스웨덴 경기. 남측 최지연(왼쪽)과 북측 황충금이 경기 종료 후 포옹하며 서로를 격려하고 있다.[강릉=연합뉴스]

 

머리 감독 “한 팀돼 후회 없는 경기”
 
남과 북의 선수들은 강릉선수촌에선 숙소가 분리된 탓에 잠을 따로 잤다. 버스도 달라 따로 이동을 했다. 한국 선수가 훈련을 마친 뒤 숙소로 돌아가면서 “보고 싶을 거야”라고 하면 북한 선수는 아쉬운 표정으로 말없이 손을 흔들기도 했다.
 
단일팀은 조별리그 1·2차전에서 스위스(세계 6위), 스웨덴(5위)에 잇따라 0-8 참패를 당했다. 하지만 지난 18일 스위스와의 재대결(순위결정전)에선 0-2까지 격차를 좁혔다.
평창올림픽 쇼트트랙

평창올림픽 쇼트트랙

 
지난 8일 강릉아이스아레나에서 열린 쇼트트랙 남북 합동훈련에선 10대인 한국의 김예진(19)과 북한 정광범(17)이 서로 장난을 치며 훈련을 했다. 김예진은 “나보고 못생겼다고 하더라. 그래서 ‘너도 못생겼다. 거울은 봤냐’고 응수해 줬다”며 웃었다.
 
평창올림픽 피겨 페어

평창올림픽 피겨 페어

피겨 페어 종목에서도 남과 북의 선수들은 틈날 때마다 이야기꽃을 피우며 정을 나눴다. 김규은(19)은 지난 2일 생일을 맞은 북한 피겨 페어 염대옥(19)을 위해 선물을 준비했다. 지난해 여름 캐나다에서 함께 훈련하며 친분을 쌓은 김규은은 동갑내기 친구인 염대옥에게 아이섀도 브러시와 마스크팩 등을 선사했다.
 
2016 리우올림픽 여자 체조(사진 위), 2015 동아시안컵 여자축구대회

2016 리우올림픽 여자 체조(사진 위), 2015 동아시안컵 여자축구대회

2년 전 리우올림픽에서는 한국 여자 기계체조 이은주(19)가 북한의 홍은정(29)과 함께 셀카를 찍었다. 이은주는 당시 천진난만하게 홍은정에게 다가가 “언니! 사진 찍어요”라고 말해 화제가 됐다. 이 장면이 외국 기자의 카메라를 통해 전 세계에 퍼져 나갔다. 토마스 바흐 국제올림픽위원회(IOC) 위원장은 두 선수의 셀카 사진을 보고 “위대한 몸짓(Great gesture)”이라고 찬사를 보냈다.
 

쇼트트랙·피겨도 곳곳 ‘남북 수다’
 
이에 앞서 2015년 중국 우한(武漢)에서 열린 동아시안컵 여자축구대회에서도 1988년생 동갑내기인 한국의 조소현과 북한 나은심이 대화를 나눴다. 나은심이 먼저 “나 보고 싶었다며? 근데 왜 말 안 걸었어?”라고 묻자 조소현이 “응, 그냥. 근데 다들 평양 살아?”라고 되물었다. 당시 조소현은 “북한전에 나설 때면 ‘얘네가 만약 지면 정말 아오지 탄광에 가는 게 아닐까’ 하는 복잡한 감정이 생긴다”고 털어놨다.
 
체육철학자 김정효 박사는 “팀 스포츠에선 공통의 전술을 공유하고 훈련도 함께한다. 가령 ‘내가 저쪽으로 패스하면 저 친구가 받겠지’라고 생각하는 식이다. 실제로 그런 일이 이뤄지면서 동료애와 동질성이 강화된다. 이게 바로 스포츠의 힘이다. 이런 통과의례를 거친 뒤 한민족이란 동질감과 유대감이 형성된다”고 말했다.
 
오늘의 올림픽(21일)
●컬링
여자 예선
(한국-러시아, 오전 9시5분)
(한국-덴마크, 오후 8시5분)
남자 예선
(한국-일본, 오후 2시5분)
 
●알파인 스키
여자 활강 결선(린지 본), 오전 11시
 
●스피드 스케이팅
남자 팀추월 준결승·결승, 오후 8시22분
 
●봅슬레이
여자 2인승(김민성·김유란), 오후 8시40분
 
강릉=박린·김원 기자 rpark7@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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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북한의 급변사태와 안정화 전략’을 주제로 북한학 박사를 받았다. 국방연구원 안보전략연구센터ㆍ군사기획연구센터와 고려대학교 아세아문제연구소 북한연구센터에서 군사ㆍ안보ㆍ북한을 연구했다. 2016년부터는 중앙일보에서 군사ㆍ안보 분야 취재를 한다.